누군가는 가장자리를 주목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서 누군가는 카메라가 주인공을 비추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역할에 열심히 몰입하고 있기 마련이다. KBS <꽃보다 남자>에서 김준이 연기하는 송우빈은 구준표(이민호)의 어깨 너머에서, 윤지후(김현중)의 한걸음 뒤에서 항상 입술 끝을 누르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모든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심지어 늘 붙어 다니는 소이정(김범)이 벌어지는 사건에 흥미를 보일 때도 그는 함께 호들갑을 떨기 보다는 낮은 목소리로 한 두 마디 거들 뿐이다.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몹쓸 힙합 잉글리쉬’를 살짝 가리고 보면, F4의 ‘내면적 리더’라는 캐릭터 설명에 제법 근접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모두의 눈길을 끌지는 않지만, 일단 눈길을 주면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그의 은근한 매력은 중심에서 빛나기 보다는 <꽃보다 남자>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자신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스물여섯 청년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준은 부드럽지도, 은근하지도 않다. 반팔 셔츠 아래로 드러난 호리호리하게 마른 몸과 조금 피곤해 보이는 눈매는 오히려 예민해 보이는 편이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조목조목 글로 쓴 것 같은 답변을 제시하는 말투, 냉정할 정도로 자신에게 객관적인 분석을 듣고 있노라면 스물여섯이라는 이 청년의 나이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뾰족한 부분들은 까칠한 가시처럼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잘 발달된 안테나처럼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데 사용될 뿐이다. 그래서인지 “제가 연기 경력으로 막내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F4 네 명은 친구사이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는 서로들 극 중 이름을 부르기도 해요” 라고 말하는 그에서는 어떤 불만도 읽을 수 없다. 지금 이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깍듯한 형님 대접이 아니라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배 배우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 연기를 보는 게 마냥 민망해요”

그렇지만 아무리 안테나 끝을 잘 다듬어 봐도, 생전 처음 연기를 하는 그가 카메라 속의 자신을 선명하게 그리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랜 기간 준비한 것을 한 번에 공개하는 무대와 달리, 역할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노출시켜야 하는 드라마는 그에게 몸 이전에 마음을 적응시켜야 하는 새로운 세계다. “무대에서는 관객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잖아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면 내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짐작이 안 되니까 더 긴장되고 떨리죠.” 모니터를 할 때도 음이 틀렸다거나, 손을 뻗는 각도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과 달리 미묘한 표정과 동작을 파악해야 하는 까닭에 그는 자신의 연기를 보는 일이 마냥 부끄럽고 민망하기만 하단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볼수록 단점만 부각되더라구요. 거울을 보면 못생긴 부분만 보이는 것처럼요” ‘자신의 단점을 외면하는 것이 단점’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 청년의 쑥스러운 고백은 신선하다. 게다가 예민한 기색을 걷어내고 웃는 얼굴은 해맑기까지 하다.

스스로를 “또래와 똑같은 평범한 남자”라고 말하지만, 김준의 에너지는 결코 평범치 않다. “만화책을 직접 빌려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꽃보다 남자>도 오디션을 하면서 읽었죠. 그런데 간질간질 하면서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매력을 알겠더라구요. 착한 여자를 만나서 변하는 남자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구요”라고 말하는 그는 어디서 어떤 시작을 하건, 결국은 원하는 답을 찾아가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젠가 김준을 가장자리가 아닌, 드라마의 가장 중심으로 데려갈 것이다. 아니,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에서 그룹의 래퍼로, 그리고 또 배우로 원하는 것이 되기를 멈추지 않는 그의 인생은 이미 그에게 세상의 가운데나 마찬가지다. 인생의 가운데를 사는 이 청년의 미래, 뭔가 점점 재미있는 전개가 기대되지 않는가.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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