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명상 기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갈무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갈무리




“진상조사단의 결론과 과거사위가 밝힌 결론이 너무도 다른 점이 많아서 굉장히 놀랐고 정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고(故) 장자연 사건’을 직접 조사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의 총괄팀장 김영희 변호사는 21일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전날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 과정에 조선일보가 외압을 행사했고, 고인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접대를 강요받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성접대 강요와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충분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검찰에 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영희 변호사는 과거사위가 다수의견 대신 소수의견에 불과한 검사들의 의견을 결론으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조사팀은 6명으로 구성돼 있고 독립성과 공정성이 우선되기 때문에 외부단원(4명)이 중심이고 내부단원이라고 하는 검사(2명)는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금 조사단, 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주로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대부분 결론으로 채택하면서 다수 의견은 완전히 묵살됐다”고 말했다.

고인의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기간이 연장된 이후 구체적인 진술들이 나왔고, 세 개 정도의 유력한 진술이 있어서 이 부분은 수사 여부를 검찰이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과거사위에 권고 의견을 내달라고 했는데 과거사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지 않고, 그냥 기록을 보존하자는 검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소극적인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도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의 다수의견은 리스트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장자연 씨의 남아 있는 문건 4장은 전부 장자연의 피해 사례입니다라고 시작된다. 장자연 씨가 입은 피해를 남길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했던 것이고, 마찬가지로 같은 맥락에서 명단을 작성했다면 그 명단 역시 장자연 씨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의 명단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명단에 대해서는 피해사실과 관련되는지 여부를 모르겠다고 하는 건 너무 상식과 맞지 않는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사위의 구성원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그동안에 과거사위 운영 모습을 보면 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든지, 당면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소환하자는 사람을 소환하지 말자고 한다든지, 약간 진실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때문에 이번 발표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특수강간 혐의, 용산참사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의 활동 기한 연장 요청을 수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큰 호응을 얻고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지시하면서 지난 3월 조사단 활동 기한이 2개월 연장됐다.

김 변호사는 “1년 넘게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너무나 참담하다. 결국 공은 시민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위원회가 저런 결론을 냈지만 검찰이 스스로 성폭행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리라고는 정말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라든지 시민들이 잘 판단하셔서 장자연 씨의 진실이 묻히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조선일보는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마치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검찰 과거사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사실을 바로잡고 조선일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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