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왼쪽)과 진기주./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왼쪽)과 진기주./사진제공=MBC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가 잦은 결방 속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순항 중이다. 연쇄살인 피해자들의 2차 피해, 황색 저널리즘의 폭력성, 장기용과 진기주의 애틋한 열연이 주목받으면서다. 27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이리와 안아줘’의 주연 배우 장기용, 진기주, 윤종훈, 김경남이 기자단담회를 갖고 드라마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리와 안아줘’는 아버지가 연쇄살인자인 경찰과, 톱스타가 된 연쇄살인 피해자의 딸이 성인이 되어 만나 상처를 보듬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5월 처음 방송된 뒤 비약적인 상승은 없어도 꾸준히 시청률이 올랐다. 하지만 6. 13 지방선거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중계로 벌써 다섯 차례나 결방돼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때문에 주연배우 4명은 입을 모아 결방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기주는 “주변 분들이 드라마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방이 많아 걱정이 됐다. 나도 기다리는 마음이니까. 하지만 다행히 시청자들이 기다려주셨고 방송이 될 때 더 많이 반가워해 주신 것 같다. 드라마가 계속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리와 안아줘’가 초반 우려를 딛고 꾸준한 상승세를 탄 것은 비극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주인공들의 열연 덕분이다. 장기용은 감정 소모를 요하는 연기가 많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극 중 도진(장기용)과 재이(진기주)는 서로에게 너무 큰 아픔이 있는 캐릭터여서 촬영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다. 그만큼 너무 슬프다”면서도 “하지만 감정 연기에 대한 후유증이라기보다는 감정 신을 찍을 때가 항상 새벽이었던 점이 힘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재이와 서로 의지하면서 몸은 힘들지만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사진제공=MBC
MBC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사진제공=MBC
장기용이 연기하는 채도진은 대사가 적고 아픔에 비해 감정을 절제해야 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장기용은 “나무(극 중 채도진의 본명)는 워낙 큰 아픔을 지닌 캐릭터다. 첫사랑에 상처를 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목소리 톤이나 대사에 아픔이 묻어나왔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 부분이 처음에는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졸업식장에서 계란도 맞고, 앞에서는 울지 않아도 혼자 있을 때는 펑펑 우는 장면이 있었다. 상상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피해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는지 현장에서 감독님께도 계속 물어봤다. 6회, 7회를 연기할 때가 가장 그랬다”며 “나무에 대해서 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물어봤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배우로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극 중 한재이의 오빠 길무원을 연기하는 윤종훈은 “처음에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 시작할 때 ‘사활을 걸고 열심히 하겠다’고도 말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부분을 잘 봐주신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진기주는 “캐릭터가 참 많은데 이 인물들이 모두 단단하고 잘 섞여 있다. 이들의 관계가 잘 조합된 것이 드라마의 매력이자 인기비결”이라며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들의 서사가 단단하니 몰입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청률 상승 요인이 동시간대 방송되던 KBS2 ‘슈츠’의 종영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드라마의 흥행을 위해 필요한 ‘확 당겨주는 관전포인트’를 묻자 장기용은 “허준호 선배와 나의 관계가 관전포인트”라며 “이후 방송에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대립할 것”라고 설명했다.

MBC ‘이리와 안아줘’의 김경남(왼쪽)과 윤종훈/사진제공=MBC
MBC ‘이리와 안아줘’의 김경남(왼쪽)과 윤종훈/사진제공=MBC
촬영 현장 분위기에 대해 윤종훈은 “진기주가 모든 스태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분위기 메이커”라며 “감독님을 비롯해 아무도 찡그리지 않고 촬영하고 있다. 감독님이 ‘잔 짜증’도 하나 없이 잘 이끌어주신다”라고 말했다. 진기주는 “모든 사람이 다 분위기 메이커다. 소재가 무거운 드라마이지만 촬영은 즐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 중 연쇄살인범이 아버지를 동경하는 폭력적인 인물로 나오는 김경남은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놨다. 그는 “극 중 내가 무서운 캐릭터이지 않으냐. 감독님이 한 번은 ‘현장이 불편하냐’고 묻더라. 아마 몰입하느라 현장에서 까불고 즐거워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리와 안아줘’의 초반 관전포인트는 아역배우들의 연기였다. 그런 점이 현재의 연기에도 영향을 미칠까. 진기주는 “극 중 재이는 원래 밝은 캐릭터였지만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 밝음이 온전히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이의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재이는 과거 부모님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쉽게 멘탈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 도진을 보면서 다시 16세 낙원(극 중 한재이의 본명)으로 돌아가는 재이의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드라마에서 도진의 아역인 남다름 군의 환영을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28살 재이가 16살로 돌아가 ‘나무야’라고 부를 수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용은 “아역배우가 너무 잘해줘서 걱정했다. 1, 2회를 보면서 남다름 군을 관찰했다. 그를 흉내낸다기보다는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낙원이를 바라볼 때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봤다. 내가 울산 출신이기는 하지만 서울에 올라온 지 7년 째다. 사투리를 쓸 일이 전혀 없었다. 사투리를 연기하는 게 조금 힘들어서 감독님과 상의했다”고 답했다.

MBC ‘이리와 안아줘’ 커피차 이벤트의 진기주./사진제공=MBC
MBC ‘이리와 안아줘’ 커피차 이벤트의 진기주./사진제공=MBC
이날 간담회는 제작진들이 잦은 결방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커피차 이벤트’를 가진 후 열렸다. 주연 배우 4인이 MBC 광장에서 팬들과 커피를 나누며 직접 소통했다. 장기용은 “오늘(27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진기주는 “이벤트를 하러 나갔을 때 이미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셨다. 날씨가 더워서 죄송한 마음이었다”면서 “많은 시간 한 분 한 분 사진을 찍고 얘기하지 못하고 빨리 빨리 보내드려야 하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많이 힘을 얻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장기용은 “누구 하나 잘한다고 해서 돋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치고 있다. 처음 느낀 감정 그대로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며 끝까지 응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종훈은 “오늘(27일) 이후로는 결방은 없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리와 안아줘’ 27일 방송은 월드컵 중계로 결방된다. 오는 28일 오후 9시 30분 19, 20회가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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