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7년의 밤’에서 오영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장동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7년의 밤’에서 오영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장동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캐릭터를 위해 머리카락을 밀고 살을 찌웠다. 액션 장면을 촬영하면서는 귀를 다쳐 무려 40바늘을 꿰맸다. 그는 이 상처를 두고 “훈장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촬영 내내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는 작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7년의 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동건은 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화에서 장동건은 세령마을 일대를 장악한 대지주 오영제 역을 맡았다.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인물로, 아내와 딸에게 폭력을 일삼는 싸이코패스다. 그는 “이 인물의 성격과 처해 있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건 다해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10. ‘7년의 밤’을 준비하면서 정유정 작가의 원작 소설을 읽었나?

장동건 : 이 작품을 제안 받기 오래 전에 읽었다. 보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후에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신기했다.

10. 소설을 읽으면서 하고 싶었던 역할은 무엇이었나?

장동건: 오영제 역을 하고 싶었는데 운 좋게 영화에서도 하게 됐다. 소설에서 느낀 이 캐릭터는 예민하면서도 섹시한 싸이코패스였다. 그런데 추창민 감독이 생각한 캐릭터는 전혀 달랐다. 소도시를 군림하는 권력자와 사냥꾼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걱정이 됐다. 하지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동의했다. 원작과는 다른 인물이었지만 매력적으로 묘사됐다.

10. M자 이마는 본인의 아이디어였나?

장동건: 감독이 제안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변신을 위한 변신처럼 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테스트 분장을 하고 거울 앞에 섰는데 오영제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매일매일 M자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미는 게 조금 힘들었다.(웃음)

10. 자신이 생각한 오영제와 감독이 생각한 오영제가 달라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언제 캐릭터에 대한 갈피를 잡았나?

장동건 : 촬영 시작하고 나서 곧바로 갈피를 잡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싸이코패스 성향을 띄고 있는 사람이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사람은 자기 세계가 있고 자기가 설계한 체계가 있는데 그 세계를 파괴한 자에 대한 응징과 복수를 크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표현된 오영제가 마음에 든다.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다.

장동건은 “영화 ‘7년의 밤’에서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장동건은 “영화 ‘7년의 밤’에서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정유정 작가가 영화 속 오영제를 ‘신선한 싸이코패스’같다고 평했다.

장동건: 원작자가 좋게 봐주셨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사실 걱정 했다. 원작을 훼손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소설에는 심리묘사가 상세하게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배우의 얼굴 표정과 대사만으로 표현해야 돼서 고민이 많았다. 영화의 캐릭터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10. 딸을 학대하는 캐릭터 때문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했는데.

장동건: 학대하는 장면도 그렇지만 오영제의 감정을 상상하는 상황 자체가 싫었다. 배우가 연기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내 입장에서는…’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상상하기도 싫었다. 괜히 부정 탈 것 같고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연기를 위해서는 해야만 하지 않나. 상상했다는 걸 입 밖으로도 꺼내기 싫을 정도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오영제라는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었다.

10. 자신이 생각하는 부성애는 무엇인가?

장동건: 딱히 무엇이라고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다. 자기 자식 안 예쁜 부모가 어딨겠나. 최근에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교감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일 없을 땐 애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저녁에도 약속 생기면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 나가는 편이다.

10. 이번 작품을 찍고 “여한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만족한다는 뜻인가?

장동건: 만족도나 완성도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걸 작품에 다 쏟아 부었다. 나의 한계를 깨고 싶었다. 그래서 여한이 없다고 표현했다.

10. 극에 치닫는 캐릭터를 하면 더 강한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장동건: 그걸 ‘7년의 밤’에서 했다. 앞으로 영화 찍으면서 ‘이렇게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해본 현장이었다. 감독이 오로지 작품 생각만 했다. 촬영 대기할 때도 영화 이야기만 했다. 덕분에 일부러 오영제 감정을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는 현장이었다. 평화롭고 온화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였다.

10. 류승룡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장동건: 류승룡 씨랑 연기하면서 ‘케미라는 게 있구나’를 실감했다. 함께 연기를 하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승룡 씨가 편하게 해준 부분들이 많았다. 둘이 맞붙는 장면에서는 내가 주로 가해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성격이 소심해서 역할의 감정대로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승룡 씨가 괜찮으니까 ‘더 하라’고 얘기했다. 기억에 남는 건 제가 승룡 씨를 납치하는 장면이었는데 (류승룡 표정이) 정말 겁에 질려 있었다. 그 표정을 보자 내 안에서 감정이 확 올라왔다.

10.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장동건: 선과 악에 대한 딜레마가 있는 영화다. 관람 후 함께 본 사람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팝콘을 먹으면서 편하게 볼 수는 없겠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배우 장동건은 영화 ‘7년의 밤’을 찍으면서 딸을 학대하는 장면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장동건은 영화 ‘7년의 밤’을 찍으면서 딸을 학대하는 장면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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