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블러썸엔터테인먼트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블러썸엔터테인먼트
‘송혜교의 남자’. 배우 송중기다. 송혜교와의 결혼 발표로 화제의 중심에 선 그는 본격 인터뷰에 앞서 “결혼 얘기부터 할까요?”라며 웃었다. 그러더니 송혜교와 결혼을 결심한 계기와 그에 대한 애정을 털어놨다. 사랑에 빠진 예비 신랑의 표정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을 바꿨다. 입을 다물고 질문을 꼭꼭 씹듯이 생각에 잠겼다. 이내 재치 있는 농담을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2012년 영화 ‘늑대소년’ 이후 약 5년 만에 ‘군함도’로 스크린에 복귀한 그다. 지난 7월 26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그는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을 돕는 광복군 OSS 요원 무영 역을 열연했다.

그의 캐스팅 소식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2016년 방송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대위 역을 맡아 최고시청률 38.8%의 열풍을 일으켰던 그가 또 다시 군복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였기에 ‘군함도’ 캐스팅 당시엔 드라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송중기는 두 작품에서 연달아 군인 역을 맡게 됐다.

“캐릭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하지만 ‘또 군인이냐’는 질문을 꽤 받고 곱씹어보게 됐죠. 시청자, 관객들이 충분히 피로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평가가 있다면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죠. 하지만 저는 다른 인물을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군함도’ 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개봉 전부터 일본의 반발이 잇따랐고 개봉 후에도 일본 매체들은 “영화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실을 덮으려 했다. 알아야 할, 하지만 예민한 역사인 만큼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은 없었을까. 송중기는 “원조 한류스타 소지섭 형도 출연하는데…”라며 농담했다.

“저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을 때 작품을 선택합니다. 이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가치가 있는지 판단을 하죠. 그런 점에서 ‘군함도’는 재미있었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무게감과 긴장감도 있었고 그 위에 쌓여진 가상의 이야기들 역시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으니까요.”

‘군함도’는 220억원의 제작비가 든 대작이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송중기뿐 아니라 황정민, 소지섭 등 국가대표급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송중기는 “스스로 흥행 점수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관객수를 예상하는 건 건방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번 입 밖으로 원하는 것을 내뱉고 나면 점점 커질 것 같다”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블러썸엔터테인먼트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블러썸엔터테인먼트
송중기는 ‘군함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광’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선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그는 감격했다. 그는 “탄광신이 정말 힘들었다. 카메라 감독님까지 카메라를 들고 기어가면서 촬영을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소지섭 형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남자 선배에게 이런 감정을 갖는 게 생소할 정도로요, 하하. 촬영 현장의 ‘안전지킴이’를 자처하며 모든 사람들을 챙겨줬어요. 황정민 선배는 경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대단해요. 이정현 누나는 홀로 여자였는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놀랐어요. 그들 사이에서 까불거리는 게 저의 일이었죠. 막내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습니다.”

영화의 절정은 단연 조선인들의 탈출신이다. 400명의 대탈출을 주도하는 인물은 송중기가 연기한 무영이다. 광복군 요원답게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폭격을 가하는 일본에 맞서 싸운다. 송중기는 ‘슈퍼히어로냐’는 주변의 반응을 알고 있다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인 모두가 죽어가면서도 탈출을 위해 애썼어요. 꼬맹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컨베이어 벨트까지 들어 올렸죠. 제 캐릭터가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송중기는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2012년 ‘늑대소년’은 그의 소년미와 남성미를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도 드라마에서의 존재감을 뛰어 넘는 작품은 없었다는 평가다. 송중기는 “그게 내 숙제”라며 “모든 분야에서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인정받고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중기는 잡음 없는 배우 중 하나다. 데뷔부터 따라붙었던 바른 이미지는 깨진 적이 없다. 이를 입증하듯 곳곳엔 ‘송중기 미담’이 넘친다. 조금은 타이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는 “이런 이미지가 내게 득일까 실일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저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농담도 좋아하고요. 이미지를 위해 답답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데 걱정하는 목소리를 듣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사고를 칠 수도 없고, 하하. 이제 결혼도 하게 됐으니 나름의 자유가 생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