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10. 한도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욕을 입에 달고 있는 캐릭터다.
정우성: 누굴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있더라.(웃음) 평소엔 욕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욕이라는 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고, 그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이니까. 친한 친구들끼리 애칭 아닌 애칭처럼 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폭력은 폭력이지 않나. 그만큼 우리가 폭력에 가벼워진 느낌도 있다. 극중 ‘안남’이란 도시에서 폭력이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데, 물리적인 가해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자행하는지를 빗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10. 2시간 가까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한도경이란 캐릭터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정우성: 스트레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에 의해 매일 욕을 먹고 있다. 그런 것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현실 사회에서는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가려져 있지만, 제도와 권력이 만드는 폭력의 잔인함이 존재한다. 그 폭력이 개인을 주눅 들게 하고, 개인의 양심을 현실 타협이란 이름으로 외면하게 만든다.

10. 실제 정우성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일 텐데,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스트레스도 있었을 것 같다.
정우성: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찾아가기 위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여기에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도경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 스트레스를 아예 내 것으로 체화하려니 거기서 또 스트레스가 나오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지 이런 계산을 안 했다. 그냥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도경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따라갔다. 실제로 내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모니터를 보고 알 때도 많았다.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스트레스를 체화하다보면 현장에서도 계속 짜증난 상태였을 것 같은데?
정우성: 계속해서 짜증나고, 계속해서 인상 쓰고 있었다. 스태프들이 불러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웃음)

10. 앞서 한도경의 원동력이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어떤 것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궁금하다.
정우성: 모든 걸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모든 결과는 내 스스로의 선택이기 때문에 남 탓을 하거나,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났냐는 원망으로 내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진 않다. 모든 것이 내 선택이었고,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남자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성숙한 내가 되어가는 위한 과정이기도 하고.

10. 정우성은 배우이며,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이며, 영화 제작과 투자도 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든 분야는 뭔가?
정우성: 사생활을 풍부하게 가질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 나도 카페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서 책도 보고, 사람 구경도 하고 싶고, 사소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계속 누군가가 날 알아보고 그럴 테니까. 진짜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롭지만 사람들 사이에 껴서 혼자 있는 시간은 좋은 거다.

10. 한 인터뷰에서 다음 생애는 ‘지금 이 얼굴로 일반인처럼 살고 싶다’고 했던데, 그 얼굴로 사람들 사이 혼자 있는 시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웃음)
정우성: 물론 그 동네에선 유명한 사람이겠지.(웃음) 지금처럼 모든 사람들이 날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 한결 편하지 않을까.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마지막 드라마였던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방송된 지 만 5년이 지났다. 안방극장 컴백 계획은 없나?
정우성: 안방극장에서 매주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짜릿함과 드라마의 파급효과를 알고 있다. 그러나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배우는 언제든지 좋은 작품이 있다면 움직이는 존재니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은 있다.

10. ‘아수라’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정우성: 어떤 영화들은 직설 화법으로 현실을 설명하지만 어떤 영화는 가상으로 만든 세계관에 현실을 빗대어 풍자한다. ‘아수라’는 후자인 것 같다. 시스템과 구조에 가려진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폭력의 피해자들을 지켜볼 때의 통증을 형상화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기엔 힘든 영화다. 내 무뎌졌던 열정이 살아나게 한 그런 영화였다.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업계에 부끄럽지 않고, 자랑할 만한 작품을 만든 것 같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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