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최악의 하루’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최악의 하루’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정경이 있다. 잔잔하게 부서지는 햇살, 그 햇살에 반짝이는 풀잎,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것들. 김종관 감독은 서촌과 남산이라는 공간에 여름의 정취와 ‘진실과 진심’을 둘러싼 남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 에서는 영화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종관 감독과 배우 한예리·이와세 료·권율·이희준이 참석했다.

‘최악의 하루’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린 여주인공 은희(한예리)와 그녀를 둘러싼 세 남자들(권율, 이와세 료, 이희준)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권율은 은희가 ‘지금 만나는 남자’ 현오로, 이희준은 은희가 ‘전에 만났던 남자’ 운철로, 이와세 료는 은희가 ‘오늘 처음 본 남자’ 료헤이로 등장한다. 은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관계의 결이 모두 달라 그 차이가 빚어내는 에피소드를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다.

김종관 감독은 “나는 사람들의 성격이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맺는 관계와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나도 그런 이중적인, 삼중적인 면이 있는데 그런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들을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오(권율)와 은희(한예리)의 연애는 20대 초반의 남녀가 투닥거리면서 하는 느낌이 있는 반면, 운철(이희준)과 은희는 좀 더 농익었지만 좀 더 비겁한 연애를 한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희라는 공통 분모에도 연애의 톤도, 소통의 폭도 달라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묻게 되는 네 남녀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위트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코미디도 깨알같다. 만난 적은 없다 하더라도 들어본 적은 있는 발암 캐릭터 운철과 현오는 묘한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희준은 운철을 “멜로 영화상 희대의 악역”이라고 칭할 정도다. 그는 “대본에서 운철을 보는데 남자가 생각해도 진상일 정도로 심했다. 진상인 남자들을 대표해서 연기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정말 진상으로 연기를 해 봤다”라고 밝혔다. 권율은 현오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종이 한 장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라고 표현했다.

영화에 나오는 서촌의 골목 구석구석과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남산의 산책로는 마치 한 편의 사진전을 보는 듯 하다. 김 감독은 앞서 “도시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는 거다. 사실 서울은 자동차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시다. 하지만 나는 조용한 골목과 공원이 있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서촌에 둥지를 튼 지 햇수로 5년차가 되는 서촌 주민이 담은 서울의 색다른 모습은 낯설면서도 반갑다.

이처럼 풍경과 사람이 가진 다층적인 모습을 김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담아낸 영화 ‘최악의 하루’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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