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함부로 애틋하게’, ‘태양의 후예’ 포스터 / 사진=KBS 제공
‘함부로 애틋하게’, ‘태양의 후예’ 포스터 / 사진=KBS 제공
KBS가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대표 박성혜) 출범을 두고 외주제작 3개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KBS 측은 “다양한 상생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외주제작사는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에 뛰어들면 외주제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몬스터 유니온 설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구 독립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BS에서 설립한 제작사인 몬스터유니온 설립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안인배 코엔미디어 대표이자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장은 “공영방송에서 외주제작사를 설립하면 우리는 설 자리가 없다. 아무리 방송사가 힘들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는 것은 외주 제작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중국이나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KBS 드라마나 예능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 같다. 공영 방송인 KBS가 그런 일을 시작하면 SBS, MBC까지 자회사를 설립해 드라마나 예능을 제작하게 되고, 그러면 외주 제작사가 설 자리는 아예 없어지게 된다”면서 “거대 방송사에서 작은 프로덕션을 인수해서 키워나간다고 하면 거대 방송사만 남고 우리 같은 제작사는 다 없어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독립PD협회 송규학 회장은 “공영방송인 KBS가 제작사를 설립할 것이라면 시청료(수신료)를 포기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측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와 참여연대 등은 안타깝게도 KBS의 진정어린 입장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즉각적으로 입장을 반박했다.

지난 6일 KBS 측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8월 중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와 KBS 미디어, KBS N 등 계열사가 공동 출자한 몬스터 유니온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태양의 후예’를 이을 한류 대작 드라마와 예능 등 한류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KBS 측은 “현재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은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급속히 잠식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은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의 피폐화를 가져올 것이며,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자본이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제작사 설립 이유를 피력했다.

국내의 유능한 제작인력도 중국으로 대량 유출되어 많은 작가와 PD들이 중국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국내 제작환경은 리소스 부족 등으로 제작비가 폭등하면서 킬러콘텐츠 제작은 엄두를 못내는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KBS의 설명.

그러면서 “KBS가 제작사를 설립한 것은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몬스터 유니온은 향후 국내 외주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기존 외주제작사와 공동기획, 공동제작을 통한 다양한 상생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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