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18세
언젠가는 이 두 사람을 방송가 ‘최고의 콤비’라고 부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난 2012년 KBS2 ‘드라마스페셜’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스페셜-상권이(이하 상권이)’의 두 주역 김진우 PD와 유보라 작가가 ‘드라마스페셜-18세(이하 18세)’로 다시 한 번 뭉쳤다.

배경은 이렇다. ‘상권이’의 성공과 함께 두 사람은 각각 KBS 주요 미니시리즈에 투입돼 맹위를 떨쳤다. 지난해 김 PD는 ‘굿 닥터’로, 유 작가는 ‘비밀’로 시청자를 만난 것. 두 작품 모두 시청률뿐만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그리고 2014년,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단막극을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외친 뒤 ‘18세’로 의기투합하게 된다. 어떠한 강요나 회유도 개입하지 않은 두 사람의 자발적인 모의, ‘18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4일 오후 11시 55분 방송을 앞둔 ‘18세’는 한층 성장한 김 PD-유 작가 콤비의 모든 것이 담겼다. ‘18세’는 불안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형제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 PD의 말에 따르면 “‘18세’는 문학적 성향이 강하며 존재 탐구에 집중하는 유 작가와 구성의 미학과 영화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 결합한 작품”이라는 전언. 이 콤비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불안한 청춘’이라는 생각의 불씨가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지를 살펴보는 과정과도 닮아 있었다.

Q. ‘18세’ 방송을 앞뒀다. 소감이 어떤가.
김진우 PD: 우리 두 사람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대화를 많이 했다. 특히 이번에는 지독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지난한 시간이었지, 하하.

Q. ‘상권이’ 이후 두 사람 모두 ‘굿 닥터’와 ‘비밀’로 미니시리즈 작업에 참여했다. 다시 단막극으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하다.
유보라 작가: 작품을 마친 시기가 비슷하기도 했고 단막극 자체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비밀’은 극본공모전 당선작이었지만, 미니시리즈의 특성상 빠듯하게 써내려갔던 경향이 있다. 반면 미니시리즈와 달리 단막극은 창작하는 입장에서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있다.
김진우 PD: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을 마치고 술을 마시다가 ‘한 번 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온 거다, 하하.

Q. 그래서 대화 끝에 나온 주제가 ‘청춘’인가.
김진우 PD: 처음에는 막연히 ‘멜로를 해보자’는 식이었다. 나는 영화 ‘화양연화’ 같은 멜로를 하자고 그랬고 유 작가는 ‘나도 멜로 작가야’라며 거들었다, 하하. 근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기착점은 ‘청춘 이야기’가 됐다.
유보라 작가: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정작 ‘청춘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우리가 굉장히 문제를 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도 한때는 치졸했던 십대였는데, 그걸 기성세대가 된 뒤에 시니컬하게 그리려고 했달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서 ‘가짜’말고 ‘진짜’를 이야기하자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Q. 결과물은 어떤가. 주제가 주제인 만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진우 PD: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막상 다 찍고 나니 조금 의심스러운 지점도 있고, 하하. 다만 표현하려고 했던 건 관계에 대한 문제인데 그 부분의 진정성을 잘 표현된 것 같다.

KBS2 ‘드라마스페셜-18세’의 김흥수, 엄태구, 서영주(왼쪽부터 시계방향)
KBS2 ‘드라마스페셜-18세’의 김흥수, 엄태구, 서영주(왼쪽부터 시계방향)
KBS2 ‘드라마스페셜-18세’의 김흥수, 엄태구, 서영주(왼쪽부터 시계방향)

Q. ‘상권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상권이’는 거의 ‘이문식’이라는 배우가 그려내는 서민의 이야기였고 슬프게도 반전은 없었다. 물론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지만. ‘18세’도 비슷한 느낌일까.
유보라 작가: 결말까지 보면 우울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래도 끝에 뭔가 있다, 하하. 처음에 ‘18세’를 집필할 때 생각의 출발점이 됐던 건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이다. 거기서 앤이 이렇게 말하지 않나.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XX”라고, 하하. 사실 현실이라는 게 어떻게 일방적으로 결론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보니 자연스레 전체적인 분위기도 발랄하게만 갈 수가 없었다.

Q. 그런 의미에서 제목인 ‘18세’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김진우 PD: 사실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하는 인생의 통과 의례와 같은 시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고 또 같은 발음의 욕설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하. 사실 우리는 청춘을 아름답다고 일방적으로 말하지만, 그 과정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그 시기는 정말 힘든 거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우리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 ‘18세’ 속 인물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는 그릴 수가 없었다. 다만 답을 내리지 않는 선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게 이것이다. 그럼에도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Q. 모두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단정 짓기에는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김진우 PD: 유 작가의 대본이 원래 그렇다. 문학적인 느낌이 강하고 행간이 많지. 찍을 때는 아주 고생스럽지만, 연출자로서는 행복한 지점이기도 하다.
유보라 작가: 그거야 내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지는 못하니까 그런 거지, 하하.

Q.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두 사람이 콜라보레이션을 한 듯한 느낌도 든다.
김진우 PD: 정확하다. ‘18세’는 문학적 성향이 강하며 존재 탐구에 집중하는 유 작가와 구성의 미학과 영화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 결합된 작품이다.

Q. 확실히 단막극은 다른 장르에 비해서 자유로움이 있다. 집필하는 입장이나, 연출하는 입장에서도 즐거움이 크겠다.
김진우 PD: 나는 계속해서 단막극을 통해 경험을 쌓고 배우고 있는 거다. 다른 작품을 할 때와는 달리, 단막극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정말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건 단막극뿐인 것 같다. 특히 요즘 드라마 아이템이 다 비슷하지 않나. 드라마 다양성 제고의 측면에서도 단막극의 역할이 작지 않다.
유보라 작가: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막극 경험 자체가 큰 배움의 과정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나가야지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거고.

Q. ‘18세’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나.
김진우 PD: 결과는 장담을 못 하겠다, 하하. 하지만 거리를 두고 찍으려고 했다. 그래야만 더 발칙한 무엇인가가 나오니까. 나머지는 방송을 통해서 확인해 달라.

Q. 마지막 질문이다. ‘18세’를 시청하는 분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나.
김진우 PD: 작품을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해석도 현재 진행형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18세’라는 시기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보셔도 좋겠고 또 그게 아니더라도 그 옛날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만 된다고 해도 의미가 크겠다.
유보라 작가: 십 대의 이야기를 너무 우울하게 그려서 불쾌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책 없는 해결책은 주지 않으려 했다. “한번 살아보면 달라질 거야”라는 말,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해결책을 보여드리려 했다. 그 부분을 유념해서 봐 달라.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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