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영화 ‘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영화 ‘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우리가 우아한 맛은 있지!” 영화 ‘관능의 법칙’은 4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을 내세운 작품이다. 40대 만의 농염한 ‘관능’과 솔직 대담한 대사가 이 영화가 지닌 특징이다. 도발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웃음 가득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하다. 무엇보다 제목에서 전하는 강렬한 느낌(?) 때문에 뭔가 화끈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보다 더 화끈하고 도발적으로 권칠인 감독과 이수아 작가 그리고 텐아시아 황성운, 정시우 기자가 ‘19금’ 토크를 나눴다.

정시우 기자(이하 정) : 초반은 굉장히 ‘핫’한데 후반은 너무 해피하다. 영화의 인상은 마지막이 결정짓는데 너무 착하게 끝난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황성운 기자(이하 황) : 분명 ‘핫’한 뭔가를 기대하고 봤다가 실망하는 대중도 있을 거다.
권칠인 감독(이하 권) : 실제 공모전 시나리오는 엔딩이 조금 다르다. 미연(문소리)-재호(이성민) 부부와, 신혜(엄정화)-현승(이재윤) 커플의 결말이 조금 바뀌었다.
이수아 작가(이하 이) : 해영(조민수)은 암도 있고 남자(성재, 이경영)도 있는 설정으로, 나머지는 당당하게 알아서 잘 살아가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그런데 심재명 대표(‘관능의 법칙’을 제작한 명필름 대표)님이 40대 여자를 응원하는 분위기로, 해피엔딩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하셨고, 나 역시 공감했다.
정 : 40대 여성의 성을 제대로 다룬 작품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서 오는 기대심리들이 있을 거다. 화끈하지 않을까,하는.
권 : 블라인드 시사 때, 내 옆에서 작가님이 봤는데 굉장히 민망해했다. 배우들의 노출 신이 나올 ? 화면도 제대로 못 쳐다 보더라.
이 : 그 때는 엄정화 씨의 섹스신 분량이 지금보다 많이 길어서.(웃음)
정 : 기대했던 것과 비교해서 어떤가. 영화가 관능적으로 나온 것 같나?
이 : 배우들이 잘해줬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섹시하게 나온 것 같다.
권 : 제목이 ‘관능의 법칙’인 만큼 고민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야해야 하는데 그 야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단지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관능적인 느낌을 주려고 고민했다. 엄정화 씨의 러브 씬을 길게 찍었는데 아까 말했듯 최종적으로 조금 짧아졌다. 저만큼만 쓰려고 길게 찍었느냐는 소리도 들었다.(웃음) 문소리 이성민 씨는 시나리오상에서는 가공된 느낌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느낌으로 바꿔 버리더라. 그래서 정말 좋았다.

“욕망하는 여성에 대한 불편함”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권칠인 감독(왼쪽), 이수아 작가.

정 : 처음 제목은 ‘관성의 법칙’이었던 걸로 안다.
이 : 공모전 상을 받을 때부터 ‘관능의 법칙’이었다. ‘관성의 법칙’은 혼자 고민했을 때 생각한 제목이다. ‘성’자를 넣어서 관성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넣고자 했다. 이면적으로는 20대 때나 40대 때나 성적인 건 똑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랬는데 뭔가 SF 같기도 하고…
권 : 침대 공학에 나올 법하다. (모두 웃음).
이 : 그런 것 같아서 ‘관능’으로 바꿨다. 관능이란 말이 생각해보니 그냥 ‘섹시’하다는 건 내가 객체가 된 느낌이라면, ‘관능’은 자기가 주체가 되는 섹시함인 것 같았다. 40대에도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 : 토크를 약간 ‘19금’ 쪽으로 몰아가보려고 한다. ‘관능의 법칙’인데 감독과 작가가 생각하는 ‘관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라 생각하나.
이 : 빤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를 잃지 않는 것, 관성적으로 살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중요한 것 같다.
권 : 비슷하다. 포기하지 말고, 길들여지지 말자. 또 수위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없어진 여성 전용 성인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 가면 ‘오르가즘을 갖자’라는 팝업창이 뜬다. 오르가즘을 느낀 여자와 안 느낀 여자는 많이 다르다는 거지. 스스로가 주체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 : 남자 40대는 관능적인 느낌이 있는데 여자 40대는 뭔가 저물어가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묻고 싶은데 감독 입장에서 ‘여자 40대’, 어떻게 생각하나? 섹시해 보이나?
권 : 농익은 느낌은 확실하다. 30대 후반부터 여자로서 느낌들이 익어가는 거 아닐까.
이 : 올해 39살 인데 감독님 말씀대로 ‘괜찮지 않나’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웃음). 이번에 깜짝 놀란 게 영화 관련 댓글을 보는데 진짜 ‘헉’ 했다. 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 반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우리 영화 재밌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걱정이다.
권 : 아. ‘늙은 년들이 뭔 지랄이야’ 같은 댓글? (모두 웃음). 욕망하는 여자들에 대한 불편함을 갖고 있는 사회인 것 같다.
이 : 그게 너무 느껴진다.
권 : 남성들은 욕망하는 여성들이 불편한 거다. 그 여성들이 20대면 좋다. (웃음). 근데 40대가 욕망하는 건 싫은 거지. 그런 거 아닐까.
이 : 그게 강해서 깜짝 놀랐다. 심재명 대표께서 50대에서 40대로 낮추자고 한 건데 잘 한 것 같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50대였으면 정말 야단났겠구나 싶다.
권 : 그런 댓글은 아예 취급을 안 하면 된다.
이 : 기사들도 ‘40대 언니들의 OO’ 이렇게 많이 나오기도 하고, 남자들은 공감하기 힘들다고 그러고.
황 : 재미와 이해, 공감은 분명 다른 지점이라고 본다. 재미는 분명 있다. 그런데 40대의 여성과 남성, 그게 부부가 됐던 사회적 관계가 됐던 성적 요구 사항이 와 닿지 않는 거다. 왜냐고? 40대가 아니니까. 그리고 여자 중심이다 보니 남자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권 : 20대는 정서가 아니라 정보로 이해하면서 상황 극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모두 : 아. 그럴 수 있겠다.

“일주일에 3번을 요구하는 여자, 실제로 있나?”


이수아 작가
이수아 작가
이수아 작가

황 :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게 미연(문소리)은 관계를 맺기 전에 젤을 사용한다. 그게 일반적인 상황인가.
이 : 사실 처음 대본에는 50대 여성이었다. 아이를 유학 보내고, 신혼처럼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거다. 지금 영화에선 재미와 유흥을 위한 느낌이 있지만, 애초엔 짠한 느낌이었다.
황 : 짠한 느낌이라. 쉽게 와 닿진 않는다.
이 : 나이가 어려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원래는 하고는 싶으나 몸이 안 따라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스트레스가 심하면 가장 먼저 나빠지는 게 자궁 쪽이다. 또 의외로 40대만 되도 자궁근종 등으로 고생하는 여자들도 많다.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정 : 자궁이 원래 예민한 부분이라서.(웃음) 그건 그렇고 극 중 문소리는 남편에게 일주일에 3번을 요구한다. 그건 거의 판타지 아닌가.
이 : 뭐라고 해야 할까. 남자들은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이런 농담하지 않나. 자기 과시하는 의미로.
권 : ‘하룻밤 3번’이겠지. (모두 웃음).
황 : 그건 신혼 때나.
이 : 아무튼 남자들이 허세를 드러낼 때 하는 ‘일주일에 3번도 거뜬해’와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여자들이 있다. 섹스를 하고 싶다가 아니라 난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거지. 이런 말도 있지 않나. 남자의 경우 다양한 상대한테 사랑받는 걸 자랑스러워하는데 여자는 한 사람한테 오래도록 사랑받고 싶어하는 로망이 있다고. 그런 부분인 것 같다.
정 : 여자는 한 사람에게? 글쎄. 여자로서 공감이 잘.(웃음)
권 : 10년 전 쯤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그 선배 아내가 에어로빅 강사다. 그 형은 시나리오 작가고. 집에서 작업하다가 술도 마시는데, 아내가 오면 술을 감춘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내가 오면 같이 술을 마시고, 그러고 나면 꼭 해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춘다고. (웃음).
이 : 여자가 일주일에 3번 요구하는 걸 다들 이상하게 보긴 하는 것 같다. 남자가 그랬다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텐데 말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여자가 있어, 없어’로 이야기되는 게 약간 아쉽다.
권 : 그런데 미연의 경우 단지 섹스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인 거다. 사랑을 확인받을 수 있는 게 섹스인 거고.
황 : 섹스가 아닌 뭔가 다른 식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남자에게 섹스라는 건 유희적 측면도 큰데, 여자들도 유희적인 측면에서 섹스를 하는 경우가 있을까 싶은 거다.
정: 선배가 여자를 모르는군.(웃음)
권 : 힌트는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수정작업에서 없어졌다. 미연이 재호한테 손 편지를 요구한다. 러브레터를 받고 싶다고. 손 편지가 좀 각별하니까.
정 : 내 생각엔 그런 것 같다. 섹스를 통해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것도 있지만,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있나 없나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 나라면 그게 더 클 것 같다.
이 :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살다보면 끈끈함이 생기는데 어떨 땐 군대 동기 같은 느낌이다. (모두 웃음). 그냥 우정도 아니고 군대 동기. 그런데 결혼 하신 분들은 재호가 경찰서에 와서 아내를 위해 난동 피우는 씬을 좋아하더라. 아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딱 받은 거지. 결국 섹스보다 중요한 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권 : 그래서 그랬나. 촬영장에서 30대 후반의 기혼인 여자 스태프가 그 장면 보고 울더라. ‘재호 멋있어요’ 이러면서.
이 : 사실 성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사랑해 달라는 의미가 맞다. 극 중 해영이 수술 후에 배변 주머니를 한 채 섹스를 하는데 그것도 같은 의미다.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섹스신을 넣은 건, 그냥 나를 보살펴 달라는 느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 줬으면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안아주기만 했다면 돌봐주고, 보살펴주는 느낌이었을 거다. 그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다.
권 : 여성성의 회복이라고 개념 할 수도 있다.

“결혼할 때 속궁합은 정말 중요한가요?”


이수아 작가(왼쪽), 권칠인 감독.
이수아 작가(왼쪽), 권칠인 감독.
이수아 작가(왼쪽), 권칠인 감독.

정 : 결혼에 있어 ‘속궁합이 중요하다’고 흔하게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이 : 어차피 맞춰가는 과정이다. 속궁합은 내가 이런 이야기까지도 할 수 있는, 그런 대화가 되는 남자가 맞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 같다.
황 : 그 말에 절대 동감한다. (웃음).
이 : 내 몸을 이용해 너를 즐겁게 해주는 게 섹스냐, 아니면 네 몸을 이용해 내가 즐겁게 하는 게 섹스냐 했을 때 전자의 자세가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다.
정 : 30대 남자가 생각하는 속궁합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황 : 작가님의 말에 공감한다. 깊은 곳까지 대화할 수 있는,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어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아내(또는 남편)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이해가 바탕이 되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속궁합이란 게 섹스에 대한 것도 있지만, 좀 더 큰 의미에서 ‘속에 대한 궁합’이 아닐까 싶다.
정 : 감독님은?
권 : 글쎄. 캐릭터의 문제인데…. 이건 너무 비겁한 대답인데. (웃음).
정 : 미혼의 입장에선 궁금한 문제다.
권 : 섹스도 궁합의 한 종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궁합이 있다. 어쨌든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확실히 중요한 것 같다.

“극 중 재호는 바람 핀 여자와 섹스를 했을까요?”


권칠인 감독
권칠인 감독
권칠인 감독

권 : 작가님께 질문 있습니다. 재호는 바람 핀 여자와 잤을까요?
이 : 원래 설정에는 분명 잤다. 낚시 가는 것만으로 외도를 알진 못한다. 잠자리를 하다가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가령 늘 하던 건데 동선이 엉킨다거나, 그런 느낌이다.
황 : 자지 않았다에 한 표.
정 : 난 했다고 본다. 이야기의 흐름상 자야 맞는 거 아닌가.
황 : 미연과 재호의 모습을 보면 안 했다고 보는 게 맞다. 두 사람처럼 오래 살다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느낌이 올 때가 있다.
권 : ‘순간의 낯설음’ 같은 거. 이성민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실제 시나리오에선 잔 걸로 돼 있었다. 그리고 촬영을 시작하는 데 그 부부의 사랑이 느껴지는 거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이 : 이성민 씨가 들어와서 러블리하게 된 것 같다. 본인 캐릭터도, 미연 캐릭터도 러블리 하게 살려준 것 같다.
정 : 원하시는 대로 받아들이길. 그리고 남자들이 느껴질지 모르겠는데 이경영 씨 정말 섹시한 느낌이 있다.
황 : 중년의 섹시함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권 : 조민수 씨 표현으론 흘리고 다닌다. (웃음). 뭔지 모르겠는데 연기가 깊어졌다. 그리고 첫 촬영인데 내 손을 자기 가슴에 대고, ‘이 두근거림이 느껴지냐’고 하더라. 멜로 연기 다시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 : 배우들도 실제 로맨스를 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역할로도 멜로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있나 보다.
황 : 나도 질문. 극 중 해영은 딸과 야동을 보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정 :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아닐까.
이 : 엄마랑 어릴 적부터 그렇게 지내왔으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엄마 혼자 키운 경우에는 딸이 아빠 노릇하는 느낌도 있다.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살긴 하지만, 투덜거리면서 엄마의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채워가면서 커가는 게 있다. 영화 속 딸의 느낌은 그런 거였다.
정 : 그래서 그 딸이 부러웠다. 열심히 사랑하려는 엄마를 둔 딸이.

정리.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진행.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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