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쪽) 최행호PD
‘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쪽) 최행호PD
‘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쪽) 최행호PD

가구 4곳 중 한 곳이 1인 가구라는 대한민국에서 싱글족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솔로 이코노미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2014년, 이제 ‘나 혼자 산다’는 싱글족의 일상은 더 이상 애처로운 시선을 받아야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물론 혼자 산다는 것은 고독과 친해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파도 슬퍼도 힘들어도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은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하지만 아프고 슬프고 힘든 문제들이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자체로 해결될 수 없다.

싱글족의 일상을 훔쳐보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을 통해 2014 싱글족의 여러 유형을 분석해보았다. 자발적 싱글도, 비자발적 싱글도, 그리고 새내기 싱글과 돌아온 싱글 등 다양한 형태의 싱글의 일상이 우리시대를 수놓고 있었다. 이들의 일상을 통해 알 수 있는 싱글족 전성시대의 진리는 바로 이것이었다.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더불어도 잘 산다!

‘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 최행호PD
‘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 최행호PD
‘나 혼자 산다’ 오윤환(왼) 최행호PD

Q. 최근 들어 출연진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나 특별출연한 홍석천과 최근 고정으로 확정된 파비앙의 경우, 색다른 출연자라는 점에서 프로그램 전반의 변화도 예상된다.
오윤환 :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맞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 다른 부류의 사람도 있다. 후자를 보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어떤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덜었으면 한다. 좀 더 나아가 후자 중에는 당연히 소수자도 외국인도 있을 수 있는데, 그들에게만 유독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있지 않나. 다 똑같고 또 다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프로그램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윤환 : 그런 부분은 주로 인터뷰 속에 녹여서 푼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송됐을 무렵에야 그런 부분을 다룰 수 있었지만,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까지 그 부분을 계속 다룰 필요는 없다고 봤다.
최행호 : 대놓고 다루기 보다는 주로 아이템이 묻어나온다. 또 그 부분을 전제로 깔고 가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최근 기사에 그런 지점에 있어 공감이 사라졌다, 애환이 없어졌다는 평들도 있던데, 반복이 되다보니 피하려는 의도가 있기도 했다. 고민이 되는 지점이긴 하다.

Q. 싱글 이코노미가 생길 정도로 1인 가구수가 꽤 많이 늘어난 시대임에도, 여전히 혼자 산다고 하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출연자들 섭외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오윤환 : 자기 삶을 오픈할 용기가 있다면이라는 전제 하에서 연예인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Q. 전 회원이 남자인 이유는 무엇인가.
오윤환 : 아무래도 모든 것을 오픈한다는 점에 있어 남자들이 훨씬 더 부담없어 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부시시한 모습까지 보여줘야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쉽지가 않다.



‘나 혼자 산다’ 최행호(왼) 오윤환 PD
‘나 혼자 산다’ 최행호(왼) 오윤환 PD
‘나 혼자 산다’ 최행호(왼) 오윤환 PD

Q. 과거에는 무지개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하는 자리도 있었는에 최근 방송에서는 그런 자리들은 보이지 않더라.
최행호 : 전체 정기모임을 매회 15분 정도 방송했었지만, 굳이 그 모임이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했다. 액티비티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만 나누곤 해서 큰 재미가 없더라. 작년 추석을 기점으로 그 대목은 빼기로 했고, 대체할만한 것을 찾다 ‘더 무지개 라이브’ 코너를 생각했다.
오윤환 : ‘더 무지개 라이브’ 코너는 초심을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매회 출연자들이 집에서 혼자 있는 모습만 보여줄 수가 없다. 그래서 나가서 등산을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 생활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또 초심을 잃었다고도 하신다. 그런 초심을 계속 보여주기 위한 코너가 ‘더 무지개 라이브’다.

Q. 매회 보여주는 각 출연자들의 테마는 함께 결정하는 것인가.
오윤환 : 그렇지. 만약 제작진이 어떤 것을 해보자 제안해도 출연진이 ‘나와 안맞는데’ 라고 하면 못한다. 기본적으로 이 사람의 삶이 묻어나야하는 것이니까. 출연진들과 자주 연락을 하고, 출연진들이 ‘이번에 어디를 가게 됐는데 혹은 이걸 해보게 됐는데 프로그램에 넣어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오면 함께 진행시켜나가는 식이다. 출연자들과 자주자주 이야기를 해야 아이템을 놓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양요섭 씨가 강아지를 분양받아 기르기 시작했는데, 분양을 받고 난 다음에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순간 ‘앗, 아이템 하나 날아갔다’ 싶었지(웃음). 그리고 확실히 김광규 씨나 데프콘 씨처럼 연예인이 되기 이전 기간이 길어 자기 생활이 있는 분들은 소소하게 공감이 가는 디테일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김민준 씨처럼 액티비티한 취미가 있는 사람은 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연예인들이라 일반인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잘 안다. 그 안에서 최대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코드를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Q. 그렇다면 다른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촬영일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겠다.
최행호 : 그렇다. 촬영일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Q. 연출하는 입장에서 가장 능숙하게 혼자 살아가는 멤버는 누구인가.
최행호 : 나는 김용건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집도 항상 깔끔하게 해두시고 음식도 잘 해드신다.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도 꾸준히 하시고 무엇보다 일을 꾸준히 하시면서 주변에 베풀어가며 굉장히 잘 지내신다. 시간도 허투로 소비하지 않으시고 긍정적인 분이다.
오윤환 : 아, 김민준 씨도 혼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잘 아는 분이다. 혼자 먹더라도 스타일리시하게 챙겨먹는다. 실제로 그런 노력들을 하면 확실히 덜 외로워지는 것 같다. 또 데프콘의 경우,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필요한 것 같다.

Q. 전현무 씨는 어떤가.
오윤환 : 혼자 살아가는 것에 서툰 지점이 많다. 독립을 했지만 혼자 살고자 하는 마인드 자체는 약하다. 이 삶을 관리해나가는 스킬도 취약하다.



‘나 혼자 산다’ 오윤환 최행호PD가 편집실에서 한창 작업 중이다
‘나 혼자 산다’ 오윤환 최행호PD가 편집실에서 한창 작업 중이다
‘나 혼자 산다’ 오윤환 최행호PD가 편집실에서 한창 작업 중이다

Q. 김광규 씨의 실은 이 중에서도 비자발적인 싱글이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하는 멤버인 것 같다.
최행호 : 아무래도 일반인과 공감 코드는 많은 멤버다. 거부감도 적은 멤버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특히 더 좋은 일에 기뻐해주고 그렇지 못한 일에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Q. 김광규 씨가 로마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 이후에 감지되는 변화는.
오윤환 : 김광규 씨의 로마여행 편은 정말 철저하게 개입하지 않은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선발대가 먼저 가서 출국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는데, 김광규 씨가 도착했을 때 인사도 하지 않고 찍었다. 나중에 김광규 씨가 ‘인사는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그 정도로 제작진이 말을 걸지 않고 혼자 여행하는 것을 내버려뒀다. 회식도 일절 없었고, 길을 잃고 가면 제작진은 그걸 그대로 따라갔다. 식당 조차도 미리 섭외하지 않고, 김광규 씨가 들어가볼까 기웃거리시면 코디와 작가가 들어가 촬영협조를 구해 바로바로 촬영하는 식이었다. 관찰 예능이다보니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런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김광규 씨가 ‘아, 로마에 3일만 더 있다가 올걸’이라고 하시더라. 그걸 보면서 ‘아, 이 분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혼자 여행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보다’ 생각하게 됐던 일이 있었다.

Q.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사실 그닥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다보면 반복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텐데, 앞으로도 해외여행 등의 아이템들이 다뤄지게 될까.
최행호 : 장기적으로 할만한 것을 해볼까 하고 있다. 여행이라면 여행이 될 수도 있고, 현재 진행 중인 김민준 씨의 금연이 예가 될 수 있다.

Q. 사람들이 흔히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이유’로 아프거나 힘들 때 함께 있어줄 누군가의 존재를 드는데, 사실 꼭 같이 살고 있다고 해서 그런 문제들이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혼자 사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런 문제들의 해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오윤환 : 글쎄.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역시 혼자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 데프콘의 경우 그것이 애니메이션이고, 김민준도 혼자 굉장히 잘 논다.|
최행호 : 출연자들을 보면 바로 그 지점에서 갈린다. 전현무 씨의 경우 워낙 부모님 집에 오래 살다 막 독립을 해서 혼자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별로 없다. 일 욕심만 많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집에 와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요리나 세탁같은 기본적인 생활도 잘 못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Q.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만큼, 드라마나 예능에서 싱글족을 묘사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 과거에는 결혼에 이르는 과정으로 묘사한 반면, 요즘은 그것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목적이 된 느낌이다. ‘나 혼자 산다’가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오윤환 : 방송상에서의 흐름은 그럴 수 있겠지만, 대중 전체의 관심은 사라질 것이라 본다. 혼자 사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자각을 하는 시대인만큼, 당연해지는 것에 대한 관심은 사라질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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