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오 마이 베이비’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오! 마이 베이비’ 2회 2014년 1월 20일 오후 8시 55분

다섯줄요약
임현식은 손주 주환과 함께 이계인의 집을 찾는다. 이계인의 닭장에서 냄새가 난다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주환은 어느새 익숙해져 한층 능숙한 솜씨로 닭분뇨를 치우는데 앞장선다. 주환은 선물 받은 암탉에게 ‘불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마당에서 뛰어놀지만 집에 있던 개 장금이와 베베가 새로 온 닭을 쫓자 닭은 놀라 도망친다. 이은은 아토피가 심했던 딸 셋을 위한 건강식 밥상을 준비한다. 정성을 들여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가운데 오랫동안 건강식을 먹어온 첫째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한편 미르의 조카 하진이는 할머니와 엄마, 고모 등 외에도 많은 여성들에 둘러싸여 사는 환경 때문에 액세서리나 매니큐어 등에 관심이 많다. 2014년부터 여섯살이 되는 하진이가 더 이상 여탕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기 위해 삼촌 미르는 하진이를 남탕에 데리고 간다.

리뷰
편성상으로는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동시간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드라마, 뉴스, 그리고 인포테인먼트여서 장르 상 겹칠 염려가 없었다. 지난 추석 때 파일럿으로 내보낸 결과도 (내부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듯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유사 프로그램들인 MBC의 ‘아빠 어디가!’와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저녁시간대를 공략하며 상호 간 맞불작전을 놓고 있는 데서 ‘오! 마이 베이비(이하 오마베)’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뚜껑을 여는 일’밖에는 없었다.

지난 주 첫 방송이 화제가 되었던 건 ‘뚜껑을 열어보니 참 알차더라’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룹 샤크라의 전멤버였던 이은의 화려한 생활이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이번 주 방송에도 그 ‘화려함의 후광’은 이어졌다. 다수의 아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승마와 같은 취미를 즐기는 이은의 아이들의 모습이 내용의 일부를 이뤘고, 이어 나온 관련 보도들도 모두 그와 같은 생활에 초점이 놓여있었다. 물론 문제는 ‘오마베’가 상류층의 모습 자체를 다루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조명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인지 시청자가 이해하는 데 큰 실마리를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오마베’는 앞서 언급한 다른 두 유사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설정을 가진다. 두 프로그램이 모두 ‘아빠’를 아이와 함께 서사의 중심에 넣는 것과는 달리, ‘오마베’는 할아버지, 엄마, 할머니 또는 삼촌과 함께 주변 가족들을 모두 전면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는 ‘엄마의 귀환’을 통해 엄마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보다도 주변인물들의 역할이 한층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설정이 가지는 약점은 시청자 입장에서 누구를 보아야하는지, 즉 누구에게 이입해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지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편 ‘오마베’는 아이들의 실제 생활공간에서 관찰한다는 관점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조금 더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만, 구성 상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매 회 큰 주제를 가지고 네 가정의 이야기를 한데 버무리는 데 반해 ‘오마베’는 각 세 가정의 이야기 안에 작은 주제들을 집어넣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아직(이라고 믿고 싶다) 그 작은 주제들이 완결된 에피소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감성을 따라간다고 하기엔 호흡이 너무 짧다는 느낌을 준다.

2회만으로 모든 것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 1회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지금의 구성과 설정에 안주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소위 말하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 너무도 흔해진 지금의 시점에서 2번째 후발주자도 아닌 3번째 후발주자의 프로그램을 봐야만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냥 그 시간대에 볼 게 없어서’란 시청자의 소감보다는 조금 더 나은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다포인트
-어쩌다 ‘꼬꼬’라는 이름의 닭이 갑자기 ‘불닭’이 되었나요? 혹…시…아시는 분?
-미르 씨는 뭔가 ‘생활밀착형 예능’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인 듯 하네요. (자연스럽단 얘기에요.)
-아참, ‘오마베’보다 먼저 시작한 유사프로그램으로 tvN의 ‘꼬꼬댁 교실 in 베트남’도 있었네요. 그 프로도 참 콘셉트는 명확한데 말이죠.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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