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누나’ 방송화면
‘꽃보다누나’ 방송화면
‘꽃보다누나’ 방송화면

tvN ‘꽃보다 누나’ 3회 2013년 12월 13일 금 오후 10시 20분

다섯 줄 요약
여행에서의 첫 밤을 무사히 보낸 일행. 승기는 심기일전하여 여행 가이드로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터키에서의 일정을 무리 없이 마친다. 톱카프 궁전과 블루모스크 관람을 마친 이들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이동한다. 미리 짜 온 동선에 따라 실수 없이 움직이려 두 번, 세 번 체크하느라 늦어지는 승기를 믿지 못하는 누나들. 예약해 둔 숙소를 만족스러워 하지만, 욕실이 1개 뿐이라는 것에 불편해 한다.

리뷰
본격적으로 ‘이승기의 서사’로 들어선 ‘꽃보다 누나’는 한 층 더 깊어진 ‘짐 승기의 성장기’를 공들여 훑는다. 이승기는 터키에 오면서 했던 어설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꼼꼼히 동선을 짜고,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칭찬도 잘 하지만, 까칠함 역시 감추지 않는 여배우들 앞에서 이승기의 서사는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시선 역시도 전날과 달라진 이승기의 변화를 살펴나가는 데 주력했다. 꼼꼼히 작성한 메모 노트와 전일에 헤매던 모습을 교차편집하며 이승기가 이제 ‘짐꾼’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보는 이들이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기에 필수적인 서사, ‘꽃보다 누나’는 그 서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이승기의 성장을 통해 이를 충족시켜 나간다.

본격적인 크로아티아 여행이 시작되면서, 이승기의 성장과 함께 누나들의 캐릭터에도 카메라는 시선을 둔다. 애초에 별로 친할 일이 없었을 네 명의 배우의 역학관계와 이야기들은 여행 말미 쌓여가는 감정들이 적절히 돋보일 수 있도록 조금씩 기초를 다져나가고 있다. 김희애와 이미연의 관계나, 이들을 바라보는 윤여정과 김자옥의 관계는 아직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조금씩 훗날을 위해 예비해 두는 느낌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jTBC ‘썰전’을 통해 허지웅 역시 지적했듯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까지 지나치게 편집과 자막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몰입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있다.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 외국인들의 무심한 표정에 굳이 상황과 어울리는 리액션을 보여주려 자막을 넣는 것이나, 혹은 무생물을 의인화하며 자막을 넣어 리액션을 강요하는 방식은 상당히 올드하게 느껴진다. ‘1박 2일’이 일반 시청자들과 다이내믹하게 호흡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해외 여행인 ‘꽃보다 누나’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제작진은 무리한 자막과 의인화를 시도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부분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여행을 주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또 어쨌거나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야만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숙명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훌륭한 그림이 될 수 있는 여지와 간접 경험을 통한 대리 만족을 줘야 할 부분을 굳이 자막이나 의인화로 채워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꽃보다 누나’(나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것은 과도한 편집과 개입이 이루어진 부분이 아니라, 하루 일과가 모두 마치고 난 뒤 숙소에 모여 나누는 이야기들이고 길을 찾아 나서는 인물들의 사연이다. 굳이 자막과 불필요한 리플레이가 없이도 충분한 몰입과 재미가 가능한다. 인물들 간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내용들이 굳이 불필요한 방식까지 개입되는 순간, 흐름이 끊어지고 불필요한 방향 제시에 프로그램을 읽는 것이 불편해진다.

사람들이 소위 ‘관찰 예능’이라 불리는 프로그램들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작위적으로 강요된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대와 진정성이 높은 장면들에 그 만큼 매료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각 캐릭터들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서사에 적절히 개입하되 보여주는 데 있어서 맥락을 충분히 살려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 ‘꽃보다 누나’는 그 중간 지점 즈음 들어와 있다. 그들이 숙소에 다다르고, 길을 찾는 것은 ‘관찰’에 의한 부분이지만 그 외의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존 버라이어티들처럼 과한 편집과 자막으로 이를 대체한다. ‘꽃보다 누나’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진짜 옳은 것’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분명 ‘꽃보다 할배’에 비해 ‘꽃보다 누나’는 화제성은 높을 지언정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아니다. 뛰어 넘기 위해 필요한 숙제를 이제는 스스로 풀어야 할 때다.

수다 포인트
- 언제나 ‘확실’해야만 움직이거나, 말하는 이승기. 오랜 연예계 생활 끝 어떤 자기 방어처럼 느껴져서 누나의 마음으로 저도 모르게 안쓰럽다.
- 김희애의 ‘느낌 아니까~!’ 혹시 정말 ‘느낌 아니까?!’
- 남자 많은 곳의 여자는 공주, 하지만 여자 많은 곳의 남자는 바보. 여배우들 사이의 짐꾼은?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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