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9′ 이루다가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있다
‘댄싱9′ 이루다가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있다
‘댄싱9′ 이루다가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있다

이루다, 완벽한 발레리나라는 것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우아한 자태. 그러나 기대하고 있는 방향과는 늘 다른 것을 드러내는 신비한 그녀의 여운.

이루다의 첫 등장, 마스터 박지우는 “게임 셋”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춤을 잘 몰랐던 이들도 게임 셋에 철저하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강렬했다.

완벽한 ‘블랙스완’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나탈리 포트만에 의해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의 이루다는 어느 토요일 밤 우리에게 또 하나의 완벽한 블랙스완으로 다가왔다. 길게 쭉 뻗은 팔위로 흡사 한 마리의 흑조가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실감한 것은 허구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완벽한 그녀는 Mnet ‘댄싱9′에서 항상 무용수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설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무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나 적다”고 말하는 그녀에 대해 그래도 여전히 오해했던 것이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니버설발레단 단원이기도 한 이루다는 그래도 무용계에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승승장구한 케이스 아닌가. 시스템이 키워낸 인재 정도로 그녀를 오해했던 것을 고백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이루다는 시스템이 요구한 것을 정확히 밟아 올라간 엘리트의 프라이드가 아닌 오히려 시스템에 저항해온 반항아의 영혼을 말했다.

“어릴 적부터 예중 예고를 거쳐 대학교에 대학원까지 열심히 했지만 사실상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했지만, 관심은 다른 곳에 있어 ‘딴짓’을 많이 했다. 안무를 해도 정통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의 느낌이 나는 것들을 했고, 어떨 때는 가요나 힙합으로 안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눈에 띄는 학생이었는데, 교수님들이 예뻐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은근한 반항심이 늘 있었다. 예의는 바른 편이었지만, ‘난 시키는 대로 하지는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루다의 이런 자유분방함은 타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필수였던 ‘댄싱9′의 성격과 맞아떨어졌다. 사실 프로그램 전에도 이루다는 스트리트댄서들과 인맥이 있어 함께 공연을 하려고 시도를 해왔는데, 정말 제대로 타 장르와 소통과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댄싱9′이었다.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었다”며 ‘댄싱9′과의 추억을 곱씹는 그녀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무대 위에 있는 듯 한 표정이다.

무용수 이루다가 춤을 추고 있다
무용수 이루다가 춤을 추고 있다
무용수 이루다가 춤을 추고 있다

이런 그녀의 행보에 대해 주변의 발레리나들은 ‘용기’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반대를 했었다. ‘댄싱9′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히스토리가 없다보니, 아마도 ‘스타킹’ 류의 프로그램 정도로 이해하신 듯 했다. 하지만 설득을 했고 나갔다. 부모님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여자 무용전공생들 모두가 겁을 내더라. 사실 그들이 용기를 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보여지는 시선들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세계다. 게다가 방송에 출연한다고 하면 다들 ‘연예인 되려고 한다’라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런 시선 속에서 나는 그저 솔직해지려고 했다. 울고 싶을 때는 울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그런 모습들 덕인지 그렇게 나쁜 평을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도 이제는 나가보고 싶어 한다.”

이루다의 이색경력은 하나 더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지난 8월 발매한 음반이 하나 있다. ‘Black Toe’라는 곡인데, 그녀가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도 공개돼있다.

“친구(소울 보컬리스트 알샤인)와 함께 작업했다. 이 앨범은 가수의 앨범이라기보다 뮤직비디오를 위한 음원이다. ‘댄싱9′ 이후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전공이 발레인데, 발레도 다양한 색깔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하게 된 작업이다.”

2013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 무용수 이루다. 그녀가 품고 있는 세계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글, 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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