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박
반듯한 외모, 착한 심성, 매력적인 중저음… <슈퍼스타K2>의 존박을 생각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다. 여기에 ‘미국에서 온 엄친아’ 이미지까지 겸비한 존박은 등장하자마자 인기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최근 방영되고 있는 Mnet <방송의 적>에서 존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카메라를 보며 어리둥절하다는 듯 눈을 꿈뻑거리고, “방송국 놈들”이라며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게다가 미국 팝가수 비욘세에게 빙의한 듯 신들린 춤사위까지 선보였다. 실제 본인의 모습인 것처럼 실감나게 ‘바보허당’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 반듯한 이미지로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도 든다. 그러나 그의 공든 탑은 무너지기보다 오히려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존박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의 반응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도대체 이 남자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Q. 지난 6월 28일, 소수의 팬들을 모아 앨범 VIP 시사회를 열었다. 오랜만에 만난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3일 자신의 첫 정규 앨범를 공개한 존박은 ‘싱어송라이터’로 발돋움하면서 자신의 공든 탑을 더욱 높이 쌓으려 하고 있다. 총 11곡이 수록된 존박 1집 앨범에는 자작곡이 5곡이 수록됐다. 차분한 듯하면서도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또 어쩔 때는 감미롭고 다양하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폭넓은 보컬을 담았다는 이번 앨범에서 <방송의 적>을 통해 폭넓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존박의 도전이 느껴졌다. 약 1년 반 만에 자신의 앨범으로 돌아온 그 남자, 존박을 1일 텐아시아 인터뷰실에서 만났다.
존박 :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니 좋았다. 특히 자작곡 반응이 좋아서 힘이 나더라.
Q. 이번 앨범에는 자작곡 5곡이나 들어있더라. 작년 첫 앨범이 김동률의 비중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홀로서기 앨범으로 보인다.
존박 : 김동률 선배가 첫 앨범을 많이 도와줬다. 그때는 한국말도 미숙하고 첫 앨범이기 때문에 많이 따라가고 배우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직접 프로듀싱도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챙기면서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 혼자해도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Q. 정원영, 이승열, 이상순 등 뮤지션들의 앨범 참여도 돋보인다.
존박 : 이적과 이상순은 같은 소속사라 워낙 친한 사이다. ‘철부지’와 ‘다시’라는 노래를 작사해준 이적은 워낙 친한 사이라 편하게 부탁했다. 이상순에게도 옛날부터 부탁했더니 드디어 하나 써주셨다. 정원영 교수님은 예전부터 친분이 있어서 남는 곡이라도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어디있나요’를 써주셨다. 자작곡 ‘Too Late’의 경우에는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누구한테 부탁하면 좋을까 고민했더니 이승열의 음악이 떠올라서 친분이 없었는데도 부탁을 드렸다. 흔쾌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자작곡 ‘Too Late’는 앨범에서 가장 차분하고 스케일도 크고 드라마틱하다. 노래를 부를 때 표현하기 힘들지는 않았나?
존박 : 밖에서 술 먹다가 집에 밤늦게 들어가서 코드를 쳐보다 멜로디를 불렀는데 ‘괜찮네?’ 싶어서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다. 의도했던 것보다 웅장하게 편곡됐다 내가 작곡한 노래여서 자연스럽게 불렀다. 정원영 교수님이 써주신 ‘어디있나요’가 어려웠다. 타이틀곡 ‘베이비’의 경우에는 멋있게 부르고 발음을 굴려도 상관이 없는데 노래가 굉장히 섬세해서 표현이 어려웠다. 주로 차분하고 덤덤한 노래들이 어렵다.
Q. 자작곡은 언제부터 준비했었나?
존박 : ‘그만’의 경우는 2011년 여름에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다. 소속사에 들어오고 나서 작곡가 겸 가수인 나원주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어느 날 피아노 코드를 치다가 멜로디가 생각났다. 삼십 분 만에 썼다. ‘Sipping my life’도 작년부터 편곡을 완성하고 올해 녹음했다.
Q. 쟁쟁한 뮤지션들의 노래와 자신의 자작곡 사이에서 타이틀곡으로 ‘baby’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존박 : ‘baby’는 정구현이라는 신인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곡이다. 아무래도 여름이니 시원하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에 비해 조금 더 발랄하고 밝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앨범 제목이
존박 : 앨범 작업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상순 선배에게 기타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르게 연주를 요구하기도 했다. 즐겁게 작업하면서 학창시절처럼 취미생활로 음악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처럼 뚱땅뚱땅. 장르나 스타일 자체도 지금까지 보여줬던 발라드보다 어렸을 적부터 즐기던 힙합, 소울 등이 담겨서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내면의 아이’다.
존박
Q. <방송의 적>에서도 존박 내면의 아이를 볼 수 있다. 장난스럽고 허당같은 이미지. 진지하고 바른 이미지인데 이미지 훼손이 걱정되진 않았나?존박 : 걱정보다는 기존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이적과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뻔한 음악방송보다는 재미있는 피디와 재미있는 방송을 하자. 그래서 <방송의 적>을 하게 됐다. 방송 녹화하기 전에 이미 앨범이 완성돼서 <방송의 적>을 걱정 없이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방송이 만들어준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를 이번 앨범으로 깨고 싶고, 방송을 통해서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동네 예체능>같이 여러 방송 활동도 할 계획이다. <방송의 적>을 통해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방송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 까불어도 용서가 되고. 그래서 재미있다. 오히려 더 오버한다. 바보같이.
Q. 방송이 반듯한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원래 존박은 그렇지 않은 것인가?
존박 : 조금 허당 같은 면이 있다. <방송의 적>에서는 그것을 굉장히 과장했다. 대본 반, 애드리브 반. 처음 설정은 사실 이적을 존경하는 순수하고 눈치 없는 존박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내 안에 있는 백치미를 끌어내서 표현하니깐 작가님들도 신나서 나를 완전 ‘돌+아이’ 콘셉트로 만들어 나갔다. (웃음)
Q. 카메라를 쳐다보며 끔뻑거리는 연기도 작가가 만든 콘셉트인가?
존박 : 그건 내가. (웃음)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코미디를 미국에서부터 좋아했다. 피디님과 항상 연구하고 이야기한다. 어떨 때 카메라를 볼지.
Q. 존박이 표현한 비욘세도 화제가 되고 있다.
존박 : 그건 대본에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 난생 처음 춤 연습을 했다.
Q. 앨범에 비욘세 춤이 어울릴만한 댄스곡은 있나?
존박 : 댄스곡은 없다. (웃음) 그래서 예능에서는 춤을 추겠다고 이야기는 했다. 춤을 잘 추지 못한다. 즐기는 편도 아니다. 재미있게 웃기기 위해서는 추겠는데 내 음악을 하면서는 춤을 추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하고 있다.
Q. 하지만 신승훈, 성시경 심지어 이적도 춤을 췄다. 그런 곡이 있으면 출 수 있지 않을까?
존박 : 그래도 별로…내가 하면 그냥 웃길 것 같다. 팬서비스로 공연에서 춤을 출 수는 있겠지만 진짜 음악을 돋보이기 위해서는 춤 자체를 추지 못할 것 같다.
Q. 비욘세를 보니 소질이 있던 것 같은데…
존박 : 몸치는 아닌 것 같다. (웃음) 시키면 또 잘한다.
Q. <방송의 적>에서 내용도 그렇고, 로이킴도 앨범을 발표하면서 존박과 로이킴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담되지 않나?
존박 : 전혀. 방송에서 만든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지 로이킴과 나의 음악은 전혀 다르다. 비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 대신 음악으로 나를 보여주고 싶다.
Q. <방송의 적>에서 김동률과 이적도 라이벌로 등장한다. 그들과 직접 작업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존박 : 김동률은 꼼꼼하고 이적은 직관적이다. 그렇다고 이적이 섬세함이 없거나 김동률이 감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 이적은 록스타, 상남자다.
Q. <방송의 적>을 보고 나면 연기하는 존박도 기대된다. 연기 계획이 있나?
존박 : <방송의 적>이 일종의 연기이긴 하지만 웃긴 거라서 잘 소화하고 있다. 진지하거나 오글거리는 것은 절대 못한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오글거리는 연기를 했는데 힘들었다. 드라마보다는 코미디 쪽에 관심이 많다. 시트콤 제안이 들어온다면 생각해볼 것 같다.
Q. 예능에서의 이미지가 자신의 음악적 이미지에 편견을 만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 것 같은데
존박 :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다. 내가 재미있게 하면 된 것이다. <슈퍼스타K2>때부터 같은 마음이다. 5년 뒤엔 내가 뭐할 것이고 10년 뒤에는 뭐할 것인지 정말 앞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동률은 예능을 하지 않고도 콘서트와 음악을 멋지게 하고 있고, 윤종신은 예능과 음악을 모두 잘 해내고 있으니 모두 스스로에게 달린 것 같다. 나는 지금은 ‘내가 재미있으면 다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Q. 춤과 연기 모두 코미디로 할 수 있는 걸 보니 원래 본인은 웃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존박 : 꼭 그렇지는 않다.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음악도. 담백하거나 깊이 있거나.
Q. 그럼 담백하게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존박 : 철부지. 뭣도 모르고 마음대로 작업하고 자작곡들도 넣고. 뒤돌아보면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생각하는 앨범.
Q. 그래서인지 앨범 1번 트랙 ‘imagine’을 듣자마자 존박의 변신을 느꼈다. 더 이상 반듯한 젊은이가 아닌 느낌.
존박 : 그걸 노리고 1번 트랙을 정했다. 듣자마자 튀는 사운드와 멜로디 편곡. ‘다른 걸 시도했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imagine’은 외국작곡가의 곡인데 듣자마자 정말 좋아서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바로 가사를 썼다.
Q. 직접 작사도 하는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자신의 이야기가 잘 표현된 노래는 무엇인가?
존박 : ‘Sipping my life’. 영어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잘 담겨 있다. ‘Sipping my life’는 (직접 음을 흥얼거리면서)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니까 한글 가사를 붙였을 때 어색한 부분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다. 사실 ‘그만’이나 ‘imagine’은 곡에 맞춰 가사를 썼다. ‘그만’은 멜로디 자체가 틀이 짜여 있어서 가사를 쉽게 쓸 수 있었다.
Q. 싱어송라이터로 발돋움하면서 선배들에게도 많이 배웠을 거 같다.
존박 : 특히 작사에서 많이 배웠다. 특히 이승열 선배님이 써주신 ‘Too Late’ 가사는 시적이고 입에 잘 맞지 않을 거 같았는데 의외로 잘 맞아서 감동했다. 정원영 교수님은 자연스럽고 쉬운데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신다. 나는 작곡은 수월하게 잘 되는데 작사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Q. 소속사 선배들이 자작곡을 들으시고 어떤 말을 해줬나?
존박 : 이적 선배나 김동률 선배가 ‘그만’은 처음 쓴 것치고 잘 만들었다고 하셨다. 놀라시더라. ‘Too Late’은 이적 선배가 말하길 “진짜 멋있다. 네가 그냥 다 해먹어라. 왜 곡을 받니?”라고도 말했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분들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 마음가짐부터 배웠다.
Q. 뮤직팜을 선택한 이유가 느껴진다. 뮤지션과 음악에 대한 욕심 말이다.
존박 : 뮤직팜을 택했을 때, 큰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형 기획사와 뮤직팜을 사이에 두고 고민했었다. 음악과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 가장 편한 길이라 생각해 뮤직팜을 택했다. 다른 욕심을 버리고 음악에 대한 욕심 하나로 뮤직팜에 들어갔다. 그때는 연예계가 무섭기도 했고. 뒤돌아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느낀다. 다른 곳에 갔으면 즐겁게 활동하지 못했을 것 같다.
Q.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존박의 첫 정규 앨범에 대한 소회도 남다를 것 같다.
존박 : 뿌듯하다. 1집 치고 잘 만든 것 같다. 자랑스럽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작곡도 선배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셔서 더 잘 해낼 수 있었다. 아쉬운 것도 없다. 활동하면서 아쉬운 게 있으면 다음 앨범 열심히 하면 되니까. 1집이 나에게 기반이 되고 발판이 되는 느낌이라 속 시원하다.
Q. 이번 앨범에서 존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보여주고자 하는 점이 있나?
존박 : ‘싱어송라이터로서 존박이 본격적으로 시작했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가 높으면 물론 좋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 존박이 직접 작사와 작곡도 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Q. 이적, 김동률, 이상순 등 존박의 소속사에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쟁쟁한 뮤지션들이 다 모인 곳이다. 롤모델이 있나?
존박 : 이적. 가사를 정말 잘 쓴다. 그런 부분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말 부럽다. 장르도 넘나들고. 가사도 잘 쓰는 적같은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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