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의 서
구가의 서


MBC <구가의 서> 13,14회 5월 20,21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월령(최진혁)이 다시 깨어나자 원인 모를 불안함에 시달리는 강치(이승기)는 월령의 존재를 추적하려 한다.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을 졸라 강치의 교육을 맡게 된 여울(배수지)은 교육을 빌미로 강치와 더욱 가까워지고 등 축제를 함께 한다. 그러나 산에서 원인불명으로 죽은 시신들이 발견되고, 강치는 이들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는다. 자홍명(윤세아)은 여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조관웅(이성재)을 움직여 천수련(정혜영)을 만나고,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월령은 강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리뷰
극이 반환점을 돌아 클라이맥스로 달려가야 하지만 <구가의 서>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지난 주 엔딩을 연결 짓는 오프닝은 길었고, 자홍명의 등장 자체는 임팩트가 있었지만 그 2회 동안 여전히 베일 속에 얼굴을 가리면서 모두가 예측하는 결과를 애써 감추고 호기심과 존재감을 반감시켰다. 월령의 부활과 아들의 존재를 빠르게 인지하는 과정 및 복수를 다짐하는 과정은 비교적 속도감이 있게 달려갔지만,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엉키면서 극 자체는 부유하는 듯 했다. 이는 잠시 사라졌던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여러 개로 나뉘어진 이야기 축들이 다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이 모든 이야기들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버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반을 넘었음에도 뚜렷하게 관계 정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강치와 여울의 이야기를 진전시키기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오히려 극의 장점으로 작용했던 이야기와 내포하고 있던 메시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대폭 그 의미를 줄여나갔다.

초반부, 조연 하나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듯한 캐스팅과 역사와 판타지를 아우를 수 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구가의 서>의 큰 장점이었다. 어디 하나 비중 높은 주요 배역으로 내세워도 손색없을 배우들이 크지 않은 비중의 역할을 살려냈고, 덕분에 극은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초반 임팩트를 주고 떠나면서 더 큰 여운을 남겼던 인물들이 살아 돌아오면서, 극은 긴장감을 더하기 보다는 부담감을 더하게 됐다. 아직 강치나 여울, 태서와 청조가 자신들의 캐릭터 변화를 완전하게 다잡지 못한 상태에서 몰아치듯 부활해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오히려 주축이 되어야 할 이야기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갈등의 시동을 걸어야 할 시점에서,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 두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늦은 시동만큼이나 다급함 또한 드러내는 듯 보였다. 등장인물 모두가 속내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내지르지 못하면서 상황과 정황만을 드러낼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캐릭터나 연출의 문제라기보다는 큰 얼개에서 나온 작은 에피소드들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촘촘함일 것이고, 극의 중반을 넘어서는 <구가의 서>의 중간 호흡 고르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벌여놓은 이야기가 막상 하나로 모아지면서 추동력을 얻어야 할 지금의 시점에서 앞서 깔아둔 에피소드들이 부담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호흡 조절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구가의 서>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꼬인 과거사와, 이 꼬인 과거사를 극복해 새로운 미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네 명의 젊은 인물들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자홍명과 월령, 그리고 이순신과 담평준을 비롯한 사군자의 이야기가 매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가의 서>는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하는 강치의 이야기다. 이제 <구가의 서>는 멜로든 ‘인간’에 대한 메시지든, 혹은 그 이상이든 불안하더라도 젊은 인물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메시지를 담아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구가의 서>가 남은 길을 유의미하게 잘 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다 포인트
- 아따, 조재윤씨는 워쩌케 고로코롬 사투리를 찰지게 쓰신당까요?
- ‘곤’이가 사군자라니, 모두의 허를 찌른 반전이 ‘사군자’에 있을 줄이야!
- 알고 보니 ‘구가의 서’가 책이 아니라 ‘여울’이었다는 왠지 그런 미심쩍은 의심이 듭니다만…

글: 민경진(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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