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 사진 = 텐아시아DB
옥주현 / 사진 = 텐아시아DB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룹 핑클 출신 옥주현(43)은 뮤지컬 배우로서 독보적인 존재다. 뮤지컬 판에서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가 무색했던 유일무이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성악을 전공한 옥주현은 성악가의 길을 걷고자 했으나, 대성기획(DSP미디어 전신)의 故 이호연 대표를 만나 핑클 메인 보컬로 데뷔하게 됐다. 핑클로 활동하며 정상을 찍은 옥주현은 걸그룹 활동에 끝이 보이자 자신의 전공과 맞닿아 있는 뮤지컬 무대 진출을 꿈꿨고, 탄탄한 성악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만큼 단숨에 톱급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뮤지컬 '아이다'의 타이틀롤 아이다 역으로 뮤지컬 데뷔한 옥주현은 '시카고',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몬테크리스토', '아가씨와 건달들',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마타하리', '위키드', '마리 퀴리', '베토벤', '레드북' 등 뮤지컬 커리어를 빼곡히 채웠다. 2005년 데뷔 이래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어도 한 작품, 많게는 세 작품을 소화했다.

옥주현은 핑클 활동으로 보유한 팬덤과 인지도를 기반으로 뮤지컬 무대 영향력을 넓혔다. 데뷔 초반을 제외하면 기량 기복이 크지 않았고, 기본 이상의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뮤지컬 팬들을 만족시켰다. 여기에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실력 역시 꾸준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상당한 티켓 파워를 보유해 여러 뮤지컬 제작사들도 옥주현 선호도가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장된 실력과 인지도, 티켓파워를 두루 갖춘 옥주현은 뮤지컬 무대 정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쉼 없이 달려온 탓일까. 몇 년 전부터 옥주현의 목상태가 좋지 않고, 무대 위 기량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로답지 못하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옥주현은 2021년 6월 '위키드' 부산 공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맡은 배역 '엘파바'의 주요 넘버를 소화하지 못해 공연을 망쳤다. 이에 '위키드' 측은 해당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티켓 전액 환불' 조치를 취했고, 옥주현 역시 SNS를 통해 사과를 뜻을 전했다. 옥주현은 당시의 컨디션 난조 이유와 관련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설명하며 "이 훌륭한 공연을 기대하고 온 관객분들께 충만한 만족이 아닌 불안과 심려 끼쳐드렸다는 죄책감에 너무나 오랜 시간 괴로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사진 = EMK
/사진 = EMK
그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옥주현은 또 한번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 중이었던 '베토벤 시크릿 시즌2'와 '레드북'의 캐스팅 변경을 알렸다. 옥주현은 자신의 SNS에 "갑작스럽게 작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스케줄 변경으로 불편하셨을 관객분들께 사과를 전하고 싶다"고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옥주현은 최근 몇 년 사이 컨디션 난조와 건강 문제로 관객들에 실망을 안기고 있다. 무대 위 관객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며 자기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주현이라는 이름을 믿고 무대를 찾은 뮤지컬 팬들에 예전만큼 만족도 높은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예전의 옥주현이 아니라는 평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컨디션 난조로 '위키드' 제작사는 티켓 전액을 환불하며 손해를 봐야 했고, '베토벤 시크릿 시즌2'와 '레드북' 측은 급하게 캐스팅을 메워야 했다. 컨디션 관리도 못한 옥주현이 맡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겐 엄청난 기회가 됐을 배역이었다. 제작진들도 옥주현으로 인한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상황이야 어떻든, 프로로서는 모두 핑계일 뿐. 결국 옥주현의 자기관리 실패다.

옥주현의 자기관리 실패의 원인은 작품 사이 텀이 너무 짧아 휴식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가 됐던 '위키드'는 서울 공연이 2021년 2월 12일부터 5월 2일까지, 부산 공연이 5월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됐는데, 당시 옥주현은 2020년 11월 17일부터 3월 28일까지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 역을 맡아 연기해 왔다. 옥주현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쉼 없이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결국 자기가 스스로의 한계점을 과신한 채 출연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옥주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옥주현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위키드' 이후에도 옥주현은 '레베카'(서울 2021년 11월~2022년 2월 이후 부산, 전주, 수원, 대전, 대구, 여수, 인천, 창원, 용인, 진주, 천안, 고양, 성남서 6월까지 매 주말), '마타하리'(2022년 5월~8월), 엘리자벳'(서울 2022년 8월~11월 이후 부산, 천안, 전주, 대구, 수원, 성남서 2023년 1월까지 매 주말)의 무대에 오르며 촘촘히 스케줄표를 채웠다. 이 상태에서 옥주현은 조금도 쉬지 않은 채 '베토벤 시크릿 시즌2'(2023년 1월~3월)와 '레드북'(2023년 3월~5월)을 소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옥주현이 무대에서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않으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 관계자는 "옥주현이 작품 욕심이 많고 무대에 대한 열정이 커 쉼 없이 작품을 하고 있다. 계속해서 스케줄을 쉬지 않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돌발적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터지고 있지 않나.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게 팬들 눈에 포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옥주현은 오늘날 뮤지컬 톱의 위치에 오르고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작품에 대한 욕심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욕심은 지나치면 집착이 된다. 제때 충분히 쉬고, 역량을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관객들 앞에 서는 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덕목이다. 핑클이란 걸그룹으로, 또 뮤지컬 배우로 정상에 우뚝 선 옥주현. 뮤지컬계 리스크가 아닌 믿고 보는 배우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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