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 '쇼미더머니' 시즌 최초의 여성 우승자 도전
3년 전 '고등래퍼3' 우승하며 첫 여성 우승자
금 간 유리천장 완벽히 부실까
3년 전 '고등래퍼3' 우승하며 첫 여성 우승자
금 간 유리천장 완벽히 부실까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 하지만 유독 힙합에선 '래퍼는 남자의 전유물'으로 여겨졌다.
1970년대 뉴욕의 브롱스. 빈곤가 흑인들이 시작한 엉덩이를 흔든다는(Hip hop) 음악은 시작부터 남성성을 배태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차별과 적자생존의 현실에서 디제이 박스를 고안했던 DJ Kool Herc 역시 남자였다. 아웃사이더들의 과격하긴해도 독립적이고 용기있는 가사가 힙합의 근간이 된던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힙합의 흐름은 미국과 다르다. 1세대 유학생과 미군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전파한 국내 힙합 문화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문화 상류층이 주도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 힙합의 갈래는 달랐지만, 남성성이란 목적지는 동일했다.
유명 힙합 가수의 대부분이 남성인데다 '국내 힙합 1세대'로 불리는 래퍼도 남성이라 '힙합=남성'으로 굳어졌다.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 같은 랩 서바이벌을 봐도 대다수가 남성 지원자다. 여성이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객체로 다뤄지자 힙합의 저변은 침식됐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버리니 대중적인 것과 점점 멀어진 것. 가사의 대분이 욕설이고 돈과 이성과의 성적 교감을 원하기 때문에 편하게 들을 수 없다. 폭력적이고 센 음악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마약, 음주, 사생활 폭로 등 사건 사고에서 접하니 래퍼는 비호감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힙합이라는 문화씬의 유리천장에 금을 낸 건 이영지다. 2019년 10대 래퍼들의 서바이벌 '고등래퍼3'에 출연한 단숨에 눈을 사로잡았다. 랩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됐다던 병아리 래퍼 이영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함이 깃든 메시지를 전달하는 랩을 하는 '재능 있는' 고1 여고생이었다. 탈색, 피어싱으로 멋부린 또래 중 유일하게 교복을 입고 있던 모습은 래퍼 이영지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네가 하는 건 힙합이 아니야', '힙합 네가 이해하기 어려워'라면서 교복 넥타이를 하고 있다고, 자퇴하지 않았다고,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며 무시하는 또래 틈에서도 이영지는 의연했다. "어디서 배운 거야 그런 힙합?"이라며 웃어 넘겼다. 그러곤 고1 중 유일하게 최종 무대에 선 TOP6가 됐다.
랩의 세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양이었지만 누구보다 힙했다. 묵직한 성량과 남다른 톤, 깔끔한 딕션에 보컬 실력과 음색까지 갖춘 타고난 재능. 거기다 멘토들의 프로듀싱으로 일취월장하니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에서 우승하면서 Mnet 힙합 서바이벌에서 최초로 여성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영지는 3년 만에 다시 Mnet 힙합 서바이벌에 도전했다. 3년 동안 이영지는 노래도 내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리잡았다. 이영지가 '쇼미더머니11' 예선전에 등장하자 "왜 나왔냐, 밥그릇 빼앗으러 왔냐"며 참가자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쇼미더머니'가 시즌 11까지 오는 동안 유명한 래퍼들도 서바이벌에 도전했고, 인지도 있는 연예인도 랩에 도전했었다. 하지만 유독 이영지의 도전에만 날을 세웠고 "굳이 왜? 거슬린다. 예능인 아니냐"며 열등감을 감추지도 않았다. 논란을 잠재운 것은 이영지의 실력이다. 이영지를 심사한 박재범은 "너의 시간이구나, 너의 시기구나 마음껏해라"고 평가했다. 예선과 본선, 여러 미션과 세미 파이널까지 이영지의 무대는 화제를 모았다. 1회부터 만들어진 '어우영(어차피 우승은 이영지)'이라는 말은 파이널을 앞둔 오늘까지 계속된다.
이영지의 '쇼미더머니11' 미션곡 '낫쏘리(NOT SORRY)'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차트를 치고 올라와 TOP5에 안착했다. 공연 영상은 유트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4위에 올라 3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다른 미션곡 '위치(WITCH)'와 '위(WE)'도 차트 100위 안에 머물러있다.
이영지는 힙합 내 성별 차별을 깼을 뿐만 아니라 랩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고 부쉈다. 부드럽고 강한 카리스마, 힙합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경연에서 빛났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의미있게 전달하려는 태도와 좋은 비트 위에 얹어진 건강하고 희망적인 가사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랩에 불같이 뜨거워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던 이영지. 이영지는 뜨거웠고, 대중도 함께 뜨거워졌다.
'고등래퍼'에 이어 '쇼미더머니11'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쥘 확률은 25%.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였다는 말이 현실일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은 하루가 남았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음악에는 성별이 없다. 하지만 유독 힙합에선 '래퍼는 남자의 전유물'으로 여겨졌다.
1970년대 뉴욕의 브롱스. 빈곤가 흑인들이 시작한 엉덩이를 흔든다는(Hip hop) 음악은 시작부터 남성성을 배태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차별과 적자생존의 현실에서 디제이 박스를 고안했던 DJ Kool Herc 역시 남자였다. 아웃사이더들의 과격하긴해도 독립적이고 용기있는 가사가 힙합의 근간이 된던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힙합의 흐름은 미국과 다르다. 1세대 유학생과 미군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전파한 국내 힙합 문화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문화 상류층이 주도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 힙합의 갈래는 달랐지만, 남성성이란 목적지는 동일했다.
유명 힙합 가수의 대부분이 남성인데다 '국내 힙합 1세대'로 불리는 래퍼도 남성이라 '힙합=남성'으로 굳어졌다. '쇼미더머니'나 '고등래퍼' 같은 랩 서바이벌을 봐도 대다수가 남성 지원자다. 여성이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객체로 다뤄지자 힙합의 저변은 침식됐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버리니 대중적인 것과 점점 멀어진 것. 가사의 대분이 욕설이고 돈과 이성과의 성적 교감을 원하기 때문에 편하게 들을 수 없다. 폭력적이고 센 음악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마약, 음주, 사생활 폭로 등 사건 사고에서 접하니 래퍼는 비호감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힙합이라는 문화씬의 유리천장에 금을 낸 건 이영지다. 2019년 10대 래퍼들의 서바이벌 '고등래퍼3'에 출연한 단숨에 눈을 사로잡았다. 랩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됐다던 병아리 래퍼 이영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함이 깃든 메시지를 전달하는 랩을 하는 '재능 있는' 고1 여고생이었다. 탈색, 피어싱으로 멋부린 또래 중 유일하게 교복을 입고 있던 모습은 래퍼 이영지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네가 하는 건 힙합이 아니야', '힙합 네가 이해하기 어려워'라면서 교복 넥타이를 하고 있다고, 자퇴하지 않았다고,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며 무시하는 또래 틈에서도 이영지는 의연했다. "어디서 배운 거야 그런 힙합?"이라며 웃어 넘겼다. 그러곤 고1 중 유일하게 최종 무대에 선 TOP6가 됐다.
랩의 세계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양이었지만 누구보다 힙했다. 묵직한 성량과 남다른 톤, 깔끔한 딕션에 보컬 실력과 음색까지 갖춘 타고난 재능. 거기다 멘토들의 프로듀싱으로 일취월장하니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에서 우승하면서 Mnet 힙합 서바이벌에서 최초로 여성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영지는 3년 만에 다시 Mnet 힙합 서바이벌에 도전했다. 3년 동안 이영지는 노래도 내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리잡았다. 이영지가 '쇼미더머니11' 예선전에 등장하자 "왜 나왔냐, 밥그릇 빼앗으러 왔냐"며 참가자들의 견제가 시작됐다.
'쇼미더머니'가 시즌 11까지 오는 동안 유명한 래퍼들도 서바이벌에 도전했고, 인지도 있는 연예인도 랩에 도전했었다. 하지만 유독 이영지의 도전에만 날을 세웠고 "굳이 왜? 거슬린다. 예능인 아니냐"며 열등감을 감추지도 않았다. 논란을 잠재운 것은 이영지의 실력이다. 이영지를 심사한 박재범은 "너의 시간이구나, 너의 시기구나 마음껏해라"고 평가했다. 예선과 본선, 여러 미션과 세미 파이널까지 이영지의 무대는 화제를 모았다. 1회부터 만들어진 '어우영(어차피 우승은 이영지)'이라는 말은 파이널을 앞둔 오늘까지 계속된다.
이영지의 '쇼미더머니11' 미션곡 '낫쏘리(NOT SORRY)'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차트를 치고 올라와 TOP5에 안착했다. 공연 영상은 유트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4위에 올라 3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다른 미션곡 '위치(WITCH)'와 '위(WE)'도 차트 100위 안에 머물러있다.
이영지는 힙합 내 성별 차별을 깼을 뿐만 아니라 랩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고 부쉈다. 부드럽고 강한 카리스마, 힙합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경연에서 빛났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의미있게 전달하려는 태도와 좋은 비트 위에 얹어진 건강하고 희망적인 가사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랩에 불같이 뜨거워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던 이영지. 이영지는 뜨거웠고, 대중도 함께 뜨거워졌다.
'고등래퍼'에 이어 '쇼미더머니11' 우승자 타이틀을 거머쥘 확률은 25%.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였다는 말이 현실일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은 하루가 남았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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