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순, '이효리 남편'으로만 규정되는 아쉬움

11년 만에 첫 솔로 앨범 'Leesangsoon' 발매
남미 브라질 정취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

'음악'과 '이효리' 사이 균형감 필요
이상순 /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상순 / 사진 =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이상순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조금 고민했다. 얼마간의 생각 끝에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라고 적었다.

'정체성'이란 단어가 '한 인격 내부에서 유지되는 일관된 동일성'과 '타인과 지속적으로 공유되는 본질적인 특성' 등 이 두 가지 모두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이상순의 정체성을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상당수 대중은 이상순을 가수 이효리와 결부시킨다. 이상순은 특별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슈퍼스타' 이효리의 연인이자 남편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식됐다.

모르긴 몰라도, 이상순에게 있어 이효리와 꾸린 가정은 그의 정체성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삶과 애정을 쏟고 있는 대상일 것 같다. 이상순은 여러 리얼리티나 예능에서 아내 이효리와 반려 동물들을 살뜰히 보살피며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 때문에 이상순을 '이효리 남편'으로 수식하는 것이 무리라거나 억지스럽진 않다. 다만, 부부의 인연이나 하물며 천륜이라 불리는 부모 자식 등 어떤 관계의 구도는 한 사람을 오롯이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다.

이상순의 정체성은 이효리의 남편이기 이전에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다.

기타로 음악을 시작한 이상순은 밴드 비스킷, 뱅크 라이브 세션, 재즈 그룹 웨이브를 통해서 음악 활동을 했다. 베이비 블루라는 혼성그룹에도 몸 담았다.

두각을 나타낸 것은 조원선, 지누와 결성한 혼성밴드 롤러코스터 활동이었다. 이 때부터 이상순은 기타리스트로서 두각을 드러내며 음악 업계와 팬들 사이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여러 가수들의 기타 세션으로 두루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가수 김동률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를 결성해 약 1년에 걸쳐 함께 활동했다. 라디오 DJ로서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의 부스에 앉아 다채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상순은 '사랑을 놓치다'(2006),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허밍'(2008), '쩨쩨한 로맨스'(2010) 등 영화 음악에도 참여했다. 윤종신, 김예림, 토이, 양희은, 윤아, 싹쓰리 등 다양한 가수-그룹의 음악을 편곡하며 탄탄한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 왔다.
뮤지션 이상순/사진 = 에스팀
뮤지션 이상순/사진 = 에스팀
뮤지션으로서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이상순은 지난 4일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건 EP 앨범 'Leesangsoon'(이상순)을 발표했다. 김동률과 냈던 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데이 오프) 이후 11년 만의 앨범인 데다 자신만의 이름으로 낸 첫 앨범이니, 이상순에겐 무척 유의미한 작업물이었을 터다.

이상순의 'Leesangsoon'은 편안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전체 앨범을 관통하는 가운데, 기타 사운드와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본 등 관악기가 어우러지며 풍성한 사운드가 구현됐다. 그 위에 흐르는 이상순의 중저음 보컬이 매력적이다.

특히,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뚝심 있게 만들어 낸 이상순의 음악적 자존심이 느껴진다.

타이틀곡 '너와 너의'에는 이상순 본연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남미 브라질의 정취가 한 방울 톡 떨어져 특별함을 더했다. 이따금씩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재기발랄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타이틀로 내세운 만큼 이상순이 가장 선보이고 싶었던 음악이라고 여겨진다.

가수 선우정아와 함께 부른 '네가 종일 내려'는 보사노바풍의 듀엣곡으로 비 오는 날 들으면 축축함에 잔뜩 치솟은 짜증을 조금은 완화시켜 줄 노래다. 이상순과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한껏 감상에 젖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안부를 묻진 않아도', '다시 계절이' 등 총 4곡이 담긴 이상순 앨범은 은근하지만 강렬한 흡인력이 느껴진다. 음악의 면면이 이상순과 참 닮아있단 생각이 든다.

'Leesangsoon'은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로서 이상순의 정체성을 한껏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앨범이다. 오랜 음악적 여정을 통해 쌓아온 내공과 음악 세계가 집약된 이번 앨범은 누가 언제 들어도 좋을 만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어 대중성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음악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상순은 '이효리 남편'으로만 규정되기엔 아쉬움이 큰 뮤지션이다. 이상순의 정체성에 '음악'과 '반려자 이효리'가 균형감 있게 채워진다면, 향후 더욱 좋은 음악인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eesangsoon'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상순의 진짜 정체성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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