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NE의 ‘Everybody’s Changing’과 더불어 Air의 ‘Sexy Boy’는 패션을 희화화 하는 배경음악으로 오랫동안 오해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워킹을 유발하는 전주가 지나고 나면 멜로딕한 감수성이 드러나는 KEANE과 달리 곡 전체가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Air의 음악은 그 누명을 벗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오해가 아니었던 거죠. 노래가 아닌 바람을 부르고, 음표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Air의 음악은 낱말이나 목소리로 귀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신 냄새처럼, 촉감처럼, 듣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이들의 음악은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고막의 진동을 따라 머릿속에서는 천천히 슬라이드가 움직이거든요.

심지어 그 풍경은 굳이 또렷하거나 명쾌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렉트로니카가 난반사의 파워를 자랑할 때, Air는 오간자와 레이스로 제 음악을 감싸버립니다. 쨍하고 선명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우주를 종횡무진하는 로봇과 매카닉의 숙명을 그려낼 때, Air는 그 우주에 맨 몸으로 날아드는 인간의 벅찬 고독을 그리는 식이지요. 그래서 이들이 조르쥬 멜리에스의 복각판의 OST < Le Voyage Dans La Lune >를 자청했다는 소식은 오히려 놀랍지 않습니다. 거대한 탄환에 몸을 싣고 달세계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 영화는 사람이 상상에 도전하는 가장 사랑스러운 방식의 증거이니까요. 그리고 의뭉스럽지만 음산하지 않고, 찬란하지만 경건하지 않은 이들의 음악은 영화에게, 달에게, 그리고 팬들에게 보내는 프랑스식 러브레터 입니다. Air의 팬들 뿐 아니라 영화 에 반했던 사람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앨범입니다. 과학의 시대에 이 앨범은 기술에 힘입은 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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