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영화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진실은 언제나 하나"

익숙한 대사를 하는 코난의 옆에는 언제나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코난만 없으면 안 죽는 거 아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 1994년 시작한 시리즈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는 29년째 장기 연재 중이다. 거의 일본판 '전원일기' 같은 느낌인지도 모른다. 코난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훌쩍 어른이 됐지만, 코난은 아직 초등학생 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26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이하 '흑철의 어영')이 개봉한다. '흑철의 어영'은 인터폴의 최첨단 해양시설 ‘퍼시픽 부이’에서 개발 중인 ‘전연령 인식’ AI 기술을 차지하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코드명 ‘셰리’를 추적하려는 검은 조직과 대항하는 코난, FBI, 공안 경찰의 절체절명 순간을 그렸다. 20번째 극장판 '순흑의 악몽' 이후 무려 7년 만에 등장한 검은 조직에 관객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극장판에서 축구공을 사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비슷한 소재와 개연성이 없이 진부한 전개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챙겨보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만능 캐'라고는 하더라도 작은 몸집으로 사건을 전부 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과 검은 조직에 의해서 어린아이가 된 코난이 언제쯤 실마리를 푸느냐 하는 반응들도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4일 일본 현지 개봉 이후,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흑철의 어영'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영화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 검은 조직의 조직도. /사진제공=CJ ENM
영화 '명탐정 코난:흑철의 어영' 검은 조직의 조직도. /사진제공=CJ ENM
론칭 예고편에서 검은 조직의 일원인 베르무트, 진, 워커, 아카이 슈이치(한국 이름 이상윤), 아무로 토오루(한국 이름 안기준) 등이 대거 출연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렇다면 개봉에 앞서 주요하게 챙겨보면 좋을 '명탐정 코난' 극장판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극 중 주요한 인물들은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캐릭터 이름으로 표기* 5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2001/일본 현지 기준)
영화 '명탐정 코난: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공식 포스터.
영화 '명탐정 코난: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공식 포스터.
'명탐정 코난: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이하 '카운트다운')은 검은 조직이 처음 등장한 시리즈다. 연쇄 살인 사건과 검은 조직이 장미(셰리)를 노리는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앞서 설명하자면, 남도일(코난)이 먹은 약 'APTX 4869'는 검은 조직의 연구소에 있던 장미가 만든 약이다. 검은 조직에서 탈출한 장미 역시 이 약을 먹고 어린아이가 되지만, 검은 조직은 장미를 찾기 위해서 혈안이다. 이게 '명탐정 코난'의 핵심 내용.

새로 지어진 트윈타워에 방문한 어린이 탐정단과 유명한 탐정 일행은 미주그룹 사장인 홍미주를 만나게 된다. 개관 전에 초대를 목적으로 방문한 트윈타워에서 최봉수 화원, 송명목 시의원, 허풍운 건축가, 하준영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된다. 코난은 트원타워 건물 앞에서 검은 조직 진의 차량인 포르쉐 356A를 봤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검은 조직이 가까이 왔음을 눈치챈다. 그날 밤, 송경목 의원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상당히 비싸 보이는 술잔이 피해자의 손에서 발견된다.

그 와중에 장미는 죽은 자신의 언니 안재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얻지만, 이를 안 검은 조직은 역추적프로그램을 통해 장미의 위치를 알려고 하다. 코난과 브라운 박사님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연쇄살인과 검은 조직과의 연관성을 코난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연이어 발생한 연쇄살인의 진범이 밝혀지지만, 누군가 설치한 폭탄으로 인해 트윈타워는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바로 미란의 친구 보라를 셰리로 혼동한 검은 조직의 소행. 코난은 트윈타워의 폭발한 건물에서 옆 건물로 날아가기 위해서 차량에 탑승한다. 속도가 부족해서 안 된다는 장미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름의 정확한 30초 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자동차는 공중을 난다.

'카운트 다운'은 점차 조여오는 검은 조직이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퍼즐이 된다. '흑철의 어영'이 검은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처음 등장하는 이 극장판부터 좋을 듯싶다. 13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칠흑의 추적자'(2009/일본 현지 기준)
영화 '명탐정 코난:칠흙의 추적자'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영화 '명탐정 코난:칠흙의 추적자'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카운트다운'에 이어 무려 8년 만에 다시 돌아온 검은 조직의 이야기를 담은 '명탐정 코난:칠흑의 추적자'(이하 '칠흑의 추적자') 역시 얽인 두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연쇄사건, 그 옆에는 언제나 의문의 마작패가 놓여있다. 벌써 5건이나 발생한 사건에 유명한 탐정이 자문을 위해서 경찰서로 오게 된다. 이때, 정영일 형사가 '일곱살 꼬마'라는 제목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코난은 검은 조직의 멤버가 방금까지 있었음을 직감한다. 이유는 이 멜로디가 검은 조직의 보스가 이메일 주소를 눌렀을 때, 나오는 멜로디이기 때문.

코난은 경찰서 바깥 창문에서 진의 검은색 포르쉐를 타고 나가는 남자를 목격한다. 연쇄살인과 검은조직과의 연관성을 파악한 코난은 몰래 수사에 참여한다. 오히려 꼬맹이 코난이 살인 사건 장소에 매번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그걸 의심한다면 코난의 세계관이 깨진다. 검은 조직이 해당 사건에 끼어든 이유는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 중에 일반인으로 변장한 조직원이 가지고 있던 메모리 카드를 회수하기 위해서였다.

남도일과 코난의 지문을 채취해간 숨어든 조직원 아이리시에 코난은 겁을 먹지만, 범인의 흔적을 좇아 도쿄타워로 향한다. 연인 나나코의 죽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남자친구 미즈타니에게 죄 없는 사람들을 오해해 죽이도록 한 나나코의 오빠가 진짜 범인으로 밝혀졌다. 살인을 사주했던 것. 조직원은 범인에게서 메모리 카드를 회수하지만 진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검은 조직 멤버인 진의 무자비함과 장미를 비롯해 코난의 존재 발각까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온 '칠흑의 추적자'는 쫄깃쫄깃한 액션과 두 사건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았다. 20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2016/일본 현지 기준)
영화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영화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명탐정 코난:순흑의 악몽'(이하 '순흑의 악몽')은 '칠흑의 추적자' 이후로 7년 만에 등장한 작품이다. 공안에 몰래 잠입한 어떤 여자가 안기준을 비롯한 정보를 빼낸다. FBI 이상윤과 공안국 경찰 안기준이 여자를 쫓지만 여자는 놀이공원 근처로 걸어가던 중에 강한 빛을 보고 절규한다.

여기에 코난이 빠질 수 없다. 마침 코난과 어린이 탐정단이 놀이공원 안에 있는 토토수족관을 방문하고 오드아이의 한 여자를 목격한다. 신상정보를 물어보지만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이는 여자. 오드아이의 여성은 어린이 탐정단과 함께 관람차를 타고, 검은 조직의 베르무트는 그 여성을 찾는다. 사실 오드아이의 여성의 이름은 큐라소로 검은 조직원으로 조직 안에 있는 스파이 제거에 맞춰서 스파이들의 명단을 빼오려던 것. 이 명단 안에는 키르와 버본(검은 조직 내에서 이름/안기준)도 있다.

큐라소는 관람차를 타다 밖에 있던 조명을 보더니 기억이 돌아옴과 동시에 검은 조직의 진은 어린이 탐정단이 타고 있는 방향으로 총을 겨눈다. 큐라소는 자신을 구해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돌아가는 관람차 안으로 뛰어든다. '순흑의 악몽'은 검은 조직이 코난과 장미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검은 조직 내부에서도 균열이 심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흑철의 어영'을 보기 전에 검은 조직의 조직원을 파악하기도 좋을 뿐더러, 최근 검은 조직에 잠입한 공안국 요원 안기준이 얼굴을 비춘 영화기도 하다. 이후 안기준은 따로 넷플릭스 시리즈 '명탐정 코난:제로의 일상'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로 등극했다.

'흑철의 어영'은 간간히 모습을 비춰 관객들의 아쉬움을 샀던 검은 조직이 전면으로 등장하는 작품인만큼, 중요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탐정 코난'을 보고 자란 세대에게는 향수를,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안겨주지 않을까. 꾸준히 연재를 해오면서 장수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은 '명탐정 코난'이 진부함을 줄지 혹은 재미를 줄지는 개봉 이후에 알 수 있을 테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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