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길복순役 전도연 인터뷰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 전도연(50)이 할리우드 진출에 나서기보다는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기다리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전도연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의 전도연은 말간 미소를 짓고 동그란 눈을 다양한 크기로 바꾸며 인터뷰에 임했다.

최근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길복순'으로 잇달아 활동에 나선 전도연은 앞으로 행보에 대해 묻자 "기대된다"며 미소 지었다. "제가 생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또 기다리는 시간이겠죠. 기대돼요.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궁금하긴 합니다."

과거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을 통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전도연은 이후 할리우드 작품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러 작품은 아니고 한 작품에서 연락받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였다. 당시 오디션이 들어왔었는데, 조금은 의아했다. '밀양'과 '터미네이터'의 간극이 너무 크지 않나"라고 했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터미네이터' 제안 역시 거절했다. "거절한 이유는 언어적인 면이 크죠. 배우가 언어로서 전달하는 게 큰데 언어가 안 되면 힘들지 않을까요. 파격적으로 영어 안 해도 된다는 조건이 있다고 해도 어려웠을 거 같아요. 그래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가 한국에서 와서 한국말로 연기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 거 같아요. 아무리 좋은 배우가 와도 힘들지 않을까요?"

90년대 영화 '약속'이나 '접속' 등 멜로물로 스타덤에 올랐던 전도연은 당시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보여줬던 밝은 얼굴을 최근 '일타스캔들'의 남행선 역에서 17년 만에 보여줬다.

"대중들이 저의 밝은 모습들을 많이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일타 스캔들' 꼼꼼히 모니터하면서 저도 알았어요. 저 스스로한테도 보고 싶었던 모습이었어요. '전도연의 웃는 모습이 저렇게 예쁘구나' 생각했죠. 사람들도 그렇지만 나 자신도 이런 작품을 굉장히 오래 기다렸구나 했어요."

'일타 스캔들'을 통해 50대도 로코를 통해 빛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전도연은 '길복순'에선 액션에 도전했다. 전도연은 이번 액션 도전을 위해 처음으로 식단 조절을 하며 근육을 만들었다. 약 4개월에 걸쳐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근육을 키웠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의 만들어진 근육에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나타내며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

액션 도전 중 부상도 뒤따랐다. 전도연은 "상가신에서 360도 회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촬영을 하다 다쳤었다"며 "당시 제가 주저앉았고, 저도 경황이 없어서 내가 왜 일어나지 못하는지 몰랐다. 다들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서 며칠 만에 촬영을 다시 재개하긴 했다"고 돌아봤다.

"끊어가지 않고 롱테이크로 가는 게 많았어요. 오히려 끊어 끊어서 가면 '액션 잘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비주얼이 더 좋게 나올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끊어가지 않았죠. 조금 덜 멋있어 보여도 사실적인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액션이 담긴 걸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자신의 액션 연기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한다는 자평을 내놨다. "이만하면 만족스럽지 않나 싶어요, 액션에 대해서는. 후반 작업을 되게 잘 해주셔서 액션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나요?"

킬러 캐릭터를 소화하며 커리어 처음으로 전문적인 액션 연기에 도전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전도연은 액션 도전에 대해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액션 장르는 졸업했다"고 했다.

'길복순' 전도연의 첫 액션 장면은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오랜 인연인 황정민과 함께였다. 전도연은 코로나19 탓에 일본 배우 섭외가 어려워지자 황정민을 떠올렸다. 황정민은 전도연의 제안에 선뜻하겠다며 나섰다. "누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황정민 선배가 이상하게 떠올랐어요. 특별출연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도, 액션도 해야 했던 캐릭터였죠. 게다가 4회차 분량이라 선뜻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대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겠다고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전도연은 "'길복순' 첫 촬영이 황정민과 액션 신이었다. 잘하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춥고 열악한 상황에서 진행됐는데 잘 해주셨다. 그런 상황에서도 황정민이 너무 잘해줘서 놀랐다. 짧은 시간 안에 오다 신이치 캐릭터로 준비한 것 자체가 너무 놀랍더라"고 감탄했다. 이어 "너무 오랜만에 한 화면에 잡힌 모습을 보니 모니터하면서 신기하긴 했다"고 미소 지었다.

MK 엔터테인먼트 대표 차민규 역의 설경구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와 '생일'(감독 이종헌)을 통해 호흡했던 설경구와 세 번째 만남.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 킬러 선후배로 설경구와 복잡미묘한 관계를 그렸는데, 냉혈한인 차민규는 길복순에게만은 한없이 너그러운 존재다.

전도연은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봤을 때 차민규와 길복순의 멜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거 같다"면서도 "그런데 눈물이 날 줄 몰랐는데 차민규와 마지막 신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길복순과 차민규의 로맨스는 설경구가 다 만들어 낸 거 같아요. 복순에게 민규는 옆에서 늘 산같이 버티고 있는 사람인데 산을 오르다 보면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게 '길복순'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길복순'의 멜로는 설경구 씨가 만들었어요. 모니터링 하면서 이들에게 이런 사랑이 있었나 싶었다.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크게 느껴질줄 몰랐어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청부살인 회사를 엔터테인먼트로 설정, 의뢰받은 살인은 '작품', 살인 설계를 '시나리오'라고 표현하는 등 배우에 빗대 킬러의 세계를 그려냈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배우 전도연 /사진 = 넷플릭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공개 3일만에 1,9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했고, 캐나다, 독일, 스페인, 브라질, 그리고 뉴질랜드 등 총 82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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