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소중한 너'로 4년 만에 스크린 컴백
"육아 7년, 7살 아역 배우와 호흡 문제 없어"
데뷔 19년 "오래오래 열심히 살았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 같은 걸 갖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다만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배우 진구가 4년여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돈 만 빼고 무서울 것 없는 남자 '재식'이 시청각장애를 가진 7살 아이 '은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힐링 무비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통해서다.

진구는 극 중 작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 행사하러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재식을 맡아 열연했다. 재식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직원 '지영'이 빌려 간 돈을 받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고, 그곳에 홀로 남겨진 시청각장애인 은혜를 만나게 된다. 이후 전세 보증금을 가로채기 위해 은혜의 아빠 행세를 하게 되는데, 과연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는 재식에게 마음을 열까.

그동안 선 굵은 남자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진구는 이번 영화로 또 다른 연기의 '결'을 보여준다. 휴먼 드라마 장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배우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요즘은 따뜻한 영화를 찾게 되더라. 보기 쉽고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영화를 찾아보게 됐는데, 그러다가 그런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한국영화 최초로 '시청각장애인'을 다룬다. 진구는 "막연하게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에 대한 생각만 해왔고, 사실 시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분들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더라도 본인만의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주변에 힘든 분들, 더 큰 힘듦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진구는 "우리 영화가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일명 '헬렌켈러법' 제정과 관련해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에 참여하면서 시청각장애분들이 더 나은 복지와 지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완성된 영화를 본 진구는 "100% 만족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만족도가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엔딩신을 꼽았다. 진구는 "마침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날 날씨도 열악하고, 여러모로 힘든 현장이었는데 급하게 장면을 수정하게 됐다. 원래는 넓은 공간에서 은혜와 재식의 이별 신을 찍기로 했는데, 좁은 유리문 하나를 사이를 두고 연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급하게 수정한 거라 잘 나올지 걱정됐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7년 넘게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특히 이 영화에선 연기파 배우 진구와 7살 아역 배우 정서연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진구는 "작품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감탄할 만한 연기력을 가진 아이다. 붙임성이 좋고 낯도 안 가린다. 다른 배우들, 스태프들을 잘 챙겨주고 애교도 많이 부렸다. 특히 웬만한 성인 배우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세에 감동 받았다"며 웃었다.

아울러 진구는 "아무래도 아역은 성인보다 감정의 폭은 더 큰데, 연륜에 따른 내공이 부족하다. 이 부분에서 서연이가 도움을 청하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해서 뭐든 해내더라. 그냥 아역이 아니라 아주 똘똘한 어린 연기자랑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
그러면서 진구는 6살, 7살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이기에, 아역 정서연과의 호흡이 더욱 편했다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현장에서 함께 밥을 먹고 장난치는 것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단다. 그는 "서연이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다"고 자랑했다.

'아빠 진구'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촬영이 없을 때는 육아를 (아내와) 반반 나눠서 하는 편이다. 사내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게 놀아주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라며 "낮에는 산에도 많이 다니고 운동도 많이 한다.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실외 체육활동을 하기 힘들어서 집에서 투닥 거리며 잘 놀아주는 편이다. 육아에 '열심히' 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진구는 요즘 들어 더욱 많아진 가족 예능 출연에 대해 "솔직하게 제 의향은 반반이다. 우리 가족들이 아직은 부담을 많이 갖더라"라며 "그래서 가족 예능은 출연하기 힘들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SBS 드라마 '올인'(2003)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데뷔한 진구는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19년 차를 맞았다. 그는 "연차를 실감한다.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통성명 후에 편하게 지내는 스태프들이 월등히 많아졌다"라며 "19년이라는 시간만 봐도, 내가 오래오래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진구는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준 작품은 데뷔작 '올인'이다. 저라는 사람과 제 연기를 처음 보여드렸기 때문이다"라며 "또 '비열한 거리'와 '마더'도 빼놓을 수 없다. '비열한 거리'를 통해서 선택받은 배우가 되었다.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좋은 대본을 받아볼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님, 김혜자, 원빈 선배와 함께한 '마더'로 칸 영화제도 가보고, 한국에서 감사한 상들도 받았다. 이 작품들을 통해 '정말 책임감 가지는 연기자가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특히 진구는 젊은 신인 배우들을 보면서 배우로서 원동력을 키운다고 했다. 그는 "어디선가 힘들게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을 보고 있는 신인 후배들이 많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호흡하면서 데뷔 때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최근 '마녀2'를 촬영했다. 많은 조단역들과 호흡하면서 자극을 받았다. 요즘 그런 친구들과 호흡 맞추면서 큰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19년차를 맞이한 배우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데뷔 19년차를 맞이한 배우 진구./ 사진제공=파인스토리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진구도 '해외 진출'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영화계에 좋은 소식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 저도 자격이 된다면, 소화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해외진출이) 감사한 일이다. 더 많은 분들과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쓰는 저희보다 더 답답하고 더 불편하게 살아가는 시청각장애인분들이 있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그분들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준다면, 작품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진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로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촬영 때 소통도 원활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나 팬들도 촬영장 가까이서 구경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무엇보다 진구는 "현장이든 사적 만남이든,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없는게 불편하고 답답하다. 모두가 답답하겠지만, 우리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힐링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생각 개선과,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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