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 불가는 들어봤어도
F등급은 처음이라고?
F등급은 처음이라고?
F등급의 F는 피메일(Female), 즉 여성을 뜻한다. 2014년 제24회 배스 영화제에서 영화계 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기준이다. 여성 감독이 연출했거나,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거나,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등급이 부여된다. 여전히 많은 영화에 남성 중심적 관습이 남아있다. 중소규모 영화가 아닌 상당한 대작들의 서사나 캐릭터는 남성 위주로 흘러간다. 여성이 중심이 되고 남성이 보조적 역할을 하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남아있는 성별의 관습적 구조 속에서 여성 영화인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이 담긴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성적 대상으로 묘사가 아닌 다양한 여성상을 담아냈다.
이제 여성들만으로도 충분한 시대가 왔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처연하게, 때론 멋지게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 69세
감독 임선애
출연 예수정, 기주봉
장르 드라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이 시대, 노인의 성(性)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영화 '69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69세 효정(예수정 분)이 29세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이를 고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경찰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효정을 매도한다. 그러나 효정은 부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맞설 용기를 낸다. '69세'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한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편견에 위협받는 노인의 성 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예수정은 담담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효정의 단단함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 디바
감독 조슬예
출연 신민아, 이유영, 이규형
장르 스릴러
추락하기 위해 올라가는 아름다운 그녀들. 영화 '디바'는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 분)과 수
진(이유영 분)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린다. 의문의 교통사고 후 깨어난 이영은 사
고 당일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수진은 실종된 상태다. '디바'는 하나뿐인 1인자 자
리를 둘러싼 경쟁과 욕망, 질투의 감정을 밀도 있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신민아는 혼란
스러운 기억 속에 괴로워하는 이영 캐릭터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며 광기 어린 듯한 연
기력을 선보인다. 친구와 라이벌이라는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 변해가는 이영과 수진의
감정선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신민아는 '디바'
를 위해 수개월의 훈련을 통해 다이빙대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릴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았다. 한 장면을 위해 5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20여 번이나 뛰어내리기도 했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이종필
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
장르 드라마
90년대 여성상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파워당당한 여성들이 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
익반'의 이야기다.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커피 타기, 청소, 잔
심부름 등 보조업무에 머무는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
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우
연히 폐수 무단 방류 사건을 알게 된 자영(고아성 분), 늘 삐딱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말로
초를 치지만 자영과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하는 유나(이솜 분),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
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되는 보람(박혜수 분)의 성장과 우정을 그린다. 1995년 자신만
의 개성과 스타일이 피어나던 시대, 누군가에겐 추억 여행을, 그때를 알지 못하는 2020
년 청춘들에게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 내가 죽던 날
감독 박지완
출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장르 드라마
김혜수, 이정은. 노 다웃(No Doubt)!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내가 죽던 날'에서 만났다. 제
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 박지완의 장
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렸다. '미옥', '굿바이 싱글' 등 여성 중심 영화에 잇달아 출연
했던 김혜수가 형사 현수 역을 맡아 집요함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
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아카데미와 칸을 휩쓴 '기생충'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 이
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으
로 분해 표정과 작은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며 연기파 배우의 저력을 과시한다.
탐문수사 형식으로 사건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전개와 그 안에 담아낸
섬세한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김예랑 기자 norang@tenasia.co.kr/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이제 여성들만으로도 충분한 시대가 왔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처연하게, 때론 멋지게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 69세
감독 임선애
출연 예수정, 기주봉
장르 드라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이 시대, 노인의 성(性)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영화 '69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69세 효정(예수정 분)이 29세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이를 고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경찰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효정을 매도한다. 그러나 효정은 부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맞설 용기를 낸다. '69세'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으로서, 노인으로서, 사회적 약자로서 한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편견에 위협받는 노인의 성 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예수정은 담담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효정의 단단함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 디바
감독 조슬예
출연 신민아, 이유영, 이규형
장르 스릴러
추락하기 위해 올라가는 아름다운 그녀들. 영화 '디바'는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 분)과 수
진(이유영 분)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일들을 그린다. 의문의 교통사고 후 깨어난 이영은 사
고 당일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수진은 실종된 상태다. '디바'는 하나뿐인 1인자 자
리를 둘러싼 경쟁과 욕망, 질투의 감정을 밀도 있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신민아는 혼란
스러운 기억 속에 괴로워하는 이영 캐릭터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며 광기 어린 듯한 연
기력을 선보인다. 친구와 라이벌이라는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 변해가는 이영과 수진의
감정선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신민아는 '디바'
를 위해 수개월의 훈련을 통해 다이빙대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릴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았다. 한 장면을 위해 5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20여 번이나 뛰어내리기도 했다.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감독 이종필
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
장르 드라마
90년대 여성상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파워당당한 여성들이 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
익반'의 이야기다.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커피 타기, 청소, 잔
심부름 등 보조업무에 머무는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
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우
연히 폐수 무단 방류 사건을 알게 된 자영(고아성 분), 늘 삐딱하게 현실을 직시하는 말로
초를 치지만 자영과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고자 하는 유나(이솜 분),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
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되는 보람(박혜수 분)의 성장과 우정을 그린다. 1995년 자신만
의 개성과 스타일이 피어나던 시대, 누군가에겐 추억 여행을, 그때를 알지 못하는 2020
년 청춘들에게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 내가 죽던 날
감독 박지완
출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장르 드라마
김혜수, 이정은. 노 다웃(No Doubt)!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내가 죽던 날'에서 만났다. 제
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 박지완의 장
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는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렸다. '미옥', '굿바이 싱글' 등 여성 중심 영화에 잇달아 출연
했던 김혜수가 형사 현수 역을 맡아 집요함과 함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
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아카데미와 칸을 휩쓴 '기생충'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 이
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으
로 분해 표정과 작은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하며 연기파 배우의 저력을 과시한다.
탐문수사 형식으로 사건 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전개와 그 안에 담아낸
섬세한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김예랑 기자 norang@tenasia.co.kr/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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