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11│DAY5 오늘 제천에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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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사
벌써 영화제 막바지네. 몇 시간을 내리 영화만 보는 것도, 밤새워 사람들과 영화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것도 당분간은 힘들겠지. 이제는 슬슬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자. 여기서 충전한 에너지로 한동안 또 부지런히 살아야하니까. 이런 싱숭생숭한 마음을 정화하는 데는 절이 제격인 것 같아. 금수산 얼음골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정방사라는 절이 있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해우소야. 큰 근심, 작은 근심 칸으로 나뉘어져 있는 게 재미있지. 은은하게 울려오는 풍경소리를 따라 법당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옆에 매달린 작은 바가지로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키자. 땀을 식혔으면 다시 법당 앞으로 나가봐. 어때? 시야를 가리는 것 하나 없이, 금수산 풍경이 전부 내려다보일 걸. 그럼 눈 감고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어. 하아… 살짝 눈을 감아보니, 스님이 목탁 두드리는 청아한 소리와 스사삭-하고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것 같아.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산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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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천참숯불가마
머릿속이 좀 가벼워진 것 같니? 그러면 이제 몸을 가볍게 할 차례야. 자, 귀찮다고 뭉그적거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봐. 야외에 있는 참숯불가마에서 땀 한 번 쫙- 빼고 나면 더위 먹지 않고 남은 여름을 무사히 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좀 생길거야. 참숯은 참나무를 태워 만든 건데, 여기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이랑 음이온이 몸에 정말 좋대. 여기 동굴처럼 생긴 게 진짜 흙으로 만든 불가마야. 우와, 땀으로 흠뻑 젖은 찜질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네. 엄청 개운해 보인다! 우린 어딜 들어가 볼까? 저온, 중온, 꽃탕 중에 골라 봐. 아, 꽃탕은 숯을 만들고 난 후 사람이 불가마에 들어가면 몸에 작고 붉은 반점들이 생기는데, 그걸 말하는 거야. 사실 좀 많이 뜨겁긴 하지만 원적외선이랑 음이온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꽃탕가마가 가장 몸에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지. 뭐, 잠깐 있는 건 괜찮을 거야. 다만 맨발로 들어가거나 일반 신발을 신고 들어가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반드시 가마 앞에 준비된 나무슬리퍼를 신어야 해. 앗, 너 벌써부터 땀을 제법 흘리는구나. 밖에 정수기 있으니까 틈틈이 물도 좀 챙겨 마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353-3번지
이용요금 7,000원
운영시간 8:30~21:00
JIMFF11│DAY5 오늘 제천에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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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집
땀 빼고 나니까 기분은 좋은데 배가 많이 고프네. 이 놈의 배는 한 끼를 못 건너뛴다니까.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한방곤드레밥을 골랐어. 제천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지. 사실 들어가는 재료가 특별한 건 아니야. 곤드레나물이랑 된장찌개, 양념간장 정도랄까. 곤드레나물이랑 같이 쪄낸 밥에, 각자 입맛에 맞게 된장찌개랑 양념간장을 넣고 이렇게 쓱쓱 비벼 먹으면 돼. 간단하지? 난 된장을 많이 넣는 게 맛있더라. 한 입 먹어봐. 아, 고소한 맛이 강한 건 밥에 들기름을 함께 넣었기 때문이야. 참기름이랑은 또 다른 맛이 있지. 그래도 여전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면 밑반찬으로 나온 우엉이나 얼갈이 무침을 살짝 덜어 넣어도 맛있어. 음- 밥 다 먹으면 곤드레나물을 넣고 끓인 숭늉이 나오는데, 절대 쓰거나 떫지 않고 구수해. 그러니까 이렇게 한 상 시키면, 처음엔 적은 것 같아도 다 먹고 나면 엄청 배부르다니까. 맞다! 이게 우리가 함께 하는 마지막 식사구나. 5일 동안 정말 즐거웠는데 이렇게 보내려니 서운하네. 우리, 내년에도 제천에서 만날 수 있겠지?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353-3번지
메뉴 한방곤드레밥, 해물파전, 손칼국수 등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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