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능력자>│어느 날, 초능력자와 마주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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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는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름도 없이 초능력자로 지칭되는 초인(강동원)이 어째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의 능력의 한계나 약점 또한 알려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초인에게 당하면서 그에 대해 짐작해가는 규남(고수)처럼 관객에게 역시 초인은 초월적인 미지의 존재다. 에서 초능력은 슈퍼히어로의 영웅서사만을 위한 도구나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온전히 인간의 초능력 그 자체다.

눈으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은 초인을 “절름발이 괴물”로 만들었을지언정 그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것 또한 그 재주뿐이다. 자신을 위협하는 아버지와 초능력을 거세하려고만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살아남게 한 것도,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데다 육체적으로 우위에 있는 규남과의 대결을 가능케 한 것도. 걱정도 고민도 없던 평범한 규남의 인생 역시 초능력으로 인해 단번에 바뀐다. 초인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규남은 여전히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그저 전당포 유토피아의 “임 대리로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남자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은 초능력은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관객에게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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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임 대리의 파란만장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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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는 강동원과 고수, 이 젊은 배우들의 화학작용만으로도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익숙하다고 생각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낯선 순간들은 서로 경쟁하듯 폭발력을 가진다. 고수는 원래 그가 가장 잘하는 것, 그에게 기대되는 모습을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완성도로 구현해낸다. 별다른 의지도 미래도 없이 살아가는 규남의 대책 없는 낙천성은 자연인으로서나 연기자로서 고수가 지닌 성실한 아우라가 아니었다면 긍정적인 생명력으로 귀결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에 강동원은 그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기대 하지도 않았던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강동원을 보고 겁에 질린다거나 그가 한 마리 뱀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서운 순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강동원의 비현실적인 프로포션과 흠 잡을 데 없는 얼굴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뒤틀린 내면을 보여주는 데에도 성공하면서 다른 쓰임새를 증명해낸다.

“촬영 현장이 너무 재밌고, 만드는 내내 즐거웠다”며 입을 모아 말하던 배우들과 김민석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 또한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년시절부터 매료되었던 초능력이라는 대상에 더 이상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천작한 감독의 의욕은 영화에 생기를 부여한다. 만화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음악의 배치나 두 남자 사이에서 상대적인 초능력이 발현되는 순간, 그것을 만들어낸 감독의 쾌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종종 템포 조절에 실패하거나 전체적인 흐름에서 엇나가는 전환들이 눈에 띌 때도 있지만 관습적인 선악구조와 전형적인 유머를 거부하는 새로운 감독의 등장에 기대를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화는 11월 10일 개봉.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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