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으로라도 “일본에서는 내가 장동건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마츠모토 히토시가 두 번째 영화 <심볼>을 들고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았다. 그의 첫 영화 <대일본인>은 2007년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이번 영화 <심볼>은 이미 개봉한 일본에서 연일 흥행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PIFF에서는 ‘갈라 프리젠테이션’으로 소개되어 매진사례를 기록 중이다. 아내의 출산 일정과 겹쳐 PIFF에 참여하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사흘 전에 딸을 낳아 부산에 올 수 있었다는 마츠모토 히토시 감독은 어디에서나 ‘마짱!’을 외치는 열광적인 팬들을 몰고 다녔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영화 <심볼>. 일본 예능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특유의 말투로 재치 있게 답변하는 예능인 마츠모토 히토시와, 한 관객에게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천재다”라는 평가를 들은 작품을 만들어낸 영화감독 마츠모토 히토시의 두 얼굴을 기자회견장에서 만나보았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영화감독을 하고 있고 해외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기타노 다케시와 비교되고 있는데?
마츠모토 히토시
: 기타노 다케시를 감독으로서 매우 존경하고, 언젠가는 꼭 넘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적인 면으로 보면 전혀 작품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작품적인 면으로만 평가받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관련해서는 많이 의식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감독만 하면서 배우를 괴롭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기타노 다케시가 주최한 영화상을 받은 적도 있고, 기타노 다케시가 칸 영화제에서 한 작품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만들어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는데.
마츠모토 히토시
: 다케시 감독님이 “열 작품쯤 만들어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섯 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번 작품이 두 번째인데 아직은 모색 중인 단계가 아닐까? 다섯 작품 정도하면 ‘이게 어떤 거다’라는 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로서 출연도 하고 감독도 하고 있는데, 배우로 출연하는 것보다 만드는 데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어떤 면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매력을 느끼는지?
마츠모토 히토시
: 감독을 하면서 배우를 하다보니까, 감독으로서 배우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괴롭히는 쪽과 감독으로서 배우인 자신을 혼내는 입장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사실 그냥 감독의 일만 하면서 배우를 괴롭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웃음)

하지만 본인이 출연을 하지 않으면 영화가 성립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마츠모토 히토시
: 그런 말이 영광이긴 하다. 하지만 사실 다른 배우를 찾고 싶었는데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출연한 것도 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해야 되겠구나”하는 식으로 전개가 됐다.

원래 웃음의 코드라는 것은 언어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언어권이 바뀌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볼>은 언어적인 장벽을 뛰어넘는 영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영화로, 무성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다. 전작과 달리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마츠모토 히토시
: 말은 많이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외 국가들의 관객들을 생각했기 때문에 언어적인 면은 넣지 않으려고 하기도 했고.

“20년 전만 해도 부산은 흙길이었는데!”

영화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 되는데, 마츠모토 히토시가 출연한 일인극 부분만 있어도 영화가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츠모토 히토시
: 여러 가지 고민의 과정에서 그런 기획이 있기도 했었지만, (지금의 형식이) 영화로서의 폭을 넓힌다고 생각했다. 사실 혼자서 하는 건 무대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애드리브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영화 촬영에서도 현장에서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는지?
마츠모토 히토시
: 즉흥성의 측면이라면 60%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크랭크인을 하고, 나머지는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변화한다. 시작을 할 때는 엔딩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때 그 때 현장의 기분 따라서 바뀌었다.

영화가 지향하는 것이 어느 지역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평화, 미래의 평화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의도한 것인지?
마츠모토 히토시
: 점점 나이가 먹고, 아이가 생겨서 그런지 좀 더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이 영화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농담 같은 질문 하나. 현장에서 보니까 웃음기가 없는 얼굴은 전직이 의심되는데?
마츠모토 히토시
: 일본 코미디언들이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마피아처럼 보이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이 자리에도 함께 온 후배 코미디언 기무라 류이치도 똑같이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인데, 내가 저렇게 만들어 놨다.(웃음)

부산에 온 소감은?
마츠모토 히토시
: 부산에는 아마 20년 전에 왔었던 것 같은데 많은 부분이 변해서 깜짝 놀랐다. 도시가 되었달까. 20년 전에는 흙길이었는데. (웃음)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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