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박중훈, 엄정화, 장동건, 하지원, 김하늘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레드카펫이 아니다. 10월 9일,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진행되는 PIFF 빌리지 야외무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배우들이 합법적 영화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 선포식을 위해 모였다.

사실 불법 다운로드가 한국 영화 산업을 망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에 따른 캠페인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굿 다운로더 캠페인’은 작지만 효과적으로 사고를 전환해 훨씬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말하자면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마라’고 부정적으로 말하기보단 합법 다운로드를 ‘하라’고 긍정적으로 권장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벅스, 곰TV, 맥스무비 등의 사이트를 통해 합법 다운로드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네이버도 서비스를 약속한 상황이다. 특별히 공짜로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이 아니더라도 ‘어둠의 경로’ 외에는 영화를 구할 방법을 몰라서, 혹은 그냥 편해서 무감각하게 불법 행위를 하는 네티즌들을 합법적 시장으로 불러 모으는 캠페인인 셈이다. 현재 안성기와 박중훈이 캠페인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107억 원 개런티를 버리고 참여한 캠페인

이번 선포식에 참가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캠페인이 실패하면 한국 영화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기에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앞장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인데, 이 날 해운대 야외무대를 찾은 스타들 외에도 정우성, 송강호, 신민아 등이 참여해 ‘굿 다운로더 캠페인’ CF를 찍었다. 만약 그들 개런티에 맞춰 찍으면 약 107억 원 정도가 필요할 거라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참여한 일이지만 “자신을 안 불러줘서 차태현이 화를 낼”(안성기) 정도로 이 캠페인에 대한 영화인들의 관심과 기대는 매우 높은 상태다. 실제로 이 날 행사에는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배급사들의 대표들도 참석해 이것이 결코 일시적 이벤트로 소비될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 영화 불법 다운로드로 침해 받는 규모는 연간 1조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해운대> 영상 유출 사건은 중국과의 판매 계약을 깨고 해외 시장에 한국 영화 유통에 대한 불신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연 이들 영화인들의 노력은 수많은 네티즌들을 ‘굿 다운로더’로 만들어 인터넷 시대에 맞는 합법적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글. 부산=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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