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박해일(왼쪽부터), 조철현 감독, 전미선, 송강호가 25일 오전 서울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박해일(왼쪽부터), 조철현 감독, 전미선, 송강호가 25일 오전 서울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늘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배우 송강호와 박해일이 영화 ‘나랏말싸미’로 만났다. 백성을 위한 가장 쉽고 아름다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뜻을 모은 이들의 이야기다. 송강호는 “숭고한 시간들이었다”며 “진중함이 영화를 하는 내내 우리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조철현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이 참석했다.

조철현 감독은 “단도직입적인 걸 좋아해 제목을 ‘훈민정음’으로 하려고 했는데 작가가 한글인 ‘나랏말싸미’로 하자고 제안했다. 해례의 서문이기도 해서 쉽고 담백하게 ‘나랏말싸미’로 했다”고 제목에 얽힌 비화를 밝혔다.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연출자로 데뷔하는 조철현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연출자로 데뷔하는 조철현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작, 기획, 각본 등 영화의 여러 영역을 거친 조철현 감독은 ‘나랏말싸미’를 통해 처음 연출자로 데뷔한다. 조 감독은 “우리의 5000년 역사 중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다. 훈민정음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고자 한 건 15년 정도 됐다. 몇 년 전에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 사이에 신미 스님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유교 국가의 승려와 왕이 문자를 만든다면 비밀리에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비유하자면 기독교 국가의 왕이 이슬람 성직자와 국가의 문자를 만드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들려는 개인적 이유도 털어놨다. 조 감독은 “어머니의 평생 한이 글자를 모르는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조 감독은 이 같은 영화의 설정에 대해 “훈민정음 창제설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양의 다빈치코드처럼 영화에 ‘훈민정음 코드’가 숨겨져 있다. 해례본은 33장의 종이로 완성됐다. (불교에서 의미가 있는 33같은 숫자처럼) 불교적 법수가 여기저기 담겨 있다”고 귀띔했다.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 /조준원 기자 wizard333@
송강호는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 세종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성군인 세종대왕을 연기하면서 부담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에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생각했다. 세종대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얘기가 많지만 한글을 만드는 고뇌와 외로움, 고통 등을 심도 깊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간단하고 쉬운 것이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며 “한글에 대해서 존중하고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사극이 주는 웅장함, 막중함도 있지만 편안함도 있다”며 “우리 조상의 얘기를 한다는 것으로 인한 편안함이 꽉 찬 현장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물기가 스미다가 흥건해지는 수건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드는 꼴통 스님 신미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 /조준원 기자 wizard333@
세종과 함께 한글을 만드는 꼴통 스님 신미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해일은 세종을 도와 한글을 만드는 스님 신미 역을 맡았다. 박해일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 세종대왕의 이야기와 위대함에 가려져 있던 고뇌, 평범함까지 시나리오에 담겨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글 창제의 과정 안에서 조력자가 스님이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컸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스님 연기를 위해 머리도 밀었다. 송강호는 “제가 본 두상 중에 가장 예뻤다”며 “두상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해일은 “관객들이 나의 스님 연기에 어색하지 않게 절에도 가보고 스님의 모습도 살펴봤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삭발식도 실제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했다”면서 “천년 고찰에서 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그 곳에 계신 스님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 분들이 내게 오셔서 박해일이 자기들보다 더 스님 같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박해일은 역할에 더 몰입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차를 타고 다닐 때에도 절까지 들어가는 산길을 걸어다녔다고 한다.

세종과 신미의 한글 창제를 도왔던 소헌왕후 역의 배우 전미선. /조준원 기자 wizard333@
세종과 신미의 한글 창제를 도왔던 소헌왕후 역의 배우 전미선.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전미선은 세종과 한글 창제의 뜻을 함께한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전미선은 “평소 가지고 싶었던 성품을 소헌왕후에게서 느꼈다”며 “작품을 읽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미선은 경북 영주 부석사에서의 첫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 전 꿈에서 부석사를 먼저 접했다. 그러면서 꿈 속 장면 위로 영화 제목이 올라갔다”며 “촬영하면서 부석사 앞을 바라보는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세 배우는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송강호는 “나만 늙었구나 생각했다. 두 분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웃었다. 박해일은 “긴 세월인데 금방 지나쳐 온 것 같다”며 “작품으로 만난 게 뜻 깊다. 두 분은 더 그윽해졌다”고 칭찬했다. 전미선은 “그 때 만났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같다”며 “든든하게 받쳐준 두 분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 예전에 만난 오빠, 동생 같았다”고 고마워했다.

전미선은 “쉬운 소리글자, 깊은 뜻이 있는 단어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영화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박해일도 “스마트한 시대, 디지털 사회에서 물과 공기처럼 쓰이고 있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고증을 통해 만들었다.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의) 지하 세계를 탈출해 600년이라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위대한 인물을 만나고 왔다”며 “지워지지 않을 위대함을 같이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는 오는 7월 24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