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다큐 영화 ‘옹알스’ 포스터./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다큐 영화 ‘옹알스’ 포스터./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옹알스’는 2007년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같은 이름의 코너로 출발한 코미디언팀이다. 리더 조수원을 비롯해 채경선, 조준우가 원년 멤버로 활동했고 이후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까지 총 7명의 멤버가 한 팀을 이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개콘’에서 인기가 한풀 꺾인 이후 옹알스 멤버들에겐 설 무대가 없었다. 코미디언들의 빠른 세대 교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폐지와 더불어 끼가 충만한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그러나 옹알스는 포기 하지 않았다. 힘을 모아 살아갈 방법을 궁리했다. 저글링, 마임, 비트박스, 마술 등을 이용해 개그를 선보이는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웃음을 줄 수 있는 ‘해외’였다.

옹알스는 일본,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전역까지 진출했다. 12년 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오직 표정과 행동 만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는 그들의 공연을 본 세계인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제28회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최초로 ‘디렉터스 초이스상’을 수상했고, 국내 코미디언으로는 처음으로 런던의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공연했다. 2016년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3000여 명의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2018년, 국내 코미디언 최초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쾌거도 이뤘다. 옹알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이라는 더 큰 꿈을 품었다.

‘옹알스’를 제작하고 연출한 차인표 감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옹알스’를 제작하고 연출한 차인표 감독./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옹알스’는 배우 차인표가 제작하고 연출한 첫 장편 다큐 영화다. 그가 출연한 영화 ‘마이모이’의 연출부 막내였던 전혜림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영화는 옹알스가 그동안 이룬 대단한 업적과 관련해, 혹은 그 과정에서 흘렸을 땀과 눈물을 디테일하게 그리지는 않는다. 대신 차인표가 오래 전 한 봉사 활동 현장에서 옹알스를 처음 본 이후, 그들과 관련한 다큐를 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직접 찍기 시작한 2018년 1월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초 기획 의도는 ‘지금까지의 옹알스’가 아니라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전기’였다.

멤버들과 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옹알스의 ‘열악한 삶’이 드러난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공연했지만 버는 족족 더 크고 멋진 공연을 위해 투자했다. 그렇다고 TV나 광고 출연 등이 활발했던 것도 아니어서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어린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비용조차 부담스럽고, 결혼 준비도 순탄하게 하지 못했다. 여기에 혈액암 진단을 받은 리더 조수원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그들에게는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그들의 끈끈한 우정으로 흘러간다.
[TEN 리뷰] '옹알스' 열악한 삶에 쏠린 비중...산으로 간 도전기
영화 ‘옹알스’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영화 ‘옹알스’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TKC픽쳐스
예고한 것처럼 그들의 적나라하고 치열한 라스베이거스 도전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열악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들의 삶과 열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차인표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 인터뷰를 통해 “라스베이거스 도전에 성공하기까지를 담으려고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진정한 도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들의 도전기는 산으로 향했다. 열악한 제작 환경 탓에 기획 의도를 벗어나고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 7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더 큰 무대를 지향하는 것은 자못 감동적이다.

오는 30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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