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두 번째 스물’ 포스터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두 번째 스물’ 포스터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마흔 살의 다른 말은 두 번째 스물이래!”

두 번째 스물에 잊지 못할 첫사랑이 찾아왔다. 그것도 낭만의 도시 이탈리아에서 말이다. 두 번째 스물은 첫 번째 스물과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사랑의 온도까지 어찌 다를 수 있을까. ‘두 번째 스물’은 불혹이라는 나이에 문득 찾아온 첫사랑의 열병을 그린다.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제작 민영화사)은 첫눈에 반했던 만남, 뜨거웠던 연애, 엇갈림 속에 맞이했던 이별 후 운명처럼 재회한 민하(이태란)와 민구(김승우)가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이후 약 1년여 만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태란은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드디어 개봉을 한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고 감격했다.

영화는 90% 이상 이탈리아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돼 낭만을 자극한다.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국내에 알려진 이탈리아 북부의 대도시 토리노부터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가 된 전원도시 만토바까지, 이탈리아 북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곳의 숨은 도시들을 담아냈다.

그러나 촬영 일정이 꽤나 촉박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탈리아에서 모든 촬영을 끝마쳐야 했다. 김승우는 “이탈리아로 촬영을 간다고 했을 때 환상이 있었다. 그런데 4주 후에 깨닫게 됐다. 촬영과 여행은 다르더라. 4주를 여행을 갔으면 행복하게 모든 걸 눈으로 가슴으로 품고 왔을 텐데”라면서 “이탈리아에 대한 감흥은 없었다. 즐기지는 못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는데 우리가 저런 곳에서도 촬영했구나, 저렇게 멋있는 곳에서도 촬영을 했구나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란은 “솔직히 그 당시에는 힘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꿈같다. 이탈리아에서 한 달 동안 꿈을 꿨고, 지금은 꿈을 깬 느낌이다. 이제 개봉이라는 현실이 남았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빨리 김승우 선배와 친해지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면서 “김승우 선배가 남자답고 포옹력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과 어우러져서 즐겁게 지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스물’ 스틸컷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두 번째 스물’ 스틸컷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박흥식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으로 “중년이 되면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해야 삶도 제대로 보인다. 중년 정도가 되야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사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런 안타까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승우 역시 “첫 번째 스물과 두 번째 스물에서 사랑의 감정은 별 차이가 없지만 표현의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두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박흥식 감독은 김승우와 이태란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승우를 생각했다. 지질한 연기를 잘한다.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다. 여자 캐릭터는 톡톡 튀면서도 지적이고 중성적인 느낌을 원했는데 이태란이었다”면서 “두 사람이 내가 생각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고 만족했다.

두 사람 역시 서로에 대해 만족했다. 김승우는 “친구들에게 이태란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첫사랑 역할에 딱 인거 같다고 말하더라. 촬영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면서 “워낙에 성실하고 성격이 좋아서 그 힘든 촬영 다 이겨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이태란은 “감독님을 첫째 믿었지만 남자 캐릭터가 김승우 선배라는 이야기를 듣고 믿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통 멜로는 경험이 없어서 두려웠다. 김승우 선배만 믿고 갔다”고 신뢰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분명 첫사랑이지만 ‘불륜’이라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승우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두 캐릭터에 대해 ‘저래 서는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극 중 캐릭터의 입장만 보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를 하게 됐다”면서 “불륜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윤리적이지 못한 사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극 중 인물에 대해서 조금만 이해를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태란 역시 “나이와 조건이 다른 두 사람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춰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스물’은 오는 11월 3일 개봉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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