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기적인 그녀2′ 포스터 / 제공=시네드에피
영화 ‘엽기적인 그녀2′ 포스터 / 제공=시네드에피
[텐아시아=김수경 기자]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을 만들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작이 단순 흥행에서 그치지 않고 추억으로 남을 신드롬까지 만들어냈던 ‘웰메이드’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쉽게도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을 뛰어넘지도 못 했을뿐더러 새로움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전지현)’라는 캐릭터가 지닌 엉뚱한 매력과 그것이 주는 웃음, 그리고 견우의 진실된 사랑이 주는 감동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녀와 견우의 사랑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있을 법 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공감은 진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엽기적인 그녀2’에는 그러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사랑했던 그녀를 비구니로 떠나 보내야 했던 슬픔에 빠져있는 견우에게 새로운 그녀가 나타나고, 견우는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 서로에게 설렘을 느끼는 순간도 없이 왜 이 둘이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첫사랑이 찾아왔다고 해서 응당 결혼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몰래 취직을 시켜주자마자 견우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고 결혼하자고 말한다.

첫사랑이 결혼까지 이어지는 동기 자체가 모호하고, 그런 개연성의 큰 구멍을 ‘엽기’를 답습하기만 하는 신혼 에피소드로 채우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 역시 지루하고 느슨해진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둘은 잠시 헤어지지만, 견우가 그녀가 있는 중국의 오지로 찾아가면서 다시 재결합하게 된다. 언제든 도망치지 않고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견우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순간 관객은 감동을 받아야 할 타이밍이지만, 동화처럼 비현실적인 해피엔딩에 마지막까지 공감할 기회를 놓쳐 버린다.

허술한 스토리 안에서 배우들은 길을 잃었다. 본 영화를 통해 ‘아시아적 소통’을 이루고 싶다던 조근식 감독이 내세운 장치 중 하나가 일본 여배우 후지이 미나다. 회사 후배인 견우에게 호감을 품으며 영화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고 하던 유코(후지이 미나)의 짝사랑은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려 관객에게 물음표만 제시한다.

세련되지 못한 연출도 ‘엽기적인 그녀2’를 B급 영화로 굳혔다. 화가 날 때 눈에서 정말 불꽃이 튄다든지,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줄 때 옷이 슈퍼맨 복장으로 둔갑한다든지 하는 1차원적 연출은 중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개그 코드다. ‘아시아적 소통’을 노리고 만든 듯한 뻔한 언어 유희도 영화와 관객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엽기적인 그녀2’를 중국 시장만을 노리고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조 감독은 시사회에서 “’엽기적인 그녀2’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간격을 좁히자는 게 목표였다”며 “아시아를 돌아봤을 때 사람들이 고도로 개발되고 성장한 사회에서 날이 서 있더라. ‘웃픔’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견우의 얼굴로 날카로움이 누그러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시아간 소통이나 사회적인 문제 제기는 좋은 의도지만, 감독은 정작 ‘엽기적인 그녀’를 관통하는 기본을 망각했다. 바로 사랑에 관한 ‘공감’이다. 허술한 설득력과 연출력은 관객이 견우의 두번째 사랑에 공감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감독의 거대한 의도 또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증발해버렸다. 기본을 망각하면 엽기적인 B급 영화가 될 뿐이다.

12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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