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꿈’ 포스터.
‘은하철도의 꿈’ 포스터.
‘은하철도의 꿈’ 포스터.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시코탄 섬에 살고 있는 준페이와 칸타 형제는 명작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좋아하는 아버지 타츠오의 영향으로, 매일같이 기차놀이를 하며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상상 속에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으로 인해 시코탄 섬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준페이와 칸타는 부모님을 따라 시코탄 섬에 오게 된 파란 눈의 소녀 타냐와 우정을 쌓아가지만, 타츠오가 섬 밖으로 끌려가게 되면서 형제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험난한 길을 떠나게 된다. 전체 관람가, 9일 개봉.

10. 셀 애니메이션과 은하철도의 만남은 매우 서정적이다 / 관람지수 6

‘은하철도의 꿈’ 스틸.
‘은하철도의 꿈’ 스틸.
‘은하철도의 꿈’ 스틸.

‘은하철도의 꿈’은 노년의 준페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시코탄 섬을 찾으면서 기억 저 편에 있는 추억 한 자락을 들춰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전쟁의 아픔과 맞닿아있다. 준페이의 기억 속 시코탄 섬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본에서도 외딴 섬이다. 전쟁 중이란 것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러던 1945년 일본 패전 소식이 전해진 뒤 소련군이 들어온다. 하지만 어린 준페이와 칸타 형제의 눈에 비친 이들은 우리와 조금 다른 이웃일 뿐이다. 파란 눈의 타냐와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도 어른들과 달리 순수함을 간직한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전쟁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피부로 전달한다.

하지만 전쟁의 영향은 이들에게도 찾아온다. 준페이, 칸타 형제의 아버지가 소련군에 끌려가고, 형제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시련 속에서도 이들은 뜨거운 형제애를 보여준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까지, 준페이와 칸타의 험난한 여정에 가슴이 뭉클하다. 더욱이 이 이야기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실감을 살렸다.

2D 셀 애니메이션은 이들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직접 손으로 한 장 한 장 그려내 3D 애니메이션이 따라갈 수 없는 서정적인 감성과 따뜻함을 품었다. 준페이와 칸타의 형제애는 물론 타냐와의 우정 등이 잘 살아난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가장 큰 이유다. 셀 애니메이션만이 지닌 강점과 ‘은하철도의 꿈’이 담으려는 감성이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기차의 등장은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준페이와 칸타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거나 아버지와의 이별로 겪는 슬픔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적 장치다. 은하 세계를 달리는 기차의 등장은 잠시나마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준페이와 칸타는 물론 영화를 보는 사람들마저도. ‘은하철도999’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들 정도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제공. 퍼스트런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