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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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보셔도 될 것 같다.”(레드로버 하회진 대표)

한국산 애니메이션 한 편이 할리우드에서 큰 ‘사고’를 쳤다. 애니메이션 ‘넛잡:땅콩 도둑들’이 17일 북미 전역에서 무려 3,427개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북미에서 이 같은 규모로 개봉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는 17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넛잡’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3,427개란 미국 상영관 수는 굉장히 큰 의미”라며 “이는 미국 전역 어디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것 같다”고 자랑했다. 이어 “지난 11월 아메리칸필름마켓 당시 3번의 시사회를 했는데 어린이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이에 미국 배급을 맡은 오픈로드필름이 2,300만 달러에 이르는 P&A 비용을 직접 써가며 더 적극적으로 상영관 확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넛잡’은 약 4,000만 달러, 약 4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세계 최초 3D 입체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을 제작한 레드로버가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툰박스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만들었다. 제작비 전부를 레드로버가 유치 투자했고, 수많은 한국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하 대표는 “제작 초기 한국산이 맞다, 아니다를 놓고 말이 많았는데 분명히 저작권(copyright)이 한국에 있다”며 “협력 관계에 있는 툰박스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 이유는 세계 시장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리해서라도 세계 시장을 제대로 노려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황세환 3D 입체 슈퍼바이저는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등처럼 거대 자본을 가지고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커다란 스튜디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며 “큰 회사들에 뒤지지 않으려는 자존심이나 고집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고 그간의 노력을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넛잡’ 스틸
애니메이션 ‘넛잡’ 스틸
애니메이션 ‘넛잡’ 스틸

‘넛잡’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싸이의 등장이다. 극 중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 스페셜 게스트로 싸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히트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선보인다.

하 대표는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 중 한류가 전 세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싸이와 연관해서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미국에서도 싸이 열풍이 아직 남아 있고, 남녀노소 모든 분들이 싸이를 알고, ‘강남스타일’ 춤을 알고 있지 않나. 의도한 대로 상당히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에 홍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넛잡’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피터 레페니오티스 감독. ‘토이스토리2′ 등에 참여했던 그는 ‘볼츠와 블립’을 통해 레드로버와 이미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는 “한국 분들이 똑똑해서 뭔가 지시하면 그것보다 조금 더 좋은 결과물을 들고 나온다”며 “특히 김재우 캐릭터 디자이너가 확고하고 아름다운 캐릭터 창조했기 때문에 내가 원했던 영화를 구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넛잡’은 사고뭉치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땅콩떨이 대작전을 그린 3D 애니메이션. 해외 시장을 주력으로 삼은 것 때문에 ‘넛잡’이란 제목이 주는 의미가 국내 관객에겐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피터 감독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며 “영어 표현에 뭔가 훔칠 때 ‘잡’이란 단어를 붙인다. 가령 돈을 훔치면 ‘머니잡’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영어 표현으로 ‘넛잡’은 ‘똘기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악이 선으로 바뀌는 변화 과정을 다루려고 했다”며 “한국 형제들과 일을 하면서 팀웍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팀웍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의도를 전했다. 29일 개봉.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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