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꼰대인턴'서 가열찬 부장 役
데뷔 15년차 박해진 "슬럼프 있었지만 혼자 감당해냈다"
박해진 "결혼 전까지 독립 생각 없어"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가열찬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가열찬 역을 맡은 배우 박해진./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꼰대인턴’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배우들, 스텝들끼리 끈끈했어요. 드라마가 끝나는 동안 단 한 번도 큰소리가 난 적이 없었거든요. 여러모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죠. 이렇게 착한 사람들만 모여서도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배우 박해진이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 종영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박해진은 구 '옹골'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이자 현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 마케팅영업팀 팀장인 가열찬 부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과거 인턴시절 팀의 부장이었던 이만식(김응수 분)에게 온갖 괴롭힘을 받고 퇴사한 뒤 그를 잊고 살았지만, 자신이 부장으로 있는 팀에서 이만식을 부하직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며 의외의 브로맨스를 만들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해진은 같이 호흡을 맞춘 김응수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응수 선배님과 나이터울이 많음에도 이질감이 없었다. 맞춰 나간다기 보다 그냥 잘 맞았다. 보통 촬영할 때 장면에 대해 상의를 한다거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김응수 선배님과는 대사만 맞춰보고도 바로 들어갈 정도였다”고 밝혔다.

‘꼰대인턴’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김응수 때문이었다는 박해진. 그는 “이만식 역할에 김응수 선배님이 이미 캐스팅 되어있는 상태였다. 이 캐릭터를 김응수라는 배우가 한다면 내가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데뷔 14년 만에 첫 코믹 연기에 도전한 박해진./사진제공=스튜디오HIM
데뷔 14년 만에 첫 코믹 연기에 도전한 박해진./사진제공=스튜디오HIM
박해진은 ‘꼰대인턴’을 통해 데뷔 14년 만에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코미디 장르를 피했던 건 전혀 아니다. 매 작품 나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며 “가열찬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보면 뻔한 인물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우리 주변에 있을 만한 인물이어서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해진은 역할을 위해 망가짐도 불사했다. 1회에서 인도라면 CF 장면에 등장해 앙증맞은 춤과 분장들로 큰 웃음을 선사한 것. 박해진은 “처음 댄스 동영상을 받았을 때 당황스럽고 부담이 되긴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도 될까 하는 반응에 대한 우려였다”면서도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살리고 싶어서 안무도 배우며 준비를 많이 했다. 분장팀에 수염도 직접 부탁했다. 찍으면서도 잘 나올까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팀과 CG팀이 필요 이상으로 잘 만들어줬다. 방송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새로움이나 도전을 중요시 여기는 건지 묻자 박해진은 고개를 가로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아요. 이번에 코미디를 했다고 해서 다음에 코미디를 안 하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박해진은 가열찬과 닮은점에 대해 "좋은 사람이고 싶은 강박관념"이라고 답했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가열찬과 닮은점에 대해 "좋은 사람이고 싶은 강박관념"이라고 답했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가열찬과 자신이 많이 닮아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실제 나의 성향이 가장 많이 투영된 것 같다”며 “가열찬 성향이 부하 직원에게 모진소리를 못한다. 나 역시 좋은 사람이고 싶은 강박관념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은 꼰대성을 발견한 순간이 있냐고 묻자 박해진은 “꼰대 경계에 있는 지점이 있다”며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우리 때만 해도’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옛날에는 더 힘들었다더라’ 정도로 말한다”며 웃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꼰대 혹은 상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의견 차이 정도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아직 이만식, 가열찬 같은 꼰대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하하”
박해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장소가 취소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장소가 취소되는 등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달라진 촬영 현장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주 52시간 촬영에 대해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이제야 지켜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드라마는 1분도 근로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오히려 촬영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다 돼서 못 찍은 경우가 많다. 예전 같으면 양해를 구하고 찍었을 텐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또 우리는 A팀 한 팀만으로 촬영을 끝냈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시간을 지켰다는 건 높게 평가해줘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월에 촬영을 시작한 ‘꼰대인턴’은 코로나 19라는 복병과 싸우며 힘들게 일정을 완주했다. 박해진은 "촬영 초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장소가 취소되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촬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쪼개고 쪼갰다. 열 체크와 소독도 다 했고, MBC 내부에서 진행한 장면도 많았다. 최대한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찍었는데,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촬영을 마무리하게 돼 다행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시즌2 계획을 묻자 박해진은 “내부적으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12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저는 16부작에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뭔가 하다만 느낌이랄까?(웃음) 14부까지 갔으면 인물들 서사도 정리 돼고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슬럼프가 있었냐는 질문에 박해진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슬럼프가 있었냐는 질문에 박해진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2006년 데뷔한 후 매년 꾸준히,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해진에게 슬럼프는 없었을까. 그는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소문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혼자 감당하며 지내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박해진은 “예전에는 강박이 심했다. 매일매일 다음날 계획을 세워놓고, 주 단위 계획을 세워놓고, 다음날 입을 옷들을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운동을 가게 되면 나갈 때 입는 옷. 샤워하고 갈아입을 옷들도 미리 정해 놓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조금씩 내려놓고 비워내고 있는 중”이라며 “예전에는 그런 것들에 의미를 많이 부여했는데 이제는 다 비워내고 싶더라.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꼰대인턴’을 4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신발 두 켤레, 옷은 열 벌 미만으로 돌려 입은 거 같아요. 츄리닝이나 티셔츠도 화장이 묻지 않게 목 부분이 늘어나있는 옷들로 입었죠. 제 자신에 대해 놓지 못하고 있던 강박들을 하나 둘 내려놓기 위해서요.”
박해진은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꼰대인턴’이 라면회사를 배경으로 한 만큼 라면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본인만의 라면 레시피를 묻자 박해진은 “기본 레시피대로 끓이는 편”이라며 “예전에 자취할 때는 돈이 없어서 시장에서 장을 다 봤다. 그때 오징어도 사고 여러 가지 해산물과 파를 사와서 다 소분한 뒤 얼려놓았다”며 “그날그날 라면에 뭘 넣어 먹을까 고민하는 재미가 있었다. 당시에는 라면만 먹으면 배가 고프니까. 밥도 다 해서 얼려 먹었다. 그때가 오히려 더 잘 챙겨 먹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은 의향은 없냐고 묻자 박해진은 “지금은 가족들과 다 같이 산다. 심지어 조카 두 명도 다 데리고 산다”며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나중에 내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그때 독립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예능은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나는 겁이 많아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가식적으로 짜내는 건 맞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건 전파낭비다. 시청자들이 제 팬들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며 웃었다.

“평소 요리 하는 걸 좋아해요. 해보고 싶은 음식 레시피 동영상들은 저장해놓기도 하고요. 어머니가 한식을 워낙 잘하셔서 집에서 요리 할 일은 많이 없는데, 가끔 베트남이나 태국 요리, 파스타는 종종 만들어요. 조카들을 위해 탕후루나 수플레를 만들기도 하고요.”
차기작으로 '크라임 퍼즐'을 확정한 박해진./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차기작으로 '크라임 퍼즐'을 확정한 박해진./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은 차기작으로 ‘크라임 퍼즐’을 일찌감치 정해놓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범죄심리학자 한승민으로 분한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이다. 올해 드라마 ‘포레스트’ ‘꼰대인턴’에 이어 세 번째 작품에 들어가는 박해진.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박해진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죠. 쉬고 있을 때는 더 쉬고 싶고요. 그렇지만 일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 일이니까 저를 찾아줄 때 열심히 하려고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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