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다, OCN '본 대로 말하라'로 안방극장 데뷔
극 중 연쇄살인마 '그놈'(음문석 분)의 추종자인 신경수 役
"다양한 변화에 도전하고파"
OCN 토일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서 연쇄살인마 '그놈'(음문석 분)의 추종자인 신경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바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OCN 토일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서 연쇄살인마 '그놈'(음문석 분)의 추종자인 신경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바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친한 친구들이 'TV에 나왔는데 알아보는 사람 없냐?'고 물어봤어요. 한 명도 없다고 했죠.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냐?'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죠. 살인마 역인 만큼 사람들이 피하기 좋은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무서운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친근하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22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 출연한 배우 김바다가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극 중 연쇄살인마 '그놈'(음문석 분)의 추종자인 신경수 역으로 열연한 그는 날이 선 눈빛부터 섬뜩한 미소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놈'이 신경수가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면서 극의 반전을 배가했다.

2015년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데뷔한 김바다는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쌓았다. 그에게 '본 대로 말하라'는 안방극장 데뷔작이다. 소속사에 들어간 후 처음 본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신경수 역을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본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의아했어요. 오디션을 볼 때까지만 해도 신경수라는 역할이 없었거든요. 내 또래의 형사 역이나 극 중 신경수가 죽였던 정찬구(김서하 분), 강승환(김흥래 분) 역이 전부였죠. 그래서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신인한테 이런 기회가 오는 게 흔하지 않은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김바다는 자신이 연기한 신경수를 "굉장히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고 침착한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계획한 범죄에서는 완벽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것. 그러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과 별개로 캐릭터에 몰입할수록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극 중 신경수가 자신이 죽인 이보광을 옆에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무섭고 섬뜩했을 것"이라면서 "한 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사람은 누구나 의지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신경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혼자라는 외로움과 계획된 살인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었다면 강동식(음문석 분)에게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통제하는 행위)을 당해서 목숨을 잃는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본 대로 말하라' 현장 비하인드컷. /사진제공=OCN
'본 대로 말하라' 현장 비하인드컷. /사진제공=OCN
극 중 신경수는 생방송 중 프로파일러 나준석(송영규 분)을 목 매달아 죽일 만큼 대범하고 거침없는 인물이다. 김바다는 캐릭터의 반전을 위해 목소리의 톤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과 함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충격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인 만큼 반전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때는 차분하고 세심함이 돋보이게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캐릭터의 설정을 위해 참고한 작품으로는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꼽았다. 전혀 다른 장르지만 그 안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하고 접목했다. 김바다는 "극 중 신경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그만큼 다양한 방향성을 갖고 인물에 접근했다"면서 "대사를 연습할 때 자장가를 틀어놓고 했는데 색다른 느낌이 나왔다"고 말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시간의 흐름대로 연기해요. 반면 드라마는 시간의 흐름대로 찍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나 인물의 서사를 계속 품고 있어야 했죠. 그래야 스토리 라인에서 튀지 않는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무대 연기는 전달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확장된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드라마는 좀 더 사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게끔 장비가 세팅돼 있어 편했어요."

5년 동안 무대 연기를 펼쳐온 김바다에게 드라마 현장은 낯설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역할을 받게 되면서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그는 "너무 큰 역할을 받아서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촬영 자체가 익숙지 않은 상황이라 덜컥 겁이 났다"면서 "본 촬영을 앞두고 연습할 수 있는 기간이 넉넉한 덕에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바다는 ‘본 대로 말하라’에 특별 출연한 배우 음문석이 '그놈'일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사진제공=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김바다는 ‘본 대로 말하라’에 특별 출연한 배우 음문석이 '그놈'일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사진제공=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바다는 배우들의 배려와 조언 덕에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광수대 팀장 황하영을 연기한 진서연에 관해 "극 중 신경수가 차 안에서 죽는 장면을 찍을 때 진서연 선배와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선배와 공통점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의 대표작을 인상 깊게 본 관객으로서 진서연 선배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라며 "실제로는 되게 따뜻하고 장난기가 넘친다.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최수영의 남다른 연기 열정에 깜짝 놀랐다는 김바다. 그는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최수영의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김바다는 "최수영은 나에게 스타라는 느낌이 컸다. 한창 아이돌에 관심이 많을 때 중심에 있던 인물"이라면서 "첫 촬영이 최수영과 연기하는 장면이라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처음 봤을 때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장혁 선배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거친 액션신을 찍어야 했어요. 현장 분위기가 낯설어서 부담스러웠죠. 선배가 시선 처리부터 몸을 쓰는 법까지 지도해준 덕에 잘 찍을 수 있었어요.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는 더 세게 해도 되니까 편하게 하라고 했죠."

김바다는 처음 해보는 액션신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반복된 촬영에 손이 덜덜 떨리고 땀을 비 오듯 쏟았다. 그는 "한 장면을 끝내면 또 다른 각도에서 그만큼의 에너지를 똑같이 구현해야 했다"면서 "하도 반복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땀인지 분장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근데 장혁 선배는 별로 안 힘들어 보이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동안 OCN만 틀어놓을 만큼 부모님이 너무 좋아했어요. 저희 엄마가 무서운 걸 못 보는데도 몇 번이고 재방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제 일처럼 기뻐해 줘서 고맙죠."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양한 변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바다. 그는 누군가의 길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김바다의 목표는 말 한마디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다. 그는 "앞으로 신경수가 아닌 배우 김바다라는 사람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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