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와요>, 웃음 속에 숨은 시대와 정치 그리고 문화
, 웃음 속에 숨은 시대와 정치 그리고 문화" /> MBC 밤 12시 30분
어쩌면 그저 옛 코미디를 추억하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故 이주일의 공연 포스터를 재현해 번화가의 벽에 붙여놓거나 그의 과거 영상을 선술집 TV에서 트는 기법에 “(이주일이) TV에 나오면 밥을 안 먹고 봤어요”, “(이주일은) 대한민국 최고 바보요. 거기에 인기가 있는 거요”라는 증언을 더한 것만으로도 회고는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주일의 노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와 함께 도시 미화라는 명목으로 72만 명의 서민을 강제퇴거 시켰던 5공 정권의 폭력성을 보여 주고, 그가 ‘확’ 뜬 것이 ‘땡전뉴스’의 시대였음을 환기시킨 이 다큐멘터리는 개인과 시대, 문화와 정치, 대중과 권력자의 관계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이주일에서 전두환으로, 한대수로, 그리고 故 김형곤으로의 전개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또한 주제를 관통하는 시선이 명확한 덕분이었다. 그래서 “큰 도적 노태우 구속하는 날 냉면, 소주 무료 제공합니다”라는 식당 벽보와 “도둑놈은 못 잡아도 시위대는 잡아야 합니다” 라던 김형곤의 과감한 풍자는 우리 사회의 과거이자 현재라는 면에서 쓴웃음을 짓게 했고, 인터넷이라는 통로로 TV 다음 세대의 풍자 코미디를 개척한 김어준 총수의 인터뷰는 의미심장했다. 풍자에 대해 “권력은 정색할 수 없고 약자는 다치지 않은 채 모두를 웃김으로서 권력으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해석한 그의 말대로, 의 메시지는 지극히 간명했다. ‘웃지 않는 사람’인 권력자 밑에서 ‘웃기는 사람’ 덕분에 ‘웃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시대를 견딜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적지 않았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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