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밤 10시
의 주인공은 게임이 아니라 장시간 그 게임을 하면서 점차 망가져가는 출연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별 것 아닌 것에 짜증내고 흥분하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 등장하는 안성맞춤 배경음악이나 재기발랄한 자막은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심어주는 동시에 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임을 증명해 보인다. 처럼 엉뚱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갖춘 웹툰을 그리는 기안84()와 이말년 작가()의 출연이 기대됐던 건 그래서다.

그러나 어제 방송은 피구왕 통키 게임에 도전한 두 사람이 ‘세계 최고의 피구왕이 되자’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물론 이말년은 새로운 게임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쟤 생긴 거 봐, 머리숱이 없어”, “캐릭터 만들다가 귀찮아서 똑같은 거 두 개씩 만들었나봐”라며 유치하게 트집을 잡았고, 기안84는 어느새 게임보다 서로의 얼굴에 낙서하는 벌칙에 더 목숨 거는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들이 충분했음에도 제작진은 그 순간들을 클로즈업하지 않은 채 그냥 흘려보냈다. 출연자들의 사소한 리액션까지 잡아내 놀려먹던 얄미운 연출력은 어디가고, 방송 내내 브라운관의 정중앙을 차지한 건 커다란 게임화면이었다. 마치 그들의 게임이 아니라 우리들의 게임인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출연자들의 절박한 손놀림에 몰입하게 되는, 만의 고유한 매력이 사라진 것이다. 두 사람이 14시간 40분 동안 피구왕 통키를 세계 최고의 통키왕으로 만드는 동안, 는 단 한 번의 불꽃슛도 날리지 못했다.

글. 이가온 thi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