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다큐멘터리 어설픈 역습"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1423484998847_1.jpg" width="250" height="140" />< MBC 스페셜 > MBC 밤 8시 50분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 MBC 스페셜 >이 제작한 ‘포퓰리즘의 역습 : 그리스의 절규’는 그런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방송이었다. 의료 혜택과 식자재 구입 등 생존과 직결된 부분에서 위기에 봉착한 그리스 국민들의 실상에서 출발한 이 방송은 그리스가 직면한 경제 위기를 국민들이 겪고 있는 궁핍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고난을 묘사하기 위해 방송이 택한 방법은 경제위기 전과 후의 삶의 질을 대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방송은 계속해서 그리스의 비극이 무차별적인 복지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 혜택의 남발로 복지의 마지노선이 붕괴된 과정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해 보였지만, 방송은 그 과정을 대부분 생략하거나 단정으로 넘겨 버렸다. 오히려 ‘고대 철학의 이성’이나 ‘문명의 발상지’라는 감상적인 표현으로 그리스의 호시절을 과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방송이 실제 그리스 경제 붕괴의 원인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밝혀낸 부분을 애써 왜곡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방송이 제시한 도표가 설명하는 것은 그리스 정부의 실책이 복지 예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었으며, 현지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패한 공권력과 부재한 시스템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방송은 내레이션과 한국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복지가 지속되면 그것을 권력으로 인식한다. 복지를 축소해야 국가 경제가 건강해진다”는 메시지를 강제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복지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의도했다. 진실 자체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전제하고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나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나쁜 것은 그 의도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어설픈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리스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절규할 일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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