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방사선보다 무서운 갑을관계
, 방사선보다 무서운 갑을관계" /> 수 KBS2 밤 11시 15분
1년 사이 한 비파괴 검사 업체에서 3명의 노동자가 방사선 과다 피폭으로 사망했다면 이것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반드시 설명돼야 할 사건이다. 죽음에 이를 정도로 방사선에 노출된 이유는 무엇이고 사람이 셋이나 죽어나갈 때까지 방사선은 왜 차단되지 않은 것인가. 어제의 은 이 모든 의문의 긴장을 한시도 놓지 않은 채 방사선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는 노동현장을 촘촘히 파고들었다. 그리고 사망 노동자들이 겪은 공통의 경험을 단지 한 업체의 안전 불감증이나 행정 편의주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았다. 대신 그 많은 작업량의 출처를 궁금해 했고 원청과 하청이라는 노동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이 사건의 시선을 옮겨갔다. 현장 노동 인력을 더 많이 부리는 방식으로 단가비 덤핑 손실을 벌충하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은 모르쇠인 원청, 문제를 알고도 외면한 정부 모두 이 사건의 공범자들이기 때문이다.

비파괴 검사 노동자들이 겪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기에는 공범자들의 면면이 너무나 익숙한 것은 이 사건이 한국 노동 현장의 먹이사슬 구조를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방사선 종사자들 절반 이상이 일하는 의료계의 상황을 함께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방사성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측의 관리 책임이 있는 피폭 선량계를 대부분 미착용하는 이유가 문제 발생 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면, 생명의 안전을 집어삼킬 만큼 고용된 자의 위치가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제의 방송은 단지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고용 상태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섬뜩한 위협이다. 동시에 방사선 종사자들로 본 한국 노동 현실의 축소판 그 자체였다.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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