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왕세자>, 이 정도면 우아한 마무리
, 이 정도면 우아한 마무리" /> 마지막 회 SBS 밤 9시 55분
의 세계는 논리와 상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비단 타임슬립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공식을 계승한 듯 인물들은 악인과 선인의 역할을 너무나 분명히 나눠 갖고 있으며, 어느 순간 드라마는 주인공의 욕망이 아니라 악인의 욕망을 저지하는 것을 주인공의 동력으로 삼는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극적인 전개를 위해 악인을 더더욱 날뛰게 만들었고, 덕분에 계급과 존재에 관한 초반의 참신한 물음은 빛이 바랬다. 현대의 가장 중요한 열쇠였던 출생의 비밀은 어느 순간 의미를 잃었고, 특히 홍세나(정유미)의 행동은 설명이 생략된 채 기능적으로 드러날 뿐이었다. 신분제를 벗고 현대로 넘어와 각자의 삶을 보여줄 것 같았던 이각의 부하들이 웃음을 위한 장치로만 활용되다가 결국 짧은 시간에 배우와 작가로 각자의 꿈을 이루는 장면 역시 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드라마의 손쉬운 전개 방식을 답습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코미디에 대한 꾸준한 감각에 더해, 처음부터 계획 된 과거의 결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수께끼로 등장하던 질문은 드라마를 지배하는 환생에 대한 설명이자,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인 멜로에 대한 근거였으며 이 모든 소동의 의미에 대한 대답이었다. 휴양지의 사진으로 박하(한지민)의 몸을 붙들었던 이각(박유천)은 300년 전의 편지로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사랑을 확인하고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드라마는 기억과 믿음으로 사랑을 완성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박하가 만난 사람이 이각을 대신 할 용태용인지, 이각의 기억을 가진 용태용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박하의 사랑이란 이각과 결혼식에 도달하기까지 그녀가 경험했던 시간 안에 있으며, 박하가 그 기억을 진실로 믿는 한 사랑은 거기 존재한다. 여기에 역사적인 이벤트나 박하와 이각의 아이 같은 증거가 개입되지 않음으로써, 이것은 부용의 사랑에 대한 이각의 대답이 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제법 우아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마무리다. 그리고 이렇게 정성들여 주제를 밀어 붙인 결말은 참 오래간만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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