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면명가>, 맛 없는 국수 한 그릇
, 맛 없는 국수 한 그릇" /> 1회 올리브TV 토 밤 10시
젓가락으로 집을 때마다 뚝뚝 끊어지는 면을 보는 느낌이 이럴까. 첫 회 첫 장면은 비 오는 날 따끈하게 먹는 잔치국수의 추억과 함께 마치 마들렌 과자와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처럼 국수에 대한 개개인의 기억을 환기했다. 문제는 여기서 정서적 맥락을 잇기보다는 그저 ‘제면명가’를 찾아 안동의 잔칫집과 종부집을 찾고, 국수의 고향인 중국에서 우육탕면을 먹으며, 봉평에서 메밀국수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각 과정 자체는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정서적이거나 서사적인 연결고리가 없을 때 그 기행은 글루텐 없는 국수마냥 매끄럽게 이어질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면의 본질적 매력 대신 이름난 면을 쫓는 동안 대중적 음식으로서의 잔치국수가 지닌 훈훈한 식감과 온기는 지워지고, 면 자체의 매력 역시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진행자 중 한 명인 CJ 노희영 전략고문은 프로그램 말미에 봉골레 파스타는 18000원을 받아도 되는데 조개 국수는 그 정도 가격일 수 없는 것이 불공평하다 말했다. 문제의식 자체는 옳다. 다만 면에 대한 애정은 파스타만큼의 가격으로 지키거나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술 먹고 일어난 아침 냄비로 끓인 라면이나, 추운 날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후루룩 거리는 그 순간 그 장소가 ‘제면명가’가 될 수 있는 게 면 요리의 진정한 매력이자 자존심이다. 전통 있는 ‘제면명가’를 찾고 종종 모 국수 브랜드를 홍보하는 이 기획은, 하지만 ‘왜 면은 사랑스러운가’에 대해선 별다른 대답, 아니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상이 맛깔나게 그려지지 않는데, 그걸 따라가는 기행이 맛깔날 수는 없는 법이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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