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마지막 회에서 준구(이태성)는 떠나려는 크리스(아비가일)를 붙잡고, 장미(이시영)는 경수(최성국)에게 마음을 연다. 한 회 안에 모든 등장인물에게 해피엔딩을 안겨주기 위해 과속한 탓에, 는 이들이 하니(정소민)와 승조(김현중)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감정변화를 묘사할 시간적 여유를 잃었다. 그 탓에 준구와 장미 캐릭터는 졸지에 별 고민 없이 꿩 대신 닭을 택한 자들이 되어 버렸다. 하니가 교통사고를 당한 행인에게 CPR을 시술하며 승조가 아닌 스스로의 성취감을 위해 간호사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간신히 건진 이 성장의 단초를 충실히 보여주는 대신 “넌 이제 큰일났다. 백승조의 마성에 빠져든 거야”라거나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인 걸 뭐. 너랑 있으면” 같이 작가조차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대사들을 늘어 놓는 길을 택했다. 처음부터 가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스타 연출자, 나쁘지 않은 캐스팅, 셀링 포인트가 확실했던 원작, 대만판 의 대성공, 심지어 미완인 채로 원작자가 사망하는 바람에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결말까지. 예고편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의 미래는 밝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작품이 종영된 지금 감독, 작가, 배우는 물론이고 시청자 중에서도 이 작품을 통해 행복해진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진정 애석한 일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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