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결국 남은 것은 김태희 뿐인가 하노라
, 결국 남은 것은 김태희 뿐인가 하노라" /> 마지막 회 MBC 밤 9시 55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떤 고난과 역경과 반대에도 공주 이설(김태희)과 재벌 3세 외교관 박해영(송승헌)은 사랑을 이룰 것이며 해피엔딩은 키스신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디테일조차 예측 가능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이는 흠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황실과 악연이 있는 재벌 총수가 자신의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전 재산을 황실 재건에 바치려 한다는 설정이 들어가긴 했으나 는 5년 전 MBC 이 이미 보여준 바 있는 황실 판타지에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황실 재건을 민족의 구심점으로 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대통령(이성민)의 대사가 공허했듯 에서 ‘조선 황실의 숨겨진 공주’라는 설정은 사실 민족과도 역사와도 21세기 대한민국과도 전혀 맞닿지 않은 채 ‘공주 옷을 입은 김태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만 활용되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 또한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어제까지 전공 레포트 쓰고 경복궁에서 알바 하던 평범한 대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공주가 된” 이설은 드라마를 보는 ‘평범한’ 여성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캐릭터였음에도 대책 없이 해맑기만 했다. 거기에 이설에 대한 원망과 사랑 사이에서 그저 오락가락했을 뿐인 박해영, 이설을 맹목적으로 증오한 이단(강예솔) 등 어느 하나 감정이입할 곳 없는 인물들은 이 드라마를 예쁘지만 김빠지는 인형놀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재치 있는 대사로도 메울 수 없는 어설픈 구조 사이에서 결국 남은 것은 소녀시대 춤을 추는 김태희, 미실 성대모사를 하는 김태희, 여행 가방에 들어간 김태희 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MBC 는 로맨틱 코미디가 진부한 장르처럼 보였을 때 새로움을 만들어냈고 SBS 은 로맨틱 코미디가 갖는 대중적 파급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제는 그 다음이 필요하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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