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진짜 시청자가 되어야 할 그 분께
, 진짜 시청자가 되어야 할 그 분께" /> 22회 수-목 SBS 밤 9시 55분
혜림(고현정)이 마침내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자마자 국치 외교 논란과 함께 탄핵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숨 가쁘게 묘사한 22회는 첫 회 이후 가장 흡입력 있고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다. 그 힘의 상당부분은 현실과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야권 단일화 후보 과정과 대통령 선거일 전날의 급작스런 단일화 철회 에피소드는 분명 2002년 대선 상황을 빗댄 것이며, 양희은의 ‘상록수’를 배경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 희망을 주는 나라, 국민보다 낮은 정부”를 외치는 혜림은 명백히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이 모든 상황이 분명히 과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래의 꿈 같다고 느껴진 것은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한 현재의 정치 상황 때문이리라. 그래서 평소대로라면 ‘대통령은 인격과 소신만으로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태산(차인표)의 말에 동의했겠지만, 어제만큼은 그 기본적인 “인격과 소신”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실 정치를 환기시키던 ‘상식과 원칙’의 혜림이 비로소 큰 사람으로 보였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실 정치 드라마와 정치 판타지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길을 잃은 이 차라리 아예 후자의 가능성에 집중했더라면 더 인상적인 정치 휴먼드라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은 마지막 2회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현실 정치를 환기시키는 강력한 메시지들을 쏟아낸다. 특히 어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백성민(이순재) 대통령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퇴임사 신에서 “대통령이 업적을 억지로 남기기 위해 인기에 영합해 모든 일을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독단과 독선에 빠져 리더십은 무너지고 국정은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던 대사는 이 드라마의 진짜 시청자가 누가 되어야하는지를 일깨워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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