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부탁해> 마지막 회 KBS2 밤 9시 55분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는 “신분이 아닌 ‘돈’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주인’ 강혜나(윤은혜)와 ‘집사’ 서동찬(윤상현)의 관계를 통해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다던 드라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기본적인 장치들과 “전 아가씨의 집사니까요”라는 동찬의 헌신만으로 뚝뚝 끊기는 감정선을 힘겹게 끌고 온 <아부해>는 마지막까지도 별다른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황 A가 등장하면 미래 상황 B를 당연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식의 전개 덕분에, 과거 혜나와 동찬의 사이를 완고히 반대하던 할아버지가 혜나의 편지를 몇 번 읽어보는 장면에서는 곧 둘의 관계를 허락받을 거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고 문제는 5분 안에 해결된다. 사실 <아부해>의 가장 치명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는 이렇듯 단순한 이야기의 바탕에 ‘인간’에 대한 고민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는 데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전 편에서 서집사를 가족으로 들일 생각 없다고 반대하던 할아버지가 그 견고한 계급의식을 벗어나는 데는 최소한의 근거가 필요하지만 <아부해>는 갈등에 부딪히는 캐릭터들의 고민을 대거 생략해 버림으로써 여기저기 구멍을 만들어 냈다. 혜나와 동찬의 재회 역시 자신들의 의지보다는 할아버지의 죽음, 장집사(김승욱)-메이드장(박현숙)과 태윤(정일우)-의주(문채원)의 도움이나 우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만큼 이 드라마는‘장치’에 의존했다. 그리고, 결국 혜나의 입으로 동찬에게 “이 대목에선 들쳐 업고 가야지”라고 힌트를 주며 예상대로의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런데, 돈과 행복에 대한 얘기는?
글 최지은

<100분 토론> MBC 목 밤 12시 10분
일명 ‘조두순 사건’이 던져준 충격으로 인해 100분 내내 힘든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동성범죄 근절 대책’이 주제였던 어제의 토론은 그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쟁점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문제점과 대안 논의에 집중함으로써 공분을 이성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여 사회적 분노를 이용한 감정적 보도들과 이럴 때마다 빠지지 않는 대통령의 특별 언급 등 포퓰리즘 정부 대책에 질려있던 시청자들은 사건의 본질적 메시지를 총체적으로 환기시킨 이 프로그램의 든든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이미 아동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성범죄자 형량 적절성 논란은 현재의 양형 기준이 범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공통적인 의견으로 이어졌다. 남은 성장 기간 동안 평생의 상처를 안고가야 하는 아동성범죄의 특수성이 다른 범죄 처벌과의 형평성 문제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정부측과 비정부측 패널들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 지점은 다음부터였다. 처벌과 예방 모두 중요한 문제라는 데에는 동일한 입장이지만, 화학적 거세, 전자 발찌 착용기간 확장 등 처벌 대책 강화에 더 힘을 쏟는 전자와 가해자의 교정 프로그램 의무화나 피해자의 발언권을 중시하고 그들의 입장을 더 우선시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비정부측의 각기 다른 강조점은 근본적으로 인권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 차이와도 연결될 것이다. 토론 중간 전화 연결된 아동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들이 긴 여운을 남긴 가운데, 문제의 제도적 해결 중심에 있는 여성부측 패널이 그들 입장에서의 문제 제기보다 정책 옹호 및 홍보에 더 열을 올린 것은 현 정부가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가시적 대책에만 치중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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