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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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이성에게 강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방영중인 '별들에게 물어봐'에서도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강제 키스를 하는 장면이 방영되며,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강제 키스 장면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을 미화할 수 있단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tvN '별들에게 물어봐' 갈무리
사진=tvN '별들에게 물어봐' 갈무리
9일 방송업계 일각에서는 강제 키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방영된 새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1화에서 한지은은 뒤돌아 선 이민호를 붙잡아 세워 강제로 키스했다. 이 과정에서 이민호는 한지은을 밀쳐냈다. 이민호는 "나는 여자한테 관심 없고요.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사랑이 뭔지도 몰라요, 가"라며 한지은을 거절했다. 한지은은 다시 이민호를 찾았고, 술에 취한 이민호는 "당신이 아무 여자는 아니지"라는 말을 했다. 이내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결론은 로맨스였지만, 그 핵심 과정이 '강제 키스'였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사진=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 갈무리
사진=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 갈무리
강제 키스 장면은 한국 드라마의 극적인 장치로 계속 사용돼왔다. 지난해 종영한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는 여자 출연자가 의식이 없는 남자 주인공을 납치한 후 강제 키스를 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여자의 집착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에는 강제 키스 장면이 여러 번 등장했다. 남자 주인공 고주원(강태민 역)이 여자 주인공 유이(이효심 역)에게, 배우 남보라(정미림 역)가 술에 취해 설정환(이효준 역)에게, 임주은(최수경 역)이 고주원에게 강제로 키스했다. 모두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강제 키스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에도 배우 정겨운이 극 중 키스를 거절하는 아내 김하늘에게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는 장면이 담겼다. 두 사람이 부부지만 정겨운이 김하늘을 물건처럼 여긴다는 것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비가 김하늘의 편에서 정겨운을 막아서며 김하늘과 비의 로맨스를 위한 단초로 활용 됐다.

강제 키스는 현행법상 성범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강제추행죄를 피해자의 신체적 자유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한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성에게 강제 키스를 했다가 징역형을 받은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극적인 감정 표현이나 남녀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종종 사용되지만, 현실에서는 범죄와 애정표현의 경계를 아슬아슬 오간다는 얘기다.
사진=tvN D ENT, tvN Drama 유튜브 캡처
사진=tvN D ENT, tvN Drama 유튜브 캡처
강제 키스가 성범죄적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무분별하게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제작진들의 문제 의식 부재에 있단 분석이다. '별들에게 물어봐' 사례도 그렇다. 유튜브 등에 공개된 온라인 클립 영상을 보면, 제작진들은 강제 키스신을 로맨틱하게 포장했다. tvN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장면과 관련된 영상의 섬네일 제목은 '키스로 고백한 재벌 2세, 놀란 백수 이민호ㅋㅋ', '난 당신 맘에 드는데?', '우리 이렇게 복수할래요?' 등이다. 강제 키스를 극적인 상황으로 강조한 제목이다. 문제 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는 판타지적 허구로만 봐야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현실의 유행을 만드는 사례를 수도 없이 많다. 강제 키스가 자연스런 애정표현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경계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서로 간 호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키스신과 '성추행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제 키스신은 분명히 나눌 필요가 있다.

김자윤 텐아시아 기자 kj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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