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배우 하정우가 동생의 죽음 앞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영화 '브로큰'에서다. 그는 동생이 죽은 원인을 찾아 춘천에서 서울, 인천, 해남까지 간다. 각 장소에서 분노의 추격이 펼쳐진다.

6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브로큰'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김진황 감독과 배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가 참석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브로큰'은 조직원 출신 민태(하정우 분)가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은 "'브로큰'은 분노에 찬 민태의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자 명확한 성향을 가진 인물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가 전체적으로 민태의 로드무비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며 "춘천을 중심으로 서울, 인천, 해남으로 촬영 장소가 구분돼 있다. 민태의 추적 과정에서 확실하고 명확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실제 장소에서 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하정우는 동생 석태(박종환 분)을 잃은 형 민태 역을 맡았다. 그는 "민태는 거침없이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고 복수해나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네에서 잘나가던 조직의 일원이었는데 동생 대신 감옥에 갔다. 출소하고 건설노동자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 동생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동생의 아내가 사라진다. 피붙이의 죽음으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동생의 죽음을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민태는 누가 먹이를 가져다주길 기다리는 수사자 같았다. 동생의 죽음을 안 후에는 눈이 돌아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냥감만 향해 달려가는 야수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하정우는 전직 조폭 설정에 맞게 극 중 다양한 액션신을 선보인다. 그는 액션을 할 때 촬영 장소의 지형지물과 소품을 활용했다고. 하정우는 "소품을 액션에 사용하면 사실감과 극적 재미가 배가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촬영지에서 주위를 많이 살피면서 리허설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액션 소품인 기역 파이프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하정우는 "기역 파이프를 감독님이 제안해줬을 때 새롭고 참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이프는 민태에게 사연이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인물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를 보면 저 파이프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후반부에는 종이백에 갖고 다닌다. 그게 아이러니하고 독특한 설정이라 연기하는 입장에서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대학 시절 단편영화 제작비를 벌려고 배관설비 현장 일을 했다. 겨울 오전에 파이프를 재단하고 자르고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추워서 이 파이프로 맞으면 많이 아프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민태를 건설노동자로 설정하면서 제가 경험했던 배관설비를 맡겨보자고 생각했다"고 파이프를 액션 소품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하정우는 "현장에서 김 감독님이 이끄는 분위기와 캐스팅된 배우들과 앙상블로 연기하면서 휘발유 냄새가 나는 듯했다"며 "묘한 극적 끌림이 강한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한 신 한 신의 밀도와 집중력이 굉장했다. 오랜만에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김남길은 베스트셀러 작가 호령 역을 맡았다.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 민태의 동생 석태의 죽음이 예견돼 있다. 김남길은 호령을 "소설이 직접적으로 (석태의 죽음에)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을 좇는 또 하나의 추격자"라고 설명했다. 호령이 문영을 쫓는 이유도 "책임감 때문"이라며 "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고, 진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민태와) 다른 방향으로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길은 하정우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남길은 "하정우는 워낙 유머러스한 형인데 이번 현장에서는 날 선 느낌을 많이 받았다. '브로큰'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며 "하정우의 팬이라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스타일링도 신중하게 했다. 그는 "머리 세팅을 덜해서 글 쓰는 데 몰입한 캐릭터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글 쓰는 사람의 지적이고 부드러운 인상을 고민했다. 외적으로 눈이 날카롭고 광대가 도드라진다. 이를 감추기 위해 안경을 착용했다"고 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유다인은 죽은 석태의 아내 문영 역을 맡았다. 그는 문영이 "석태가 죽은 날 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미스터리한 캐릭터"라며 "'아이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마음과 석태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혜화, 동'이란 영화에서 유다인을 처음 봤다. 대사 없이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에서 묘한 미스터리를 느꼈다. 언젠가 작업을 같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정만식 역시 "유다인은 떨림이 잘 전달되는 배우다. 문영과의 독대 장면에서 겁에 질린 그의 모습에서 떨림과 긴장감이 느껴졌다"며 공감했다.

유다인은 "선배님들이랑 같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저는 계속 도망만 다녀서 혼자 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정만식은 민태가 속했던 폭력조직 보스 창모 역을 맡았다. 그에게 캐릭터 설명을 부탁하자 "영화가 진행되는 도시의 조직 창모파의 보스다. 민태가 찾아와서 석태가 없어졌다고 해서 타일러서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창모 일인칭 시점으로 얘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맡은 역할 중 가장 깔끔하고 간결한 캐릭터다. 젠틀하고 품위 있게 대화한다"고 설명했다.

'브로큰'에서 정만식은 노래를 불러 스태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그는 "술 한잔을 하고 젊었을 때 함께 조직 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그리워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2000년대 초반 록 발라드 스타일의 노래로 황상준 음악감독이 작곡·작사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임성재는 민태의 믿음직한 동료 병규 역을 맡았다. 그는 "병규는 심플하고 보이는 게 다인 애다. 민태를 보좌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차를 타고 민태의 추적에 동행하며 촬영 때 차에서 거의 내리지 않았다고. 임성재는 "'언제 내릴까. 내 다리에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께서 '내릴 때가 따로 있다'고 해서 마음을 잡고 차에 있었다"고 밝혔다.

임성재는 "하정우 선배에 감사한 마음에 처음으로 손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임성재가 "귀여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배우"라며 "많은 얼굴을 갖고 있고, 이를 적재적소에 자유자재로 표현해내는 것을 보면서 좋은 배우구나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종합] 하정우, 동생 죽은 이유 밝히려 땅끝까지 갔다…"분노의 추격"('브로큰')
'브로큰'은 2021년 촬영 종료 후 4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김 감독은 "후반 작업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었다. 편집에서 큰 틀을 바꾸지 않되 밀도 있고 완성도 있는 방향으로 편집을 계속했다"고 귀띔했다.

김남길은 "이 영화는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추적 스릴러 로드무비다. 개봉하면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만식은 "드시기 딱 좋게 숙성된 것 같다. 눈으로 많이 즐기시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브로큰'은 오는 2월 5일 개봉한다.

김자윤 텐아시아 기자 kj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