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NCT 마크, 가수 이영지/사진=텐아시아 사진DB
그룹 NCT 마크, 가수 이영지/사진=텐아시아 사진DB
그룹 NCT 마크가 래퍼 이영지와의 컬래버 곡 '프락치 (Fraktsiya)(Feat. 이영지)'로 K-힙합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업계서는 K팝 산업에 꾸려진 시스템을 활용해 우수한 수준의 힙합 음원을 내놓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net 예능 '고등래퍼' 시리즈에 출연했던 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 음원이다.
사진=이영지 SNS
사진=이영지 SNS
캐나다 출신인 NCT 마크는 이번 '프락치'를 통해 빌보드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힙합을 보여줬다.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부터가 한국 힙합에서 보기 힘든 자본의 냄새가 느껴질 정도다. 단순한 비트와 정해진 박자의 랩, 후렴을 계속해 반복하는 국내 힙합과는 달리, 이 곡은 비트 구성부터 랩 구성까지 지루할 틈 없게 짜여있다.

베이스 사운드에 목소리만 입히던 중 복잡한 드럼 사운드로 곡을 채워 변주를 줬다. 그러다가도 모든 사운드를 빼고 날카로운 신스 사운드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등 두 귀가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한 글자 한 글자 묵직하게 내뱉는 이들 랩 역시 강렬한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영지와 마크 둘은 모두 동일한 랩 박자가 2마디 이상 이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랩 구성을 짜 래퍼로서 실력을 보여줬다.

또한, '프락치'를 들으면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중에서도 NCT의 특징인 쇠맛이 연상된다. 마크는 그동안 솔로곡마다 힙합을 선보여왔다. 록 장르를 더하거나 팝 장르에 가까운 힙합곡을 발매하던 마크는 이번엔 그의 정체성에 가까운 힙합에 그룹 정체성인 강렬한 비트를 더했다. 그의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부분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가득 담긴 가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마크는 '프락치'에서 NCT 파생 그룹 3개의 멤버로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데에 대한 자신감을 가사에 담았다. 그는 "스케줄이 몇 개지 하루에 / 내 마일리지론 Honeymoon out of space(신혼여행을 우주로도 가겠어)", "Name somebody / who can juggle three teams / Still come up with the best solo album"(아무나 이름 대봐 / 세 개의 팀을 해낼 수 있는 사람 / 그러고도 최고의 솔로 앨범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노래했다.
K-힙합 다시 멋져지네…NCT 마크→이영지, 놀림 당하던 '고등래퍼'의 변신 [TEN뮤직]
마크와 이영지는 각각 2017년과 2019년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리즈에 출연했다. 그 안에서도 둘은 프로그램 초반 소외당하던 참가자였다. 마크는 아이돌 멤버이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에 둘러싸였고, 이영지는 단정하게 교복 차림으로 등장했다는 이유로 참가자들에게 '힙합을 모른다'며 놀림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실력으로 힙합 판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고등래퍼'에서 마크는 편견을 이겨내고 최종 7위를 차지할 만큼 실력을 보인 것.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그의 랩이 인상적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특유의 톤과 플로우(랩의 흐름)가 주목받았다. 이영지는 '고등래퍼3' 우승자로 올라섰다. 초반 유쾌한 장난의 대상이 됐던 그가 여성 래퍼들 사이 흔히 볼 수 없는 묵직한 랩을 선보이면서 현재 힙합 신의 대표 주자가 됐다.

현재 K팝 산업에는 우수한 해외 프로듀서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이러한 K팝 시스템은 지금까지 K팝 아이돌의 힙합 퍼포먼스 곡에 주로 쓰여왔다. 힙합 솔로 앨범에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는 의미다. '프락치'는 분명 양질의 비트와 양질의 퍼포먼스가 합해진 바람직한 사례다. K팝이 더욱 다양한 색채를 품기 위해서는 K팝 시스템과 K-힙합의 협업이 중요해 보인다. K-힙합이 K팝의 흐름을 이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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