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지원/ 사진=시그니처 SNS 갈무리
시그니처 지원/ 사진=시그니처 SNS 갈무리
《김지원의 슈팅스타》
김지원 텐아시아 가요팀 기자가 '
슈팅스타'처럼 톡톡 튀고 시원하게 가요계를 맛보여드립니다.
노출까지 감행하며 인지도 높이기에 힘썼지만 결국 해체 엔딩을 맞았다. 올해 '워터밤 여신' 자리를 꿰찬 지원이 속한 그룹 시그니처 이야기다. 소속사는 멤버들을 앞세워 해체 소식을 전했다.

시그니처는 데뷔 4년 만에 해체했다.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는 시그니처 공식 팬카페를 통해 "당사와 멤버들은 상호 간 대화를 통해 팀의 해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당사는 시그니처 멤버 7인 전원의 전속계약을 잔여 전속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종료하며, 2024년 11월 30일부로 그룹 활동 역시 종료하게 됐다"며 돌연 해체를 발표했다.

시그니처는 멤버 지원 덕에 최근에야 이름을 알렸다. 긍정적인 소식들로 눈도장을 찍은 건 아니다. 지원은 지난 6월 웹예능 '노빠꾸탁재훈'에 출연했다. 당시 함께 출연한 AV 배우 오구라 유나는 지원에게 "몸매가 좋아 인기 많을 것 같다. 꼭 데뷔해달라"며 "톱배우가 될 수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지원과 장시간에 걸쳐 해당 내용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촬영에 최선을 다해 임했고 어떠한 감정적인 문제도 없다"며 "제작진으로부터 편집본을 사전에 공유받았으나, 본인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 송출분에 대한 이견이 없음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소속사는 가수 보호하기는커녕 가수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부정적 이슈긴 했지만, 시그니처 데뷔 이래로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덕분에 지원은 7월 '워터밤'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지원은 가슴이 훤히 보이는 수영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별다른 퍼포먼스 없이 뛰기만 했지만 화제성을 쓸어갔다. 오직 몸매로 화제가 된 것이다. 덕분에 지원은 남초 커뮤니티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화제성이 곧 그룹의 흥행으로 이어지긴 어려웠다. 워터밤을 계기로 지원을 알게 된 이들은 그룹에 관심을 갖기보단 지원의 몸매에만 눈길을 줬다. 지원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성희롱 댓글이 이어졌다.
시그니처 지원/ 사진=시그니처 SNS 갈무리
시그니처 지원/ 사진=시그니처 SNS 갈무리
/ 사진=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 캡처
/ 사진=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 캡처
소속사 측도 별다른 콘텐츠를 내놓지 않았다. 지원이 주목받던 시기에 그룹으로서 눈도장을 찍을 만한 활동이 전혀 없었다. 시그니처는 올해 6월 10일 이후 앨범을 내지 않았다. 그룹이 아닌 지원 개인이 발매한 '바다 가자' 리메이크 음원도 화제가 되지 않았다. 지원은 가창력이 뛰어난 멤버가 아니며, 원곡 음원 자체도 버추얼 인플루언서곡으로 인지도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기 어려웠다. 공개된 녹음 비하인드 영상 속 지원은 타이트한 튜브톱을 입고 나왔다. 또 노출이었다. 노출로 뜨더라도 새로운 모습을 통해 이미지 전환을 꾀하는 게 보편적인 방식인데, 소속사는 지속해서 지원의 몸매만을 보여주려 했다. 전략을 잘못 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소속사 내 다른 그룹들도 뚜렷한 성과를 못 낸 상황이다. CIX는 그중 가장 인지도 있는 멤버였던 워너원 출신 배진영이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근래 들어서는 이펙스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적 반응이 오고 있진 않다. CIX는 배진영, 이펙스는 금동현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멤버들이었지만 소속사에서 이들을 제대로 밀어주거나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C9는 과거 걸그룹 굿데이를 해체하고 시그니처를 내놓았다. 이미 있는 그룹조차 책임지지 못하면서 새로운 그룹을 지속해서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있는 그룹이 가망이 없다면 새 그룹을 내서 새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 기존 그룹이 잘되지 않아도 새 그룹을 데뷔시킬 수밖에 없다"며 "기존 그룹은 성공하지 못했어도 새로운 그룹이 성과를 낼 수도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어른들 사정 탓에 멤버들은 소모품처럼 쓰였다. 그룹을 띄우고자 노출까지 했던 지원이지만, 시그니처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룹은 물론 지원 개인도 이미지 소모만 된 채 인기몰이에는 실패했다. 제대로 된 전략 없이 새 그룹만 내서는 매번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